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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기 후배 앞에서 영장심사… 양승태 '꽃길'의 끝은 [뉴스+]

입력 : 2019-01-23 18:30:34 수정 : 2019-01-23 17:3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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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 대법원장 첫 구속 여부 심사 / 梁, 법정 들어가며 아무 답변 안해 / 사법농단 혐의 놓고 檢과 법리 다툼 / 梁 “재판개입 법원 구조상 불가능” / 서울구치소서 결과 기다리며 대기 / 박병대 두 번째 영장심사도 진행 / 일선 법관들 “참담함에 언행 조심”
전국 법관 3200여명을 대표하던 전직 대법원장이 직권남용 등 혐의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까마득한 후배 판사 앞에서 영장심사를 받았다. 사법부 수장이 영장심사를 받는 모습에 일선 판사들은 참담함을 넘어 자괴감을 토로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사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했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4시6분까지 5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23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서울구치소로 가기 위해 법원을 나서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전·현직 통틀어 대법원장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1948년 사법부 출범 이래 처음이다. 지난달 7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심사도 이날 진행됐다. 사법연수원 2기인 양 전 대법원장은 연수원 기수로 따져 스물다섯 기 후배인 명재권(사법연수원 27기) 부장판사가, 연수원 12기인 박 전 대법관은 열다섯 기 후배인 허경호(〃 27기) 부장판사가 구속 필요성을 심사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
이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에 수사를 맡은 특수부 소속 부장검사와 부부장검사를 내세워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강제징용 재판을 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를 만나 재판계획을 논의하고,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에서 인사 불이익을 줄 판사 이름 옆에 직접 ‘V’ 표시를 한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 등의 혐의와 각종 증거 자료를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별도 프레젠테이션 자료도 동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무법인 로고스 최정숙·김병성 변호사의 조력을 받으며 결백을 호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재판 개입’은 법원 구조상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양 전 대법원장이 형사 처분을 받을 만한 범죄 행위를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법정에서 심문을 마친 두 사람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로 옮겨 밤늦게까지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오전 법원 청사를 찾은 두 사람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심사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떠시냐”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다문 채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을 밀치기도 했다. 양 전 대법원장보다 일찍 청사에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법관도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법정에 들어갔다.


“구속하라” vs “안 된다” 법원 앞 맞불집회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를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린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촉구하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쪽 사진) 소속 노조원들과 구속을 반대하는 보수단체 회원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날 법원에서는 종일 착잡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수도권 소재 법원 판사 A씨는 “대법원장이 영장심사를 받는 것 자체에 여러 법관들이 참담함을 느끼며 말을 조심하고 있다”며 “법관 사내망(코트넷)과 공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상당히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지방법원 판사 B씨도 “재판개입 여부는 재판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법관의 꽃인 대법원장이 수사·심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자괴감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일선 판사들의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염두에 둔 듯 내부 단속에 나섰다. 그는 최근 한 법원을 방문해 “기존 과거 사법행정의 잘못된 부분이 오랫동안 누적돼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스스로 권한을 많이 내려놓겠다”고 밝혔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법관 300여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이판사판 야단법석’에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별다른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검찰이 청구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에는 그가 임기 중 해당 커뮤니티 와해를 시도했다는 내용도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박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이 영장심사를 받을 때만 해도 이 커뮤니티에는 참담하다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염유섭·배민영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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