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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봉사에 복지혜택은 '0'…한국어 강사 '열악한 처우'

입력 : 2019-01-28 18:06:51 수정 : 2019-01-28 19:4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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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서 수업 못해도 대리강사 직접 구해야 / 계약 형태 대학마다 ‘천차만별’ / 짧게는 10주 단위로 계약서 써 / 법적 지위 모호해 복지혜택 ‘0’ / 주말행사 땐 ‘무료봉사’ 하기도
‘한국인보다 더 한국을 잘 아는 러시아 출신 귀화인’으로 유명한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한국학)는 최근 페이스북에 고용불안에 휩싸인 한국어강사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섰다는 기사를 올리며 응원했다.

그는 “내게 한국어를 가르쳐주신 은사 최영 선생님, (당시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소 부설 한국어교육원 소속) 최 선생님의 동료들도 전원 비정규직이었다. 1991년 그때도”라며 “제 학생들도 여러 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운다. 그들의 은사가 계약 기간 6개월, 월급 100만∼160만원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착취와 부당대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학생들이 과연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28일 세계일보 취재 결과 한국어강사의 계약 형태는 대학마다 제각각이었다.

이들은 위촉강사, 책임강사, 도급강사 등 대학별로 만든 ‘자체 직책’에 따라 짧게는 10주, 길게는 1년마다 계약서를 썼다. 어학원 원장, 행정실장 등이 바뀔 때마다 계약기간이 널뛰었다.

A대 어학당 강사 B씨는 “그동안 1년 단위로 계약서를 써왔는데 최근 학교 측이 ‘앞으로는 10주 단위로 계약을 하겠다’고 통보해왔다”며 “이유를 물었더니 ‘윗사람이 바뀌어서’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어강사들은 법적 지위가 모호해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복지 혜택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대다수 어학당에서는 병가 개념이 없어 수업을 빠지게 될 경우 직접 대리강사를 구한 뒤 자신의 강의료를 고스란히 넘겨줘야 한다.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장기간 휴가를 쓰려면 계약을 중단해야 한다. 이마저도 휴가 이후 재계약 여부가 불투명해 강사들은 발만 동동구르고 있다.

한국어강사들은 고용불안과 함께 처우 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이지만 시간당 강의료는 평균 3만원 선이다. 시위에 나선 서울대 언어교육원의 경우 강사 80명 전원이 석·박사학위 소지자이며 시간당 임금은 4만1000원으로 전국 어학당 중 가장 높다. 하지만 이는 학부 시간강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큰 문제는 수업시수다. 이들에게 주어지 주당 평균 시수는 12시간 수준에 불과하다. 한 달 평균 급여는 12시간을 기준으로 법정 최저임금보다 낮은 160만원 정도다.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C 강사는 “이마저도 학기마다 배정시수가 일정치 않다”고 털어놨다.

수업 외 근로 또한 한국어강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배가시킨다.

강의 준비, 시험지 채점, 학생 관리 등에 소요되는 시간을 근무로 인정해주는 대학은 거의 없다. 또 주말 등에 열리는 어학당 행사에 참가해 ‘무료 봉사’를 하는 대학도 상당하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의 D강사는 “연세대는 내규에 따라 60세 정년을 보장해주는 편이라서 타 학교보다 처우가 나은 편”이라면서도 “시간당 강의료가 2만원대로 전국 어학당 중 최저 수준인데, 시간 외 근로까지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어강사의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는 한국어 교육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국제한국어교육학회에서 한국어교사 처우 만족도를 조사한 이수미 성균관대 학부대학 대우전임교수는 “각 언어교육원에서 추천된, 또 무작위로 뽑힌 한국어강사 몇몇을 인터뷰한 결과 한국어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는 행위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대다수가 9∼10점을 택했지만 수업 외 근로환경에 대한 만족도는 1∼3점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한국어강사 김모씨는 “저를 비롯한 모든 강사가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이 단지 대학뿐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한국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해 긍지를 가지고 일한다”면서 “그런데도 한국어강사라는 이유만으로 왜 이렇게 당당히 말도 못하는 상황까지 왔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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