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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축제는 '동물 집단학살'?…폐지 청원 등장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입력 : 2019-01-22 14:55:58 수정 : 2019-01-22 14: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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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화천군 대표 지역 축제/ "인간에겐 '축제'라고 하지만 산천어에겐 '집단학살'" 폐지 청원 제기 / 화천군 관계자 "축제가 위법한 것도 아니고 너무 무리한 시각"
‘산천어 축제’ 한 번쯤은 들어보셨지요? 강원도 화천군에서 2003년 시작돼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산천어 축제는 매년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지역 축제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축제 중 최고 등급인 ‘글로벌 육성 축제’로 지정하고, 한국관광공사는 “온 가족이 함께 최고의 겨울을 보낼 수 있는 진미”, “수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으로 더욱 풍성하고 즐겁게 만들어지는 산천어 축제”, “매년 더욱 짜릿하고 즐거운 축제”라며 적극 홍보할 정도죠. 미국 CNN 방송이 ‘세계 겨울의 7대 불가사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을 만큼 해외 여러 나라에도 자주 소개되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잡았습니다.

화천군과 군민이 손잡고 산천어 얼음 낚시와 맨손 잡기, 빙판위에서 즐기는 눈썰매와 봅슬레이 등 각양각색의 체험과 볼거리, 산천어 구이와 회를 비롯한 먹거리 마당을 준비하는 등 축제 성공을 위해 애쓴 결과라고 봅니다. 당연히 강원도 산골짜기의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효자 노릇을 하는 축제가 됐지요. 실제 1년 전 겨울 축제기간만 해도 사상 최대인 173만명이 몰렸는데 3년 연속 외국인 방문객 10만명 돌파를 기록한 올해도 비슷한 규모의 관광객이 찾을 것으로 화천군은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축제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어찌된 일이냐고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축제라는 이름의 집단학살을 멈춰주세요’, ‘인간 유흥을 위해 매년 76만 마리 어류(동물)죽이는, 동물집단학살축제 개선 청원’, ‘산천어 축제 폐지 청원’이 잇따라 제기된 겁니다.

청원인들은 얼마 전 비슷한 문제의식을 보도한 일부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산천어 축제는 오로지 인간의 유흥을 위해 한 해 76만 마리의 산천어가 3주 안에 모두 죽어야 끝나는 사건”, “인간에겐 ‘축제’라고 하지만 산천어에겐 ‘집단학살’, 산천어 축제의 모든 과정은 산천어들에게 ‘학대’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가족단위 관광객도 많이 찾는 이 축제를 두고 “생명을 존중하지 않고 함부로 다루는 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우진 않을까요”라며 아이들에게도 비교육적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산천어 축제의 ‘대박 흥행’ 소식에 다른 지자체에서도 우후죽순 송어잡기 축제를 벌이는 등 지방정부가 세금으로 동물 학대 축제를 벌이고 있다며 “맨손잡기 프로그램을 전면 재검토하는 등 생태적인 축제로 바뀔 수 있도록 축제에 이용되는 동물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동물복지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산천어축제 개막 시 ‘동물을 위한 행동’, ‘동물해방물결’, ‘생명다양성재단’ 등 동물·환경 단체 연합인 ‘산천어 살리기 운동 본부’가 축제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천어 축제의 잔혹성을 비판하며 폐지를 촉구하기도 했지요.

자녀들과 함께 산천어 축제를 즐기다 온 사람들이나 한 번 가보고 싶은 사람들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렇게까지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인간이 아닌 ‘산천어’ 입장에서 보면 그렇기도 하겠어요. 다만 대중적인 공감을 얻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입니다. 해당 청원에 달린 동의 건수도 아직까지는 미미한 수준이네요.

지난 1월 6일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을 찾은 관광객들이 산천어 낚시를 즐기고 있다.
자료사진
화천군 관계자는 “축제가 위법한 것도 아니고 (물고기 학대 등의 주장은) 너무 무리한 시각인 것 같다. 그런 논리라면 (축제에 쓰이는) 산천어를 비롯해 가두리 양식으로 키우는 어류의 경우 모두 학대당하는 셈이니 가두리 양식을 전면 금지하라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그런 의견을 가진 분들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할 뿐 ‘산천어 축제 폐지 청원’에 대한 군 차원의 입장은 따로 없다”고 합니다.

지난해 9월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백두산 천지를 둘러보고 수행원들과 삼지연 초대소에서 오찬을 할 당시 메뉴 중 하나가 산천어였다는데, 문득 청와대는 산천어 축제 폐지 청원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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