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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S DJ 文 대통령까지 찾은 나...'넌 누구냐'에 단식이 답하다 [스토리뉴스]

입력 : 2019-02-05 08:00:00 수정 : 2019-02-02 16: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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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뉴스] 다이어트, 웰빙, FMD부터 민주화 단식까지...잘하면 득, 못하면 조롱
안녕하세요 여러분, 설날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단식’(斷食)입니다. 설날 연휴를 맞아 기름진 음식 잔뜩 드신 분들은 곧 저를 소환하시겠죠. 그 때를 위해 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저를 우리말로 하면 '굶는다'이고 영어로는 Fasting입니다. Fast는 빠르다는 의미도 있지만 굶주림(공복)의 뜻도 있답니다. 그렇기에 아침을 영어로 Breakfast(밤 사이 공복을 깨뜨려 없앰)라고 합니다.

저는 건강을 위해서나 항의 표시를 할 때 동원되곤 합니다만 아무래도 다이어트, 즉 살 빼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죠. 다이어트는 음식을 조절하기에 엄격한 의미에서 단식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최근 여의도에선 저를 두고 들썩거렸죠. 지난달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5시간 30분씩 릴레이 단식에 들어가자 여기 저기서 그 것도 단식이냐며 '딜레이 식사', '웰빙 단식'이라고 비꼬았습니다. 한국당은 발끈했지만 내심 염치가 없었는지 '릴레이 농성'이라고 주장하더군요.

한국당이 왜 제 이름을 꺼냈을까요. 짐작하다시피 제 이름은 목숨과 관련 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내 걸 만큼 절박하게 그 무엇을 하겠다는 결의의 상징으로 '단식'을 내 걸었겠죠.
 
◆사람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하는 방식과 종류 다양

저에 대해 이런 저런 말이 있지만 서울대병원 의사 선생님들은 ‘1일 200kcal 미만으로 에너지를 섭취하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200kcal라면 감이 잡히지 않죠? 대략 카페라떼 한 잔, 외국인들이 감탄해 마지 않는 맛이라는 커피믹서 4개 가량 먹는 정도입니다.

만약 항의 등의 의미로 제 이름을 사용하려면 72시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때 물 이외 다른 것(소금은 예외)을 입에 대선 안 됩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제 이름이 제법 등장합니다. 조선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사건 중 하나인 사도세자의 죽음 역시 저와 관련있습니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둔 뒤 저를 동원, 결국 9일만에 굶어죽게 했답니다.

사람들이 먹고 살기 좋아짐에 따라 저를 죽이는 도구가 아닌 회생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쳇말로 세상 좋아졌습니다.

제가 회생의 도구가 되는 때는 체중조절 등의 목적으로 음식과 음료의 섭취를 제한하는 순간으로 다른 말로 절식 요법을 하는 순간입니다.

단식의 종류는 △ 정기적 단식(1일, 3일, 7일, 10일 단식) △ 부분단식 △ 간헐적 단식 △FMD 단식 등 여러가지로 시대 상황이나 유행에 따라 달리하죠.

부분단식은 성경에 나오는 다니엘 단식처럼 특정음식을 가려 먹는 것(고기 등)을 말합니다.

요즘 각광받는 간헐적 단식은 크게 '5 대 2 법칙'과 '16대 8 법칙'이 있습니다. 5대 2는 일주일 동안 5일은 평소대로 먹고 나머지 2일은 하루 칼로리를 600kcal이하로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아침, 점심 굶고 저녁은 600kcal 이런 식이죠. 쉽게 말해 1일 1식입니다.

16대 8은 16시간 단식 상태 유지하고 8시간 안에 식사를 하는 방법으로 점심, 저녁 먹고 다음날 아침을 거르고 다시 점심, 저녁 이런 식으로 1일 2식입니다. 

FMD(FAST MIMICKING DIET) 단식은 우리 몸이 단식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효과를 내는 방법이랍니다.

미국의 USC 대학의 발터 롱고 박사가 개발한 FMD는 한 달에 5일간만 음식물의 섭취량을 하루 800~1100kcal로 줄여서 식사를 하는 것입니다. 저칼로리, 저단백식으로 쌀 및 구황작물을 피해야 하며 견과류와 함께 다양한 채소를 통해 탄수화물과 지방을 섭취하는 방법으로 꽤 까다롭고 비용 또한 제법 듭니다. 간헐적, FMD단식은 고통을 비교적 줄이면서 살을 빼려는 욕망에서 나왔습니다. 공복 시간을 길게 유지하면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 않고 지방을 에너지 원으로 사용하기에 살이 빠진다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랍니다.

◆ 단식 조심해서 진행해야, 체중 1/3줄면 위험...72-72 법칙

저를 아무리 좋은 의도에서 사용할지라도 조심해야 합니다.

의학적으로 제 이름을 사용하려면 72시간 이상 돼야 한다고 했죠? 72시간 가량 굶을 경우 체내 포도당이 모두 사용돼 인체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뼈와 근육, 장기 등에서 에너지를 차출해 갑니다.

학자들은 단식 한계를 72일로 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은 72일이면 아사(굶어 죽음)하고 맙니다. 따라서 단식에서 중요한 것은 72-72(72시간-72일)법칙입니다.

의학적으로는 체중의 3분의 1 이상 잃을 경우 혼수상태에 빠져드는 등 죽음의 문턱에 접근합니다. 물만 먹고 단식을 시작해 1주일이 넘어가면 그 지경에 도달하기 시작합니다.

건강을 목적으로 세심한 단식을 진행해도 칼륨손실을 피하기 어려워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치아손실, 골다골증 발생 등 후유증이 생기면 원상회복이 거의 불가능하죠.

◆단식으로 현대사를 바꾼 YS와 DJ

단식으로 시대를 바꾼 예가 몇 차례 있었습니다. 한국 정치사의 거목인 YS와 DJ 전 대통령의 경우입니다.
1983년 5월 당시 야당지도자 YS가 죽음을 내걸고 단식투쟁하는 모습을 부인 손명순 여사(오른쪽) 등이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정치사에 저의 이름이 극적으로 등장했던 순간은 1983년 5월 이었습니다.

당시 야당 지도자였던 YS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이던 5월 18일부터 6월 9일까지 '정치활동 규제 해제', '대통령 직선제' 등 5개항을 내걸고 23일간 단식을 펼쳤습니다. 군사정권이 보도를 막았지만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했고 단식 8일째인 5월25일 체중이 14kg이나 빠지는 등 생명이 위태롭자 전두환 정권은 그를 서울대 병원으로 강제 입원시켰습니다. 그러나 YS는 뜻을 굽히지 않았지요. 당시 존경받던 김수환 추기경까지 나서 간곡히 만류했지만 곡기를 끊다시피 했던 YS는 단식 22일째인 6월 8일 재야 원로들의 눈물어린 호소에 마음을 돌리게 됩니다. 그는 다음날 9일 "앉아서 죽기 보다 서서 싸우다 죽기 위해 단식을 중단하는 것입니다"며 저와 이별했습니다.

YS 단식은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정식 출범, 4년 뒤 6월항쟁과 대통령 직선제 쟁취로 이어지게 만드는 등 한국 민주화 운동에 길이 남을 이정표였습니다. 
1990년 10월 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이 단식 중인 김대중 평민당 총재를 찾아 위로 겸 만류하고 있다. 연합뉴스
DJ는 평화민주당 총재로 있던 1990년 10월 8일부터 20일까지 13일간 '내각제 포기, 지방자치체 도입'을 외치며 단식에 들어갔습니다. 묘한 점은 요구 상대 중 하나가 집권 여당인 민자당으로 YS가 대표최고위원으로 있었습니다. 결국 DJ는 지방자치제라는 결실을 맺었죠.

전두환 전 대통령도 저를 활용한 적 있습니다만 국민들의 반응은 냉랭했습니다. 그는 1995년 수감 중이던 안양교도소에서 5공청산에 항의한다며 27일간 단식을 했어요. 수액주사도 거부하는 결기를 보였으나 역사의 흐름을 돌릴 수야 있었겠습니까?
2003년 12월 3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단식 중인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찾아 "단식하면 죽는 것은 확실하다"는 명언으로 중단을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 곰국단식, 동조단식, 웰빙단식 등 등

YS와 DJ를 본받아 여러 정치인이 저와 함께 했지만 몇몇의 경우 공을 들인 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어요.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2001년 임동원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통과에, 2009년엔 한나라당미디어법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뜻에서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2003년 12월 당시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하자 10일간 단식투쟁 했습니다. 최 대표를 위로차 온 YS는 "나도 해봤지만 굶어죽는 건 확실하다"라는 또 하나의 명언을 추가했고 물이 아닌 희뿌연 국물을 마시는 것이 노출 돼 '곰국단식'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최 대표측은 '쌀뜨물'이라고 해명했죠. 제 이름을 쓰려면 ‘물’만 먹어야 하는데···.

2007년 천정배 문성현 의원이 각각 25일과 26일 단식했고 같은해 민노당 현애자 전 의원은 제주해군기지 건립을 반대하며 27일간 단식, 정치인 중 최장기간 기록을 남겼습니다.

2009년 친박연대 서청원 의원은 판결 부당을 외치며 20일간 옥중 단식을, 2016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안이 가결되자 "여당에 협의나 표결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정세균 국회의장 사퇴를 요구하면서 단식했죠.

이재명 경기지사도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10일간 단식농성,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면서 일약 잠룡대열로 도약했습니다.

지난해 5월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을, 12월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며 단식했습니다. 
2014년 8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문재인 대통령은 유민아빠의 세월호특별법 제정촉구 단식에 동참, 광화문 광장 무더위속에서 단식을 이어갔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도 저와 친하답니다. 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시절이던 2014년 8월 19일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37일째 단식을 이어가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와 뜻을 같이한다며 9일간 '동조단식'한 적 있었습니다.

박태훈 기자 buckbak@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SB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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