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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세계경제 '도미노 혼란' 오나…브렉시트 전망은? [이슈라인]

입력 : 2019-01-16 20:05:58 수정 : 2019-01-16 23: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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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향후 시나리오 전망/3월29일 ‘노딜 브렉시트’ 상황 최악/ 새 통관절차·물류·국경통제 등 혼란/
英 시민들 식량·의약품 등 사재기도/ 제2 국민투표는 물리적으로 불가능/‘리스본조약 50조’ 적용 연기안 거론
“치욕적인 표차가 메이 정부를 붕괴 직전에 세웠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합의안 투표가 끝내 부결되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15일(현지시간) 이같이 전했다. 벼랑 끝으로 몰린 메이 내각과 영국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향후 며칠간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평했다. 대혼란을 막기 위한 ‘플랜 B’를 마련할 시간은 단 3일의 회기일. 메이 총리가 즉각 “야당과 만나 대안을 만들어보겠다”고 밝히면서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영국 각 정당과 유럽연합(EU) 내에서 분출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불리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는 오는 3월 29일 영국이 EU를 즉각 탈퇴하는 상황을 일컫는다. 이번에 부결된 메이 총리와 EU와의 합의안에는 2020년 12월31일까지 EU 탈퇴 ‘전환기간’을 갖게 돼 있었다. 전환기간에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제3국들과 체결한 모든 조약이나 협정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질서 있는 탈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날 합의안 부결로 2020년까지 시간을 벌어두는 대책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에 현재로선 영국이 EU 회원국으로서 맺은 모든 조약, 협정 등이 3월 29일부로 대책 없이 즉각 무효화될 상황이다. 이 경우 영국 경제는 물론 세계에 미칠 파장이 작지 않다. ‘경제 국경’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통관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국경 통제는 물론 항공, 해운 등 전 분야에서 물류 및 인적 이동 지연, 혼란이 도미노식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런던 중앙은행은 2008년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악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은 상태다.

북아일랜드 문제는 더 큰 갈등의 씨앗까지 내포하고 있다. 북아일랜드를 아일랜드 소속으로 할지, 영국 소속으로 할지를 두고 벌어졌던 내전은 1998년 벨파스트협정으로 봉합돼 있었다. 벨파스트협정의 핵심은 북아일랜드를 영국땅으로 인정하는 대신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사이에 자유 통행을 보장한 것이었다. 이날 부결된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는 2020년 전환기간 내에 이해관계국들 간 국경문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북아일랜드를 EU에 남겨둔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집권 여당이 문제삼은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노딜 브렉시트는 의회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대책이 모아지지 않으면 이대로 노딜 브렉스트 상황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영국 언론들은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라고 전하고 있다. 메이 정부도 내부적으로 노딜 브렉시트를 대비하는 것으로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다.

메이 총리가 즉각 EU와에 재협상을 요구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지만 일단 야당과 만나 의견수렴을 하겠다고 밝혀 즉각 EU와 재협상으로 가지는 않게 됐다. 메이 총리가 야당인 노동당이 원하는 노동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주는 식으로 노동당과 손잡아 합의안을 다시 밀어붙이는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낮아졌다. 노동당이 “다른 법안을 갖고 ‘딜’하지 않겠다”고 밝혀서다.

브렉시트 반대파 ‘환호’ 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 간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 비준투표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을 들은 브렉시트 반대파 시민들이 의회 광장에서 영국 국기와 EU 깃발을 흔들며 환호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브렉시트 찬반 자체를 다시 묻는 ‘제2국민투표’ 방안에 타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그러나 3월 29일 전까지 물리적으로 제2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2국민투표를 위한 입법안 마련,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야 하는데 최소 22주가 걸린다는 게 영국 헌법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메이 총리도 제2국민투표는 나라를 분열시키고 민주주의에 어긋난다며 ‘불가’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 韓, 수출기업 피해 최소화 대응책 주력

15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관련 합의안 부결로 영국과 유럽연합(EU)이 아무런 합의 없이 결별하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우리 정부는 수출 기업들의 불편 최소화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해법은 영국과 별도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30일부터 영국에서 양국 국장급 무역작업반을 열어 FTA 체결 방안을 협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국회 보고 등 FTA 협상을 위한 국내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최대한 이른 시일에 한·영 FTA를 체결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다.

노딜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과 교역하는 우리 기업들은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영국으로 수출할 경우 한·EU FTA의 관세 인하와 통관 절차 간소화 혜택을 받고 있다. 그러나 노딜 브렉시트 상황이 되면 다시 관세가 인상되고, 복잡한 통관·인증절차를 거쳐야 한다. 한·EU FTA 효과에 힘입어 한국과 영국의 교역 규모는 2017년 144억4000만달러(약 16조2291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기준 수출 품목수로는 전체의 74.2%, 금액으로는 66.0%가 노딜 브렉시트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산업부는 예상했다.

정부는 관계 부처와 유관기관이 함께 브렉시트 동향을 점검하면서 기업 불편과 어려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이날 오후 서울 삼성동 한국무역협회에서 수출업계 간담회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에 따른 수출입 등 업계 영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무역협회와 코트라(KOTRA)는 ‘브렉시트 대응지원 데스크’를 공동 운영하면서 우리 기업에 브렉시트 관련 동향과 대응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사항을 접수해 해소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외교부는 이날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 주재로 ‘브렉시트 대응 관계부처 회의’를 개최하고 영국 및 EU와 협조체계 구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한국무역협회 등 관계 부처와 기관 등이 참석했다.

한국은행은 윤면식 부총재 주재로 통화금융 대책반 회의를 열어 브렉시트 합의안 부결에 대해 논의한 뒤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파운드화가 보합세를 보이고 미국 주가는 상승하는 등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져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EU “원치 않는 일 발생” … 英 잔류 우회적 촉구


영국 하원이 15일(현지시간) 브렉시트 합의안에 퇴짜를 놓자 유럽연합(EU)과 회원국들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달리 이번에는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국제 금융시장은 큰 동요 없이 차분하게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원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며 “노딜 브렉시트 대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협상이 불가능하고 아무도 ‘노딜’을 원하지 않는다면, 유일한 긍정적인 해결책을 말할 용기를 누가 가질 것인가”라고 언급했다. 영국이 다소 체면을 구길 수는 있지만 제2 국민투표를 통해 EU 잔류를 택하는 방안을 택하기를 우회적으로 촉구한 것이다. 전날 유럽의회 의원 111명도 영국의 EU 잔류를 촉구하는 서명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노딜 브렉시트는 모두를 공포에 빠지게 하겠지만 최대 피해자는 영국이 될 것”이라며 “영국이 3월29일 명확한 계획 없이 EU를 떠나는 방법을 영국 지도자들이 스스로 찾아내야 하며 행운을 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면서, 이는 5월로 예정된 EU의회 선거를 혼란스럽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유럽에 쓰라린 날”이라며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관세동맹·EU 동시 탈퇴)는 가장 매력이 없는 선택이며, 이번 결정은 유감”이라고 했다.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는 “영국의 하원 결과에 무척 유감이지만 기존 합의안에 대한 재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브렉시트보다 무역전쟁, 중국의 경기둔화 문제에 더욱 관심을 쏟는 분위기다. 이날 중국 부양책에 대한 기대와 넷플릭스 등 주요 기술주 강세 영향으로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55.75포인트(0.65%) 오른 2만4065.59에 거래를 마쳤다. 브렉시트 비준안 부결 직후 급락했던 영국 파운드화도 다시 반등하며 안정을 찾는 모양새다.

김예진·우상규·정선형·유태영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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