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지루한 북미 샅바싸움… 김정은은 트럼프를 원한다 [특파원+]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특파원+

입력 : 2019-01-19 11:14:19 수정 : 2019-01-19 11:14:1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진전없는 北 비핵화 / 정치적 궁지 몰린 트럼프 / 2차 북미정상회담 카드 꺼내 들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 중인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18일(현지시간) 숙소인 듀폰서클 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오전 11시부터 50분간 회담했다. 김 부위원장은 이어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그의 집무실에서 12시 15분부터 약 90분 동안 면담했다.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은 김 부위원장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협상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평가했다. 오는 2월 말로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이 지루한 샅바 싸움을 했고, 그 결과는 ‘북한 승리, 미국 패배’라는 것이다.

북한은 무엇보다 트럼프 정부에서 믿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트럼프 대통령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트럼프 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은 ‘북핵 담판’의 걸림돌일 뿐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일한 대북 비둘기파이고, 나머지 외교·안보팀 책임자들은 모두 매파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런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과 직거래를 노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끝없이 친서를 보내고, 북·미 고위급 회담과 실무자급 회담을 거부해온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 부위원장은 이번에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면담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활용했다. 김영철-폼페이오 회담 50분, 김영철-트럼프 대통령 면담 90분은 북한의 전략이 제대로 먹힌 결과라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해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궁지 몰린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국내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다. 그는 최장기 연방 정부 셧다운 사태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로 대통령 선거전 당시 러시아 측과 공모했다는 증거가 속속 언론을 통해 폭로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다수당이 된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을 벼르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는 이날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고 북한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기정사실로 하고,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 하자 북한이 그를 기꺼이 도와주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전 디마지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선임 연구원은 폴리티코에 “북한이 미국 국내 정치 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고, 그들이 대미 협상 전략을 짜면서 트럼프의 입지가 약화된 점을 전적으로 이용할 것으로 미국이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디마지오 연구원은 “북한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오로지 트럼프 대통령 한 사람과 딜을 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면서 “그 결과 미국의 관리들이 북한 측 실무자들과 협상하려들 때는 벽에 부딪혔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김영철이 트럼프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의 협상 전략에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폴리티코는 “김영철이 폼페오 장관 등과 만난 시간은 트럼프 면담 시간보다 현저하게 짧았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미 견해 차이

김 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과 2월 말 북·미 정상회담 개최 확인에도 불구 북한의 비핵화 분야에서는 아무런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날 “트럼프와 김영철의 만남으로 고위급 대화가 이어지고, 긴장이 누그러졌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을 폐기하는 데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은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리라는 것 이외에 다른 세부 사항을 발표하지 않았다. 로버트 팔라디노 국무부 대변인은 폼페이오-김영철 회담에 대해 “좋았다”고 짧게 설명했다. NYT는 “이는 북·미 양측이 여전히 회담 장소와 실행 계획을 놓고 다투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정부의 빈약한 설명은 차치하고, 트럼프 정부가 김 부위원장과의 면담 내용에 대해 본질에서 발표할 게 아무것도 없거나 2차 정상회담에서도 얻어낼 게 없다는 뜻이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세부 사항 결핍은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국이 북한의 핵 포기와 관련해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어서 새로운 의문이 제기된다”고 강조했다. 수미 테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양측 간에 구체적인 합의가 없는 것 같다”면서 “김영철은 자신에게 뭔가를 강요하는 미국 관료들과는 만나고 싶어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뭔가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릴 필요가 있어 김영철을 만났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싱가포르 정상회담. 연합뉴스
◆2차 북·미 정상회담

백악관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2월 말 개최할 것이고,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를 다음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김 국무위원장의 특사로서 방미한 김 부위원장의 예방을 받고 90분간 면담을 한 뒤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부위원장과 90분간 비핵화와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을 고대하고 있다”면서 “회담 장소는 다음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이어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 간 면담에 대해 “생산적이었다”면서 “북·미 대화를 계속할 것이고, 대통령은 그 회담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