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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과수 개발 얼굴인식기술, 구글·페이스북과 성능 똑같아" [세계초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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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2 21:54:09 수정 : 2019-01-22 16: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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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강원도 강릉 펜션 화재사고 원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감식 하루 만에 ‘보일러 시공자의 부실시공 탓’으로 밝혀졌다. 세월호 미수습자 신원확인은 유전자 감식 의뢰 27시간 만에 이뤄졌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건설 중인 스마트시티에는 국과수가 독자 개발한 생체인식 기술이 적용된다.

최근 문을 연 국과수 중앙법의학센터 등에는 한국의 선진 과학수사 기법과 기술을 배우려는 베트남, 스리랑카 등 아시아 관계자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과 몽골 등 아시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영국 등 세계가 과학수사 신흥강국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 과학수사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는 최영식(61) 국과수 원장을 22일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 내 국과수 본원에서 만났다. 최 원장은 2시간 정도 진행된 인터뷰 대부분을 국과수 연구원들 자랑에 할애했다. 그는 구글, 페이스북과 똑같은 인식률(99.9%)의 얼굴인식기술이나 세계 각지에서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위폐 방지 모바일 앱,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진가를 발휘한 ‘디지털 증거물 인증 서비스’ 등의 성과는 “열악한 근무 여건에서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 한다’는 사명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이 22일 강원도 원주 국과수 본원에서 “‘누구 하나 억울한 죽음이 없게 하자’는 모토는 국과수의 사명감과 희생만으로는 실현될 수 없다”며 과학수사 담당 인력 증원 등의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공

최 원장은 올해도 ‘아시아 과학수사의 메카’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수사전문기관으로 웅비하고자 하는 국과수의 노력은 계속된다고 강조했다. 서울(1955년), 부산(1990년), 광주(1997년), 대전(2000년), 원주(2005년, 2013년 국과수 본원으로 이전 개원), 대구(2013년)에 이어 올 상반기 제주에도 지방연구소가 개소하고 또 하나의 숙원사업이었던 법공학 연구실험동 설립부지 예산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최 원장은 법의관 한 명이 1년에 200∼300구의 시신을 부검해야 하는 근무 여건이 “자부심과 사명감만 갖고 일하기에는 너무나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또 범죄는 점차 흉포화, 지능화, 다각화하고 있는데 과학수사기관 지원은 수십년간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그로부터 한국 과학수사의 현황과 목표, 그리고 국과수 사람들의 고충을 들어봤다.

―한양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뒤 법의관의 길로 들어섰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국군수도병원에서 공중보건의로 있었는데 한 선배(이원태 10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가 ‘지방 갈래, 서울에서 근무할래?’라며 국과수 근무를 권유했다. 한 4∼5년만 고생하자며 1991년 국과수에 들어왔는데 벌써 30년이 다 돼간다. 그때도 대여섯명 되는 동료들과 몇 년만 고생하면 (열악한 근무 여건이) 바뀌겠지 했는데, 정부 조직이 그렇게 쉽게 바뀌진 않더라.”

―국과수 본원 입구에 세워져 있는 슬로건 ‘진실을 밝히는 과학의 힘’이 인상적이다.

“1년에 25만건 이상의 죽음이 발생하는데 이 중 약 3만5000건이 변사다. 형사사건에서 사인(cause of death)보다 중요한 게 사망의 종류(manner of death)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 추락사의 경우 사인은 두부 손상, 다발성 장기손상처럼 죽음의 직접적 원인이고, 사망의 종류는 추락 전 상처나 다툼, 음주 여부 등 죽음의 과정을 살피는 것을 말한다. 과학수사 기법과 기술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단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도 없게 하자’는 게 국과수의 임무이자 목표다.”

―갈수록 법정증거주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국과수의 역할은.

“국과수는 형사사건의 헌법재판소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보루이고 최종 결론이다. 국과수가 흔들리면 사법체계 전반이 흔들린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과수에 대한 국민 신뢰도나 사회적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스리랑카 전체 검사의 10분의 1 정도인 20명에 대한 2주간의 유전자 분석·디지털포렌식 교육연수나 베트남·몽골 당국에 대한 지원사업 등으로 국제적 위상도 많이 높아졌다. 과학수사 선진국 사람들도 (최근 개설한) 법의학센터를 둘러보고는 한국에 이런 곳이 있느냐고 다들 놀란다. 한국이 아시아 과학수사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디지털포렌식 분야는 국과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하던데 맞는 말인가.

“관련 분야에서 우리가 원천특허를 가진 게 많다. 대표적인 게 위폐방지 모바일 앱이다.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깔면 2∼3초 이내에 다용도 마킹이 나타나는 기술이다. 위조 화투나 위폐 식별도 가능하다. 또 우리가 개발한 얼굴인식 프로그램 인식률은 구글, 페이스북과 똑같은 99.9%다. 서울 서부면허시험장 가짜 사진 식별과 인천공항 테러용의자 추적, 제주시 외국인전용 카지노 위조여권 식별 프로그램에도 우리의 기술이 적용됐다.”

―국과수가 증도가자와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등 미술품 감정도 하는 이유는.

“우리는 수사기관이 의뢰하면 다 한다. 2015년 증도가자 위작 감정은 2012년부터 진행한 연구개발 사업(서체 비교 프로그램)의 테스트 차원에서 진행했다. 앞으로 ‘미술품의 유통 및 감정에 관한 법’이 시행되면 국가기관이 보유한 미술품의 위작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된다. 전문가들의 안목 감정에 더해 동위원소 측정 등 과학적 방식으로 위작 여부를 감정할 인증기관을 꿈꾼다.”

―올해 알리고 싶은 국과수 사업은.

“제주과학수사연구소가 늦어도 6월까지는 들어선다. 국과수의 숙원사업이었다. 제주도 특성상 마약 감정까지는 2, 3일 걸렸다. 연간 180건 정도 되는 부검도 지금까지 몇십 년째 제주대 의대 강현욱 교수가 도맡아 오고 있다. 또 본원 인근에 법공학 연구실험동 신축사업에 착수한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과수를 방문했을 때 ‘현대차 기종을 (차량결함 등) 시험하는데 현대차 시험장에서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으냐’고 이야기했더니 토지매입비 380억원이 확보됐다.”

―국과수가 이 같은 국내외 평가를 받게 된 저력은 무엇인가.

“국과수 본원에는 법유전자과, 법독성학과, 법화학과, 법안전과, 디지털분석과, 교통사고분석과, 법심리과, 중앙법의학센터 등이 있다. 거의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른다. 각자 전공분야에서 연구하고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시스템 자체가 시너지를 낼 여지가 많다. 교차검증과 디지털 기록화 등 잘못된 감정을 막기 위해 이중삼중의 방패막과 시스템적인 매뉴얼을 갖추고 있는 것도 국과수의 강점이다.”

―아쉬운 점은.

“과학수사가 활성화하고 시스템을 갖추려면 기본적으로 국과수 인원이 많아져야 한다. 일선에 계신 분들이 국과수 사람이 없어 그냥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가 사건 현장을 처음 보면 많은 의견을 제시할 수가 있다.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법의관이 100명이라도 있어야 한다. 31명(정원은 53명)이 1만건에 달하는 부검을 담당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또 해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같이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도 2013년부터 365일 상시부검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하루 100만원 정도의 영안실 비용 등 유가족들 경제적 부담과 계속 수사가 늦어지는 경찰 입장을 고려했다. 또 지난 수십년간 증원을 안 해줬는데 우리가 사람을 받기 전 왜 법의관이 더 필요한지를 먼저 보여주자는 생각도 있었다.”

―국과수와 법의학 쪽 숙원이 검시 관련법 제정이라던데.

“변사자를 부검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수사지휘를 하는 검사다. 검사가 범죄와의 연관 가능성을 따져 해부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검사가 현장에 나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의학적 지식도 부족하다. 법제화된 부검 기준이 없고 검사가 법의관의 의견을 들을 의무도 없어 부검 결정이 상당히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지난 28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자면.

“2003년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장이었는데 그때 처음 사건 현장을 가봤다. 또 담당 형사과장들과 ‘포렌식 케이스 리뷰 콘퍼런스’(FCRC)를 열어 사건 특징과 유사성, 용의자 등에 대해 논의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마음이 아팠던 때는 매번 관할 지역 시신을 갖고 오던 경찰관을 해부했을 때다. 과로사였는데 얼마나 바쁘게 살아왔으면 자신의 심장 문제도 모르고 살아왔을까 하는 비애감이 들었다.”

―앞으로 국과수 원장으로서, 그리고 개인적 목표가 있다면.

“과학수사 교육원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 있다. 경찰관들은 물론 검찰과 판사 등도 과학수사 재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사법연수원 시절 잠깐 배운 과학수사 교육만으로 부검 여부를 결정하고, 판결을 내린다. 개인적으로는 국과수를 나가게 되면 10년 정도는 촉탁(객원)법의관을 하고 싶다. 지난 28년 동안 5000여구의 시신을 부검한 법의관의 재능기부인 셈이다.”

대담=이상혁 사회2부장, 정리=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최영식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원장은…

△1958년 부산 출생(61세) △경남고 △한양대학교 의학과 졸업(1983) △한양대 의학과 석·박사 △한양대학교의료원 진단검사의학과 전공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관, 법의학과장, 수석 법의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부장,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 △제13대 대한법의학회 회장 △제3대 국과수 원장(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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