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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미세먼지 없는 날… 인공강우 실험 결국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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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5 19:01:04 수정 : 2019-01-25 18:4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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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인공강우 실험이 ‘역시나’로 끝날 전망이다. 실험이 진행된 25일 서해 남부 해상에는 먼바다에는 비도 없고, 씻어낼 먼지도 없었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기상항공기는 이날 오전 8시52분 김포공항을 이륙해 오전 10시쯤 전북 군산시 남서쪽 70㎞ 해상에 도착했다. 당초 실험은 인천 옹진군에 속한 덕적도 부근에서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날씨 상황에 따라 구름이 더 많은 군산 인근으로 변경됐다.

기상 항공기는 약 1500m(5000피트) 높이에서 시속 35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오전 10시13분부터 1시간 가까이 인공강우 물질인 요오드화은 연소탄 24발을 살포했다. 요오드화은은 비를 만들기 위한 씨앗 역할을 한다.

기상 항공기에 탑승한 연구진은 하늘에서 군산항에서 출항한 관측선(기상 1호)에 탄 김종석 기상청장 등은 바다 위에서 구름 변화를 관찰했다.

하지만 비나 눈이 내리지는 않았다.

기상1호에 탑승한 한 관계자는 “항해 시간이 길었지만 배 위에서 강수·강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관측선 주변에서 구름이 발달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이것이 이번 실험의 결과인지 아니면 자연적인 현상인지는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

올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기승을 부리던 미세먼지도 이날은 어쩐 일인지 잠잠했다.

실험이 진행된 시각 군산의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32∼36㎍/㎥, 주변 지역인 충남 서천은 19∼25㎍/㎥로 대체로 ‘보통’ 수준을 보였다. 실험 지역은 자체 오염원이 없는 곳이어서 외부 오염물질 유입 감시를 목적으로 설치된 제주 고산리와 인천 백령도 측정소 농도와 더 가까울 수 있다. 실험 시각 두 곳의 농도는 11∼15㎍/㎥로 ‘좋음’이었다.

공교롭게도 먼지가 걷힌 날 실험을 진행한 꼴이 됐다.

정부도 이 부분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지난 23일 브리핑에서 장윤석 국립환경과학원장은 “먼지 저감효과를 보는 실험이라 먼지가 있어야하지만 25일은 보통으로 예상된다”며 “오히려 습도가 올라가 (농도가) 증가할 수도 있어, 그 부분도 세밀히 연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택일의 문제를 인정한 셈이다.

이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특단의 대책을 주문하며 인공강우를 언급하자 서둘러 실험을 계획했다는 방증이다. 환경부는 공식적으로는 “지난주에 계획한 일”이라고 밝혔지만 22일 발표한 담당과가 속한 생활환경정책실의 업무계획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 일과시간이 끝난 그날 저녁에야 기자단에 계획이 전달됐다.

정부가 실험을 서두르는 바람에 의미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는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보려면 미세먼지가 있는 날 실험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정부 업무평가 ‘미흡’을 받은 환경부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이벤트를 벌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은 주말 동안 이번 실험 결과를 분석해 오는 28일 중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실험으로 구름·강수 입자가 얼마나 커졌는지가 주 내용이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 여부는 정밀 분석을 거쳐 약 1개월 뒤 공개한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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