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현장에선] ‘체육계 미투’ 회장 자리 걸고 해결을

관련이슈 현장에선

입력 : 2019-01-17 23:41:20 수정 : 2019-01-17 23:41:2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프로야구 시즌 중 갑자기 1군 코치와 2군 코치가 자리를 바꾸는 경우가 있다. 팀이 연패에 빠지거나 선수단 내부에 문제가 있을 때 주로 나오는 징계성 조치다. 시즌 도중 감독에게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에 코치가 대신 문책을 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한 감독들의 일성은 대개 “내가 못난 탓”이라는 자책이다.

어쨌건 감독은 새 코치진과 함께 사태 수습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그런데 이와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조직이 있다. 바로 대한체육회다. 체육회는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실 인사와 선수촌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에 대한 따가운 지적을 받자 그 책임을 물어 연말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직접 책임이 있는 선수촌장과 달리 사무총장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대신 매를 맞는 모양새였다. 인사의 당사자가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시즌 중 감독이 물러나기 어렵듯, 이 회장도 4년 임기 중 아직 2년이 남아있기에 그럴 수 있다고 여겨졌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그런데 새해 벽두부터 체육계를 뒤흔드는 ‘체육계 미투’라는 큰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야말로 체육계 수장인 이 회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이 회장은 지난 15일 이사회에서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사실 이날 이사회는 신임 사무총장과 선수촌장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체육회는 이사회 전날 갑작스럽게 이를 연기했다. 체육계의 사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새 인사를 발표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인사를 통해 긴급상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인사도 논란의 인물을 내정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인사를 비롯해 미투 문제에 대한 자신의 책임 소재 등 궁금증이 많은 자리였음에도 이 회장은 준비된 글만을 읽고 나서 취재진을 피해 황급히 이사회 자리를 떠났다. 어떻게든 이번에도 위기를 넘기고 어렵게 오른 체육회장 자리를 지키고 싶어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회장이 체육회장이 되기까지 노력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00년 근대 5종연맹 부회장으로 체육계에 들어와 대한카누연맹과 대한수영연맹 회장,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 선수단장, 체육회 수석부회장 등 많은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후원금을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쌓은 인맥으로 당시 집권세력에서 지원한다는 후보를 누르고 생활체육협의회와 합쳐진 초대 통합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그 이면은 어둡다. 그가 맡았던 수영연맹은 비리가 만연한 사고단체였다. 하지만 당시 수영 비리 인사들은 이 회장이 부임 직후 복권됐다. 2017년에는 체육회 몫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후보로 스스로를 추천해 비웃음을 샀다.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이라는 직함을 이용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골프 접대를 한 의혹도 있다. 이렇게 구설이 많기에 이번 미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면 이제는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으로 이 회장의 행보를 주시하는 이유다.

송용준 문화체육부 차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