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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산더미인데 연말정산까지"…국회도 '내리 갑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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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8 18:57:17 수정 : 2019-01-28 18: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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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바빠서” “잘할 줄 몰라서” / 의원들부터 보좌관까지 떠넘겨 / ‘개인 용무까지 처리하나’ 속앓이
나는 한 국회의원실의 9급 행정비서다. 고용 불안정성을 몸소 체감하는 별정직 공무원(비정규직)이기도 하다. 명목상 출·퇴근 시간은 오전 9시, 오후 6시지만 ‘주 52시간’ 근무체계는 남의 일이다. 일정 정리부터 회계까지 잡무를 도맡는 탓에 퇴근길엔 국회 지붕에 내려앉은 땅거미가 익숙하다.

국민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부심으로 버텼지만, 최근 참을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이 시기 직장인들의 숙제이자 ‘난제’인 연말정산 때문이다. 행정직이라는 이유로 내가 보좌하는 의원의 연말정산을 얼결에 떠맡았다. “업무가 바쁘고 잘 할 줄 모른다”며 본인의 공인인증서가 담긴 USB를 건네는 데 거절할 수가 없다. 더 황당한 건 종종 “일이 많아 힘들지?”라며 위로해주던 일부 보좌관들도 개의치 않고 연말정산 서류를 내민 일이다. 극심한 배신감과 함께 윗사람들의 개인 용무를 처리하는 게 공무원의 본분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기댈 곳 하나 없는 오늘 밤은, 씁쓸함을 안주삼아 소주 한 잔 하련다.

위 사례는 최근 페이스북 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의 익명 투고란에 올라온 사연을 국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해 재구성 한 것이다. 세계일보가 28일 복수의 여야 의원실에 확인한 결과 연말정산 기간 여의도발 ‘내리 갑질’이 실제로 비일비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사무처 운영지원과는 지난 18, 21, 22일 3일에 걸쳐 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300개 국회의원실을 대상으로 연말정산 서류를 접수 받았다. 총인원은 3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기본적인 소득세는 국세청 연말정산 사이트 ‘홈택스’를 통해 전자 신고하는 방식으로 간소화했으나, 사이트에서 누락된 증빙 서류를 추가로 제출받은 것이다.

국회사무처는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의견을 수렴해 지난해부터 ‘번호표’ 제도까지 도입했다. 하지만 연말정산 서류를 직접 제출한 국회의원은커녕 보좌관도 보기 힘들었다는 게 당시 접수 업무를 맡았던 관계자의 전언이다. 한 초선의원실의 보좌관은 “국회의원의 경우 소득세 신고부터 추가 서류 출력·제출까지 아랫사람이 한다고 보면 된다. 거의 100%다. 일부 보좌진도 비슷한 행태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놨다.

급수가 낮은 의원실 비서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불가피한 현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국회의원이 특권을 행사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의원실 사람들이 빡빡한 일정으로 시간을 아껴야 하기 때문에 이 정도는 양해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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