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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공포, 죽지 못해 장사 합니다"…마스크 쓴 길거리 상인 '겨울 장사 포기' [김기자의 현장+]

입력 : 2019-01-19 09:00:02 수정 : 2019-01-20 14:5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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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미세먼지 공포 / 길거리 상인들, 겨울 대목 '울상' / 마스크를 쓴 채 장사하는 길거리 상인 / 사회경제적 비용 연 1조 4000억 소요 / 1인당 747만원…고혈압 10배 / 미세먼지 농도 높으면, 한의원이나 병원에 사람들이 몰려
 

서울 한 전통시장 어묵 가게는 텅빈 모습이다.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시민들이 길거리 음식을 찾지 않아 보인다.

"먹는장사든 뭐든 문을 열어놔야 사람들이 들어오죠. 이건 뭐 문 열 수도 없고 닫을 수도 없고, 동네 장사해서 몇 푼 번다고, 환장합니다."

'삼한사미'(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었다. 짙은 회색의 초미세먼지 띠에 갇힌 하늘은 푸른 빛깔을 잃어버린 지 오래됐다. 그야말로 미세먼지는 일상생활 깊숙이 파고들어 삶의 일부분이 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사람이 늘면서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하다. 길거리에는 두꺼운 공업용 마스크 쓴 듯한 사람들이 점점 늘면서 이제는 흔한 장면이 됐다.

15일 오전 8시 기준 서울 서대문구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153㎍/㎥를 기록해 매우 나쁨(76㎍/㎥) 기준을 크게 넘어섰다. 강원도 원주시 명륜동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171㎍/㎥까지 치솟았다. 충북 청주 사천동 162㎍/㎥, 전북 군산시 신풍동 133㎍/㎥, 대구시 서호동 127㎍/㎥를 기록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의 대기 상황이 매우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과 경기도엔 2015년 환경부가 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됐다. 또 2017년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초로 서울 등 수도권에 사흘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숨쉬기 거북할 정도로 공기가 나쁜 날이 이어졌다. 수도권 등에 사흘 이상 연속으로 비상저감 조치가 시행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며칠째 이어진 최악의 미세먼지는 시민들의 생활을 바꿔 놓았다.

"문이라도 열어둬야 사람이라도 구경하지" 이날 서울 한 전통시장에서 만난 김모씨는 "우리 같은 사람이 날뛴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미세먼지 없어지길 바랄 뿐, 뭐 있나요"라고 했다. 반찬 가게를 운영하는 그는 "하루가 다르게 손님이 줄어요. 젊은 사람들은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찾지 여기는 오지를 않아요. 단골 어르신들도 마스크 쓴 채 몇 분만 오시고, 답답 합니다"라고 하소연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전통시장은 찾는 발길이 뚝 끊긴다. 인근 한 상인은 "우리 같은 사람은 잘 벌어봐야 몇만 원, 오늘 같은 날은 집에 있으면 불안하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나온다"고 했다. 그는 "추울 땐 춥다고 사람 없고 날이 풀리면 미세먼지에 탓 사람 없다"며 "사람들이 가게 앞을 지나가야 부르기라도 하지"라며 한탄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시장을 둘러봤다. 실내에 불을 켜 놓은 채 문을 닫고 장사를 하거나 아예 장사를 포기하고 묻을 닫은 상점들도 눈에 띄었다.

길거리 음식을 장사하는 노점 상인들은 초미세먼지에 직격탄을 맞았다. 겨울철 대목 장사를 포기해야 할 시정, 만두가게나 어묵가게를 찾는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모씨 "미세먼지 예보가 뜨는 날이면 재료를 반으로 줄인다"고 말했다.

"오늘 집에 있을까 말까 하다 고민했는데, 괜히 나온 것 같다" 붕어빵 장사 박모씨는 "나부터 마스크를 쓰고 장사하는데, 손님들은 사서 먹겠어요?"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스 값도 안 나올 것 같다"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 미세먼지 농도 높으면, 한의원이나 병원에 사람들이 몰려

며칠째 이어진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공습으로 시민들은 숨쉬기조차 어렵다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두통 및 목과 코의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한의원이나 병원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실제 미세먼지가 10㎍ 증가할 때마다 병원을 찾는 호흡기, 아토피 환자가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 됐다. 미세먼지가 체내에 흡수되면 면역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염증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에 오르고,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오전 서울 도심 하늘이 뿌옇게 흐려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내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사회경제적 비용 조사' 결과에 따르면 COPD 치료를 위해 연간 1조 4000억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 국내 대표적 만성질환인 고혈압의 1인당 사회경제적 비용 73만원, 당뇨병 137만원, 허혈성심질환 256만원인데 비해 COPD는 747만원에 이른다. 고혈압보다 COPD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10배, 당뇨병보다 5배 이상이다.

서울특별시한의사회 의무이사 황만기 원장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기도가 자극을 받아 기침이 발생하고 심하면 호흡곤란까지 올 수 있다"며 "심장과 폐 질환 환자, 어린이, 노인, 임산부는 미세먼지 노출로 인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짙은 잿빛 세상"…쇼핑몰 '북적거려'

미세먼지 극성 탓에 외출을 자제하고 대신 실내 복합쇼핑몰을 발길을 돌렸다. 여의도 한 복합쇼핑몰 이른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음식점마다 긴 줄이 출입구 바로 앞까지 이어져 있었다.
여의도 한 복합쇼핑몰 이른 점심시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인근 직장인 이모씨는 "이른 시간에 점심을 해결하고, 아이쇼핑도 할 수 있어서 일찍 나왔다"며 "숨쉬기도 힘들고, 회사에 업무를 볼 때마다 기침이 난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영화관, 서점 등 실내시설을 잘 갖춰져 있는 곳을 찾아 시간을 보냈다. 딸과 함께 쇼핑물로 나들이를 나온 최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 아이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며 "아이 건강을 생각하면 외출하기가 겁나지만, 집에만 있을 수 없어서 산책 겸 복합쇼핑물을 찾았다"고 말했다.

◆ 초미세먼지…"저감노력 지속해야"

지난해 월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월이 34.2㎍/㎥로 가장 높고 이어 1월(32.3㎍/㎥), 2월(30.2㎍/㎥) 순이었다. 가장 낮은 달은 9월로 9.5㎍/㎥이었고 8월(13.7㎍/㎥), 10월(14.6㎍/㎥)이 뒤를 이었다. 정부는 초미세먼지 농도를 크게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분류한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반올림 시 23㎍/㎥)가 전년(25㎍/㎥)보다 약 8% 떨어진 것은 고농도 시 발령된 비상저감 조치 등이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한 데다 중국의 대기 질이 과거보다는 개선된 덕분으로 보인다. 하지만 서울의 지난해 초미세먼지 농도 22.8㎍/㎥는 영국 런던(11㎍/㎥)이나 일본 도쿄(12.8㎍/㎥), 프랑스 파리(14㎍/㎥), 미국 로스앤젤레스(14.8㎍/㎥·이상 2017년 기준)보다는 여전히 훨씬 높다.
초미세먼지가 '매우 나쁨' 수준에 오르고,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된 15일 서울 서대문구 한 야외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일부 노동자들만 마스크 쓴 채 일하고 있다.

환경부는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 2019년도 업무보고에서 서울의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를 2022년 17㎍/㎥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다음 달 15일부터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 그동안 수도권 공공·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가 전국 민간부문으로 확대되는 등 한층 강화한 대책이 집행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평소 미세먼지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면 재난 상황에 준해 총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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