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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아르바이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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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21 00:11:24 수정 : 2019-01-21 0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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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의 일이다. 대학에 들어간 아들은 집 앞 치킨집에서 일자리를 구했다. 일주일에 사흘, 하루 7시간짜리 아르바이트였다. 일하는 날에는 자정을 넘어 돌아왔다. 피곤할 만한데도 표정은 늘 밝았다. 대학입시 공부에 진저리치던 예전과는 달랐다.

이런 생각을 또 했다. “공부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공부를 강요하면 안 된다.”

공부를 전쟁하듯 하는 작은 딸아이도 대학 합격 후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 앞 감자튀김집으로 달려갔다. “돈 많이 주는 과외나 하지, 뭣 하러 힘든 일을 하느냐”고 물었다. 과외는 시간당 2만원대 중후반, 튀김집은 6000원대 중반. 물론 과외 아르바이트도 했다. 하지만 튀김집 일이 더 좋단다. 그곳에는 주말에만 갔다.

늦은 밤 돌아온 두 아이의 말은 똑같다. “우리 사장님 참 좋아!” 얼마나 좋은지 서로 자랑을 했다. 장사가 형편없는 날에는 사장님을 걱정했다. ‘좋은 분’을 만난 덕에 열심히 일하고, 그런 아이에게 사장님은 가끔 보너스를 주고, 남은 음식도 싸준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작년 1월 한 김밥집을 찾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종업원은 말했다. “장사가 잘돼야 임금을 올려줘도 마음이 편하지요.” 열 중 여덟아홉은 똑같은 마음일 게다. 두 아이도 똑같은 걱정을 했으니.

요즈음 풍경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입시 시즌이 끝나면 편의점으로, 치킨집으로 우르르 쫓아가 일자리를 구하던 학생들. 그런데 계산대에는 나이 든 사람이 부쩍 늘었다. 십중팔구 가게 주인이다. 표정이 밝지 않다. 손님을 맞는 빵끗 웃음은 가물에 콩 나듯 한다.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다르지 않다. 주인은 생업을 걱정하고, 아르바이트생은 주인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최저임금을 2년째 크게 올린 뒤 늘 보는 일상의 자화상이다.

알바천국이 설문조사를 했다. 소상공인 둘 중 한 명은 “아르바이트생을 줄였다”고 했다. 열 중 여덟은 주휴수당 부담을 줄이기 위해 ‘쪼개기 알바’를 실행했거나 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이 1만원을 훌쩍 뛰어넘으니.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행복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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