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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꿈을 좇는 여자,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입력 : 2019-01-18 03:00:00 수정 : 2019-01-17 21: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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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작가 김정현 새 장편 ‘키스’
“요즘 심해진 남녀 갈등도 그렇고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다들 희망 갖지 못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세대가 걸어오는 동안 남자들에게 혜택이 더 주어지고 여자들이 주로 희생하는 구도였던 것은 맞습니다. 문제는 남자들 어깨에 더 얹어놓았던 집안의 희망이 그 무게로 인해 참된 꿈과 희망이 아니라 욕망으로 변질되면서 위선과 폭력으로 나타난 겁니다.”

300만부 기록을 세운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62·사진)이 새 장편 ‘키스’(황금물고기)에서 제기한 문제의식이다. 그는 “부모들이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자신의 꿈을 대리만족하려다 보니 꿈과 희망이라는 이름에 억눌려서 세상이 뒤틀린 것”이라며 “남자건 여자건 이제 자신의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신작 장편에서는 ‘수명’이라는 여자와 ‘명수’라는 남자가 중심인물이다. 서로 거울을 보듯 이름이 뒤집혀 있는 데서 작가의 의도가 드러나듯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지극한 사랑의 한 몸이다. 이 관계에서 흔히 보는 관성적인 남녀 구도는 역전돼 있다. 수명은 일찍이 중학교 시절 가장 절친한 명수를 데리고 영도다리 앞에 가서 ‘진주귀고리 소녀’처럼 빛나고 싶은 자신의 꿈을 말한다. 이후 화가가 되려다 미술사를 공부하고 큐레이터로 방향을 전환한 수명의 꿈을 명수는 묵묵히 지켜보고 지원하며 영도다리 앞에 거처를 마련한 채 그녀를 기다리는 삶을 살아간다. 

“기다리라 말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기다리며 살아왔다.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정말 돌아오기도 했다. 때로는 몇 달이 아니라 해를 넘기기도 했지만 아무런 일 없었던 것처럼 태연했고, 그저 제 일을 했던 것뿐이었다. 또 기다리면 돌아올 것이다. 그저 제 일을 하다가 퇴근하는 것처럼 돌아와 고단한 몸을 눕힐 것이다, 영도다리가 무너지지 않는 한.”

이런 한없는 기다림은 잠시 들렀다 가곤 하는 수명과 더불어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꿈을 포기하지 않는, 그러하기에 더욱 탄탄한 사랑으로 나아간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원화 아래서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확인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는 화랑가의 구조와 흥미로운 이면,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들을 거느린 빠른 호흡들로 인해 한 번 잡으면 단숨에 끝까지 읽힌다.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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