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군과 군민이 손잡고 산천어 얼음 낚시와 맨손 잡기, 빙판위에서 즐기는 눈썰매와 봅슬레이 등 각양각색의 체험과 볼거리, 산천어 구이와 회를 비롯한 먹거리 마당을 준비하는 등 축제 성공을 위해 애쓴 결과라고 봅니다. 당연히 강원도 산골짜기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자 노릇을 하는 축제가 됐지요. 실제 1년 전 겨울 축제기간만 해도 사상 최대인 173만명이 몰렸는데 3년 연속 외국인 방문객 10만명 돌파를 기록한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화천군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축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제라는 이름의 집단학살을 멈춰주세요’, ‘인간 유흥을 위해 매년 76만 마리 어류(동물)죽이는, 동물집단학살축제 개선 청원’, ‘산천어 축제 폐지 청원’이 잇따라 제기된 겁니다.
청원인들은 얼마 전 비슷한 문제의식을 보도한 일부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산천어 축제는 오로지 인간의 유흥을 위해 한 해 76만 마리의 산천어가 3주 안에 모두 죽어야 끝나는 사건”, “인간에겐 ‘축제’라고 하지만 산천어에겐 ‘집단학살’, 산천어 축제의 모든 과정은 산천어들에게 ‘학대’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산천어축제 개막 시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등 동물·환경 단체 연합인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가 축제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 축제의 잔혹성을 비판하며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지요.
자녀들과 함께 산천어 축제를 즐기다 온 사람들이나 한 번 가보고 싶은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까지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이 아닌 ‘산천어’ 입장에서 보면 그렇기도 하겠어요. 다만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해당 청원에 달린 동의 건수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네요.
지난 1월 6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산천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자료사진 |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둘러보고 수행원들과 삼지연 초대소에서 오찬을 할 당시 메뉴 중 하나가 산천어였다는데, 문득 청와대는 산천어 축제 폐지 청원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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