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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도 지원도 부족…'실종자·보호자 유전자 등록'을 아십니까 [연중기획 - 청소년 氣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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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6 20:22:11 수정 : 2019-01-17 10: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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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氣 살리자] (22) 절실한 유전자 등록 활성화 / 유전자 검사로… 실종자 한해 고작 50명만 ‘가족 품으로’ / 긴 세월에 죄의식 탓 검사 꺼려 / 검사 자체도 모르는 경우 상당 / 쉽지 않은 유전자 DB 축적 / 지난해 기준 등록 검체 3만4700건 / 한해 10만명 실종… 등록은 1000여건 / “버려졌다” “잃어버렸다” 고통에 기피 / “가족 찾을수 있게” 대국민 홍보 확대를 / 상봉 이후 지원도 절실 / 가족 만나도 묵은 아픔들 해소 어려워 / 정부 심리상담 서비스 있지만 ‘형식적’ / 법률엔 명백히 “가족 지원은 국가 책무” / 전문가 중재 등 다양한 접근·도움 필요
한기숙(77)씨는 1969년 잃어버린 아들(55)과 49년 만인 지난해 2월 상봉했다. 이웃 누나를 따라갔다가 실종된 아들은 다른 가정에 입양돼 살아온 터라 성과 이름이 모두 바뀌어 있었다.

반세기 만의 모자 상봉이 가능했던 것은 유전자 분석 덕분이었다. 상봉하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나를 버렸다’는 원망 속에 살아왔지만 가족을 꾸리면서 ‘나를 낳아준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그러던 중 2017년 9월 우연히 유전자 검사에 대한 내용을 접한 아들은 경찰을 찾아 실종 접수를 하고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장기미제 실종 아동 사건과 대조해 본 경찰은 아들의 귀 모양이 한씨가 신고한 인물과 비슷하다는 것에 착안해 두 사람의 유전자 분석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다. 결과는 ‘99.9999% 일치’. 손주까지 본 중년의 남성이 49년 전 다섯 살 아들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한씨가 인고의 세월 끝에 감동의 순간을 맞이한 데에는 경찰을 비롯한 관계 기관의 노력도 있었지만 유전자 검사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양측의 유전자 정보가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되기만 하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그러나 관련 DB는 잘 축적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안전망 및 복지 확충 등으로 실종 아동을 찾지 못하는 경우는 줄었지만 장기 실종자와 그들의 가족은 여전히 고통에 시달리는 만큼 홍보 확대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신속 정확한 유전자 검사… 짝 안 맞아 효력 떨어져

16일 실종아동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접수된 실종자와 보호자의 유전자 검체는 총 3만4772건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관련 유전자 DB를 쌓아오고 있는데 연간 1000여건씩 늘어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연간 실종신고가 10만건에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이는 긴 세월을 왜곡된 기억과 그로 인한 원망 속에 살아가는 한씨의 아들과 같은 경우, 본인이나 실종됐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경우 등으로 인해 유전자 검사는 물론 실종 신고·등록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호자 입장에서도 죄의식 탓에 실종과 관련한 사실을 주변에 숨기기 위해 유전자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결국 실종자나 보호자 중 어느 한 쪽이 애타게 찾아도 다른 쪽이 등록하지 않는다면 대조할 방법이 없다.

확보된 전체 유전자 3만4772건 중 보호자 쪽은 3040건으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어린 시절 실종될 당시의 충격과 상처로 인해 기억이 왜곡되는 실종자들은 가족을 원망하는 마음과 해당 사실을 숨기고 싶은 마음 등으로 인해 평생 가슴을 닫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적극적으로 가족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나서보지만 실종자와 보호자 양쪽 모두 유전자 검사를 통해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여전히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전자 분석을 통해 상봉이 이뤄진 경우는 2004년 이후 468건(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연간 50건 내외에 그친다. 가족을 찾고자 하는 실종자가 유전자 검사에 나설 수 있도록 유전자 검사에 대한 대국민 홍보를 확대해 달라는 장기실종자 가족들의 요구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장기간 고통 시달리는 가족 지원도 절실

한씨는 실종가족의 삶에 대해 “남편은 자식을 잃어버렸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술만 마시면 앓아누웠다”며 “정신과 육체적 고통이 지속하는 가운데 지쳐 포기하고 싶을 때도 너무 많다”고 토로했다. 한씨처럼 어렵게 상봉이 이뤄지더라도 수십년 쌓인 감정을 해소하고 한 가족으로 살아가는 것도 좀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실종자가 해외로 입양된 경우는 말도 통하지 않고 생활 여건이 모두 바뀐 탓에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 차질이 빚어진다. 1976년 길에서 6살 아들을 잃어버린 A(71·여)씨는 방송과 인맥을 동원한 결과 4년 전 아들이 미국에 입양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행히 연락이 닿아 서로의 신분을 확인했지만 양쪽 모두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눈으로 얼굴을 확인할 날만 기다리고 있다.

A씨는 “사진을 보면 아들과 껴안고 있는 양어머니의 모습에 질투가 나기도 하고 번역기를 돌려 메시지를 보내는지 엄마라고 하지 않고 자꾸 너라고 부르는 모습에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며 눈물지었다. 기억을 대조하면서 수십년 묵은 아픔과 오해를 당사자끼리 해소하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러한 실종가족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전단지 제작 등 가족찾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실종아동의 복귀 후 상담·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가족 지원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한 것이 그 근거다.

그러나 실제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심리상담 서비스는 실종아동전문기관의 전문가가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가까운 정신건강증진센터 등 관련 기관에 연계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신상담을 포함한 모든 의료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책정한 예산은 올해 6500만원이다. 실종가족의 특성상 장기간 상담이 일반적인데 현재 정도의 예산으로는 서비스 혜택이 극히 일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 2017년까지는 민간에서 보건복지부의 위탁을 받아 실종아동 관련 사업을 진행했지만 지난해부터 중앙입양원이 위탁을 받아 진행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 과정에서 조직 규모도 다소 줄었다. 실종아동전문기관의 업무 특성상 실종아동을 직접 찾기보다는 실종아동의 가족을 지원하는 비중이 훨씬 큰데 그러한 궂은일을 맡겠다는 기관을 좀처럼 찾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는 “피붙이라고는 하지만 오랜 기간을 남으로 살아온 만큼 상봉 이후의 삶을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며 “오해와 이별의 고통으로 얼룩진 상황을 중재할 수 있는 전문가의 개입 등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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