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47개의 범죄 혐의를 적용한 검찰은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고 했다. 범죄 혐의는 의도나 성격에 따라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분류돼 공소장에 담겼다. 가장 대표적인 사안은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을 박근혜정부와의 ‘재판거래’ 수단으로 삼았다는 의혹이다.
의혹의 정점에 있는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됨에 따라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진행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정권 때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사법부는 만신창이가 되고 온 나라는 벌집 쑤신 듯 발칵 뒤집어졌다. 그 실체는 반드시 밝혀져야 하고 관련자는 엄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전직 대법원장을 구속까지 할 사안인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재판부는 정치적 고려 없이 법과 증거에 입각해 실체적 진실을 가려야 한다. 재판에 임하는 양 전 대법원장도 사법부 전직 수장으로서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 기소에 대해 사법부는 재판의 독립을 훼손한 과거 법원에 대한 반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내부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검찰수사에 협조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자초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애초에 사법 행정권 남용 의혹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도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진영 간의 대립이나 법원 내부의 분열이 커져서는 안 된다. 전 대법원장 구속으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사법부가 불신을 받으면 법치주의가 흔들린다. 법원은 충격을 딛고 아직 미진한 사법개혁에 힘을 기울여 신뢰를 회복하는 밑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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