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특보는 엊그제 일본 게이오대 현대한국연구센터가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측 참석자와 공방을 벌였다. “남북한과 미국이 정전협정, 비핵화를 논의하는 데 일본의 역할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기미야 다다시 도쿄대 교수는 “이제 일본은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 존재가 됐다. 충격받았다”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문 의장과 문 특보의 발언 내용 자체로는 시시비비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관되게 모르쇠로 대응하는 일본 정부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는 건 당연하다. “6자회담의 다자체제라면 일본의 역할이 중요하겠지만 지금 양자로 분절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는 문 특보의 설명도 타당하다. 하지만 발언 시점과 그들의 위치를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달 넘게 이어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이 소강국면으로 접어드는 국면이다. 상대방을 자극하는 발언은 양국의 우호관계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 지식인 226명이 일제의 한국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등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았던가. 아베 신조 총리를 비롯한 일본 정치인들이 또 목소리를 높일 빌미를 준 것 같아 안타깝다.
문 의장은 입법부 수장이다. 문 특보는 대통령에 외교안보 정책을 자문한다. 외국의 입장에선 두 사람의 말이 국가의 공식 입장으로 비칠 것이다. 고위 인사들이 발언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이유다. 일본은 과거사의 앙금도 있지만 북핵 문제 등 안보분야에서 협력이 절실한 이웃 국가다. 국익을 위해서는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대일 외교를 전략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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