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여행도 하고 복도 받고… 가족·연인과 '돼지투어' 어때요?

입력 : 2019-01-19 17:28:39 수정 : 2019-01-19 17:28: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해년, 가볼만한 돼지 관련 여행지
새해는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간지의 마지막인 돼지의 해인 기해년이다. 돼지는 다산의 상징으로, ‘돼지 돈(豚)’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 재물을 뜻하기도 한다. 돼지꿈은 길몽이라 해서 크게 반길 정도로 예부터 돼지는 재물과 행운을 부르는 동물로 여겼다. ‘살찐 동물’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돼지이지만, 막상 생활 속에선 복덩이로 여겨지는 동물 중 하나다. 전국에 복덩이 돼지와 연관된 여행지들이 있다. 실생활에선 가장 인기 있는 식재료다. 회식 메뉴 부동의 1순위는 삼겹살이다. 돼지갈비도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부위와 조리법에 따라 수육, 족발, 순대, 곱창 등 입을 즐겁게 하는 수많은 음식으로 변신한다. 돼지와 관련된 여행에서 음식도 빼놓을 수 없다. 돼지와 연관된 여행지들을 둘러보고 복을 듬뿍 받는 한 해를 보내보자. 한국관광공사가 ‘돼지투어’를 할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했다.


경기 이천 ‘돼지보러오면돼지’는 돼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농장이다. 농장 내 돼지박물관에 귀여운 돼지 소품이 전시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이곳저곳 둘러보면 ‘돼지’

수학여행 단골 코스인 경북 경주 불국사에는 돼지가 한 마리 살고 있다. 불국사 극락전 앞에는 탑이 아니라 금빛 돼지상이 있다. 그 아래 ‘극락전 복돼지상’이라는 이름이 선명하다. 천년 고찰과 어울리지 않는 복돼지상이 있는 것은 2007년 초 극락전 현판 뒤에서 자그마한 돼지조각이 우연히 발견돼서다.

극락전 현판 뒤 기둥을 받치는 공포 위에 있는 돼지조각은 뾰족한 어금니가 드러나 멧돼지처럼 보이는데 자그마해 사뭇 귀엽다. 보통 사찰의 공포 위에는 조각이 없거나, 있더라도 용이나 봉황 등을 새기기 때문에 돼지가 발견된 것은 희귀한 일이다.

경북 경주 불국사의 ‘극락전 복돼지상’.
불국사가 창건된 통일신라 시대부터면 1000년 넘게, 임진왜란 때 불탄 극락전이 중수된 1750년부터 따져도 250년 넘게 숨어 있던 돼지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불국사에서는 ‘극락전 복돼지’라는 공식 이름을 지어주고 기념 100일 법회까지 열었다. 현판 뒤에 숨어 잘 보이지 않는 복돼지를 누구나 쉽게 보고 만질 수 있도록 극락전 앞에 자그마한 복돼지상까지 만들었다.

2017년 로또 당첨자가 “불국사 극락전 앞 복돼지를 쓰다듬고 현판 뒤에 있는 진짜 복돼지에게 로또 1등에 당첨되게 해 달라는 소원을 빈 다음 극락전으로 들어가 108배를 올리고 로또에 당첨됐다”고 밝히면서 복돼지 명성은 더 높아졌다.

경남 창원엔 돼지와 관련된 여행지가 두 곳이 있다. 돝섬과 저도가 그곳이다. 돝섬은 마산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는 섬으로, 10분이면 도착한다. ‘돝’은 돼지의 옛말로, 돝섬은 이름 그대로 돼지 섬이다. 입구에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는 환영 문구와 황금 돼지상이 여행객을 맞는다. 돝섬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신라 때 섬에서 밤마다 돼지 우는 소리가 나, 최치원이 섬을 향해 활을 쏘니 잦아들었다는 전설 등이 전해져서다. 섬은 천천히 산책하기 좋다. 풍경뿐 아니라 생명의 근원을 씨앗 모양으로 표현한 ‘생명―영(影)’을 비롯해 201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여러 작품이 섬에 있다. 이맘때면 동백꽃과 울긋불긋한 꽃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경남 창원 저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콰이강의다리 스카이워크’는 바닥에 투명유리가 있어 바다를 내려다보며 짜릿하게 다리를 건널 수 있다.
‘돼지 저’ 자를 쓰는 저도는 하늘에서 보면 돼지가 누운 형상이라 붙은 이름이다. 저도 가는 길은 바다를 끼고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다. 저도의 마스코트는 육지와 연결된 새빨간 다리다. ‘콰이강의다리 스카이워크’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포로들이 콰이강에 건설한 다리와 닮아서다. 길이 182m에 폭 3m 다리로, 바닥에 투명유리를 설치했다. 다리를 건너며 유리 너머로 13.5m 아래 출렁이는 바다를 보는 맛이 짜릿하다. 저도에서 빨간 다리만큼 유명한 것이 저도 비치로드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듣고 반짝이는 은빛 물결을 바라보며 걷는 길로, 섬을 껴안듯이 이어진다. 경사가 급하지 않아 마음도 편하다. 저도 비치로드의 백미는 2코스 해안데크로드로 오른쪽에는 절벽이, 왼쪽에는 바다가 출렁인다.

돼지의 옛말 ‘돝’에서 이름을 따온 경남 창원 돝섬에 있는 돼지 모양의 화분.
◆보고, 먹고, 즐기면 ‘돼지’

돼지 하면 지저분하고 게으른데, 맛있는 고기를 주는 동물로 여긴다. 똥오줌이 뒤섞인 축사에서 오로지 고기를 위해 6개월 동안 살다 가는 돼지를 봐왔기 때문이다.

경기 이천의 ‘돼지보러오면돼지’는 돼지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육농장이다. 돼지는 수명이 10∼15년이고, 잠자리와 화장실을 구분하며, 지능지수가 70∼85로 개보다 높다. 

돼지 농장 공연에서 관객이 돼지와 뽀뽀하고 있다.
2011년 농장의 문을 연 이종영 촌장은 프랑스의 테마 교육농장에서 양을 키우며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을 보고 꿈을 키웠다. 그 결실이 돼지박물관, 문화·홍보관, 공연장, 소시지체험장, 카페와 식당, 치유정원 등으로 구성된 돼지보러오면돼지다.

돼지 공연은 때랭이, 봉자, 까미, 라이언 등 돼지 5∼6마리가 재주를 보인다. 때랭이는 관객과 함께 볼링 대결을 펼치고, 봉자는 조련사의 움직임에 따라 가랑이 사이를 오가며 관객과 뽀뽀도 한다. 까미는 재빠르게 장애물을 넘는다. 하이라이트는 라이언의 복권 추첨이다. 라이언이 숫자 6개를 뽑아서 알려준다. 돼지 공연이 끝나면 돼지 퍼레이드가 이어진다. 먹이통을 두드리면 미니돼지 수십 마리가 쏜살같이 달려온다. 관객은 먹이를 먹는 돼지를 쓰다듬으며 교감하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를 안고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다.

소시지 만들기는 가장 인기 있다. 길이 10∼15㎝ 소시지를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동물 복지 인증을 받은 돼지고기 뒷다리살에 녹말과 첨가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은 육류 95% 이상으로 만드는 건강한 소시지다. 

창원 저도 스카이워크 입구의 돼지 조형물.
돼지가 존중받아야 할 생명이란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곳도 있다. 치유정원을 걷다 보면 한쪽에 ‘돈혼비(豚魂碑)’가 있다. 검은 비석에 ‘구제역으로 희생된 수많은 돼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다’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천사의 날개를 단 돼지 벽화도 희생된 돼지를 기리는 것이다. 치유정원 주변에는 이곳에서 생을 마감한 돼지들이 잠들어 있어 돼지를 한 생명으로 여기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충북 청주 서문시장에는 삼겹살거리가 있다. 삼겹살집이야 전국 곳곳에 널렸지만 ‘삼겹살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곳은 드물다. 삼겹살 먹자골목이 들어선 상당구 서문시장은 청주 시민에게 향수 어린 장소다. 버스터미널이 있던 서문시장 일대는 터미널이 이전하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상인들이 이전하고, 삼겹살 식당도 겨우 명맥을 유지해 왔다. 삼겹살 식당이 의기투합해 삼겹살거리로 재탄생한 것은 2012년이다. 시장 골목은 리모델링을 거쳐 간판과 조형물이 들어선 추억의 삼겹살 특화거리로 다시 출발했다. 초창기 7곳이던 삼겹살 식당은 15곳으로 늘었다. ‘충주돌구이집’ ‘삼남매’ ‘야간비행’ ‘금순이은순이’ ‘함지락’ 등이 삼겹살거리를 굳건하게 지켜온 식당이다.

청주에서는 0.8㎝ 정도로 두툼하게 썬 돼지고기를 간장 소스에 담갔다가 굽는다. 소금을 뿌려 먹는 데서 간장 소스를 곁들여 먹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 청주 삼겹살의 트레이드마크다. 간장 소스는 수퇘지를 식육으로 사용하던 시절, 잡냄새를 없애려고 쓰기 시작했다. 달인 간장은 육질을 부드럽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이곳 삼겹살거리의 식당은 조선간장에 생강, 당귀, 계핏가루, 마늘, 녹차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특유의 소스를 만든다. 간장 소스와 함께 청주 삼겹살의 맛을 돕는 음식이 파무침이다. 식초, 설탕, 고춧가루를 넣어 매콤하고 달콤하고 새콤한 파무침은 두툼한 삼겹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여기에 묵은지까지 곁들이면 ‘간장 소스 삼겹살파무침묵은지’로 삼겹살 삼합이 완성된다.

간장 소스 말고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는 식당도 있다. 능이버섯을 곁들인 삼겹살, 연탄 구이, 백반식 삼겹살, 등갈비 삼겹살 등 손님 취향을 고려해 식당이 변하고 있다. 매달 첫째 토요일에는 삼겹살과 소주가 어우러진 ‘삼소데이’ 행사가 열려 버스킹을 비롯한 문화 행사와 경품 이벤트가 펼쳐진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