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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초기투자 수십억… 수익은 年9000만원… 인건비 뽑기도 어려워 사업성 의문

입력 : 2019-02-11 18:13:15 수정 : 2019-02-11 23: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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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충전소 수익구조 현실은/대부분 사업자 ‘복합충전소’ 고육책/정부도 지원책 등 정리된 입장 없어 지난해 9월 한 지방자치단체가 고민에 빠졌다. LPG충전소 사업을 하던 A씨가 수소충전소를 추가한 ‘복합충전소’를 완공한 뒤 영업을 거부한 것이다. 지자체 등과 4개월에 걸친 협의 끝에 A씨는 핵심시절인 압축기 2대 중 1대를 폐쇄하는 극단적 선택으로 규제를 피한 뒤 올해 1월 문을 열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수소충전소는 안전관리자로 ‘가스기능사 이상’ 자격자를 의무 고용해야 한다. 이들이 ‘상주’하면서 시설 모니터는 물론 차량 충전까지 맡는다. 프랑스 파리 한복판에 위치한 수소충전소에서 노신사가 ‘셀프 충전’을 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던 장면이 국내에서는 불법이었던 이유다.
수소충전소. 현대차 제공

구체적으로 허가권을 쥔 지자체는 수소 저장용량(100t)과 충전용량 기준(460N·㎥/h)에 따라 기사 혹은 기능사 고용을 요구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를 기대했던 A씨는 기사를 고용하라는 판정이 나자, 시설을 기준 이하로 축소해 기존 LPG충전소 인력(기능사)을 활용하는 고육책을 택했다.

◆“인건비 뽑기도 어렵다”

수소충전소 수익 구조는 대체 어떻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까.

지난달 24일 찾은 지방의 B수소충전소. 매출 전표상 점심 무렵까지 다녀간 차량은 15대였다. 충전소 측은 “하루 평균 25대, 많은 날은 40대가량 들어온다”고 말했다. 수소전기차 넥쏘를 가득 채우면 약 5㎏이 주입된다. 충전소가 남기는 마진은 ㎏당 2000원. 대당 1만원인 마진에 하루 25대를 곱하면 한 달에 750만원, 연간 9000만원이란 계산이 나온다.

이에 비해 초기 투자비는 충전소 건립에만 약 26억원(평균), 환경부 지원(50%, 상한 15억원)을 감안해도 수십억원은 투입된다. 고정비인 인건비는 기사를 고용할 경우 평균 연봉이 5000만원대이다. 영업 시간이 긴 특성을 감안하면 최소 2명은 써야 하지만 인건비 감당이 안 되고 투자비 회수, 즉 BEP(손익분기점) 달성이 더욱 요원해진다. 이 때문에 대부분 A씨처럼 기존 사업에 수소충전소를 추가한 ‘복합충전소’로 짓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사업자 중에 환경이슈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은 이유”라고 말했다. 아직은 돈으로만 설명할 수는 없는 사업 환경이란 설명이다.

◆정부 “초기엔 예산 지원 불가피”

정부는 ‘신성장동력 확보’와 ‘친환경 에너지 혁명’이란 두 과제를 풀 해법으로 ‘수소경제’(석유·석탄 대신 수소를 국가 주 에너지원으로 활용) 활성화를 선언했다. 이를 앞당기기 위해 우선 모빌리티(이동) 영역에서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해 수소전기차 충전소를 대대적으로 확충한다는 것이 구상의 요체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수익 구조를 어떻게 풀어낼지는 구체적으로 정리된 입장이 없다.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근 발표한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보면 총 66쪽 분량 중 충전소 사업성을 다룬 내용은 채 1쪽이 안 된다. 그 내용도 ‘운영보조금, 구축비용 절감 및 추가 수익 창출을 유도한다’는 것이 전부다. 정부 관계자는 “유관부처 등이 논의해 상반기 안에 구체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초기엔 재정지원이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그룹 등 민간의 투자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그간 지적돼온 규제를 걷어낸 것은 환영할 만하다는 평이다. 다만 초기 투자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기술 국산화도 과제로 지적된다. 충전소를 구성하는 핵심설비 중 가스제어시스템, 충전기, 냉각설비, 압축기, 압력용기 가운데 충전기, 냉각설비를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품이다. 일례로 주먹만 한 부품이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형편이다. 수소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도 관건이다.

무엇보다 현장에서는 ‘코에 걸면 코걸이’식 규제 해석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 전문가는 “같은 구절을 놓고 지자체마다 다르게 해석해 어디서는 허가가 되고 다른 데선 반려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규제를 명확히 정리해주는 것도 규제 완화만큼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현일 기자 con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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