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되어 운영이 중단된 서울 중구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을 한 어린이가 바라보고 있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초미세먼지 시간 평균 농도가 75㎍/㎥ 이상이 2시간 지속될 때 내려진다. |
억지로 마스크를 씌우자니 아이가 발버둥을 치는 탓에 진땀이 흐르고, 싫어한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씌우지 않자니 미세먼지가 미치는 악영향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이씨는 특히 “부모의 마음을 아이가 알아주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해 답답하다”며 “우리 부모님께서는 적어도 미세먼지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으셨는데 환경문제가 심각해지니 딸에게 짐 하나를 더 지우는 것 같아 내가 미안하다”고 말했다.
유치원생 딸을 둔 최모(41)씨도 아침마다 전쟁이다.
일어나자마자 미세먼지 농도를 체크하는 게 습관이 됐다는 그는 “딸과 같이 집을 나가며 마스크를 씌우느라 힘이 빠진다”며 “아이에게 왜 마스크를 써야 하는지 설명해주지만 아무래도 아이는 얼굴에 뭔가를 쓰는 게 답답한 듯하다”고 밝혔다.
손잡고 걸어가는 어느 모자(母子). 세계일보 자료사진 |
마스크에 모자까지 푹 눌러쓴 채 엄마나 아빠 손을 잡은 아이 △횡단보도에서 엄마와 마스크로 씨름하는 아이 △마스크를 씌우는 게 미안했는지 아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는 아빠 등 제각각이다.
자녀에게 마스크를 강요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면서 다른 부모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글도 발견된다. 한 누리꾼은 자녀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고 거리에 나갔다가 주변에서 “어쩌면 부모가 되어서…”라는 말까지 들었다며 남의 속도 모르고 함부로 말하는 누군가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해당 게시물에는 △우리 아이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자주 만나는 또래가 마스크를 쓰면 따라하고 싶은 마음에 쓸 수도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밖에 못 나간다고 윽박질러야 한다 등의 답글이 달렸다.
의학계에 따르면 1분에 12회 정도 호흡하는 어른과 달리 20회 이상 호흡하는 어린이에게 미세먼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체중 1㎏당 호흡량은 성인이 보통 200ℓ지만, 4세는 450ℓ, 1세 미만은 600ℓ로 어린이의 호흡량이 성인보다 최대 3배나 많다. 같은 공간에서 아이와 어른이 동시에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아이가 마시는 미세먼지가 어른보다 훨씬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우격다짐으로 마스크를 강요하지 말고 아이 입장을 생각해본 뒤 깊은 대화를 나누라고 주문했다.
양말이나 신발을 신기 싫어하는 아이들의 사례를 언급한 이완정 인하대 교수(아동심리학)는 “아이들은 자기 활동성을 저해하는 물건을 싫어한다”고 마스크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아이가 마스크 쓰기 싫어하는 이유를 부모가 짐작하지 말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다”며 “(그러지 않으면) 부모의 짐작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해 아이의 속마음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부모가 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대화하면 아이의 마스크 거부감도 자연스레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이어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이 미세먼지 때문에 아파한다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마스크 착용을 유도해도 좋다”며 “부모가 먼저 마스크를 쓰는 모범을 보이고 선생님의 말은 부모와 달리 무게감이 느껴질 수 있으므로 교육기관에 부탁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