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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위상 뽐내듯…하늘 끝까지 솟은 첨탑 [박윤정의 원더풀 발칸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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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7 10:00:00 수정 : 2019-01-16 21: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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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크로아티아 자그레브 &플리트비체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를 떠나 동남쪽으로 1시간 40여분을 달려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 도착했다. 멀리서 반짝이던 도심 불빛이 환하게 다가올수록 도로 위 차량도 늘어났다. 예약한 호텔은 도심 한가운데 쇼핑센터와 관광지가 밀집한 곳이라 더욱 붐빈다. 트램 길을 가로질러 중세풍 오래된 건물들 사이에서 호텔을 찾았지만 주차장은 호텔 건물이 아닌 다른 곳이란다. 짐을 먼저 내린 뒤 시내 뒷골목 좁은 주차장에 차를 놓아두고 체크인을 마치니, 이미 저녁 늦은 시간이다. 오래된 옛 건물을 리모델링해 아늑한 분위기 풍기는 고풍스러운 호텔이 피곤한 마음을 달래준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대성당은 높이가 77m에 이르는 데다 각각 105m, 104m에 이르는 두 개 첨탑이 하늘 높이 솟아 있어 시내 어느 곳에서도 보인다.
높은 천장의 중세풍 건물에서 푹신한 침대에 몸을 누이니 여행 피로에 지친 듯 깊은 잠에 빠져든다. 도시의 아침에 들려주는 활기찬 소음 속에 잠에서 깨어났다. 늦은 아침을 간단한 식사로 챙기고 호텔을 나선다. 구시가지 중심에 있다 보니 5분 정도의 산책만으로 유명한 자그레브 대성당이 눈앞에 나타난다.

캅톨 언덕 위에 세워진 자그레브 대성당은 1093년 헝가리왕인 라디슬라스가 건설을 시작해 1102년에 완공됐고, 1217년 성모 마리아에게 헌정됐다. 성당 높이가 77m에 이르는 데다 각각 105m, 104m에 이르는 두 개 첨탑이 하늘 높이 솟아 있어 시내 어느 곳에서도 보인다. 5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큰 규모의 성당은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외형에, 내부도 바로크 양식과 신고딕 양식의 재단 등으로 구성되는 등 건축학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자랑해 ‘크로아티아의 보물’이라고 불린다. 수세기 동안 훼손과 복구, 증축이 반복되면서 시대별 대표적인 건축양식이 융합됐다. 폭이 좁은 창문 아치는 프랑스 건축 양식과 유사하고 연속적으로 추가된 둥근 지붕은 독일 건축 양식과 일치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조각품은 체코 영향을 반영한다고 하니 크로아티아의 국제적 위상과 함께 당시 주교의 지위와 권력까지도 가늠할 수 있다.

격자무늬 타일 모자이크 문양 지붕의 성 마르카 교회. 지붕 위 두 문장이 각각 크로아티아와 자그레브를 상징한다.
자그레브 구시가지를 감싸는 4개의 문 중 북쪽문인 스톤게이트는 1731년 대화재 당시 성문이 불에 탔으나 성모마리아 그림만이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통로 안쪽에 작은 예배당이 설치됐다.
발걸음을 되돌려 아침 시장에 들렀다. 탐스럽게 익은 과일을 사들고 타워에 올랐다. 자그레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지 않은 곳에 성 마르카 교회가 있다. 구시가지인 그라데츠 성 마르카 광장에 위치한 교회는 1931∼1940년에 건설된 중세 스타일의 기념비적인 세르비아 정교회의 예배당이다. 대성당보다 더 인상적인 독특한 문양 지붕은 자그레브를 상징하는 건물이 됐다. 관광 엽서에서 본 대표적인 격자무늬 타일 모자이크는 사진 그대로다. 지붕 위 두 문장이 각각 크로아티아와 자그레브를 상징한다. 아침 시간 관광객이 많지 않아 천천히 둘러보니 단순한 색상 배열만으로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 더욱 인상적이다.

길을 걷다 보니 스톤게이트에 도착했다. 구시가지를 감싸는 4개의 문 중 북쪽문인 스톤게이트는 단순히 돌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1731년 대화재 당시 성문이 불에 탔으나 성모마리아 그림만이 전혀 손상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고 한다. 기적의 그림으로 추앙받으면서 통로 안쪽에 작은 예배당까지 설치됐다. 나중에 덧칠한 왕관마저도 숭고해 보이는 그림 앞에 서니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든다.

자그레브 광장 주변 건물은 아르누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자그레브라는 지명의 전설을 품은 중심 분수대는 식수를 공급한 자연 샘 위에 조성됐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호수, 고산 산림, 폭포, 동굴,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관광지이다. 수많은 폭포로 연결되는 16개 호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너도밤나무, 전나무, 삼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는 짙은 숲을 거닐 수 있다.
스톤게이트를 지나 광장에 이르렀다. 광장 주변 대부분 건물은 19세기부터 거슬러 올라가며 비더마이어에서부터 아르누보,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자그레브 어디에서나 이어진다는 광장은 자그레브 주요 시장이었고 시민들 일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만남의 장소다. 자그레브 사람들에게는 광장 서쪽에 위치한 ‘시계 아래’ 또는 승마 동상 ‘말의 꼬리 아래’라는 표현이 일상화되어 있을 만큼 친근한 공간이라고 한다. 자그레브라는 지명의 전설을 품은 중심 분수대는 19세기 말까지 식수를 공급한 자연 샘 위에 세워졌다. 아침시간의 광장은 커피를 들고 출근 준비하는 사람들과 아침 시장에서 식료품을 구입한 시민들이 안부를 나누는 모습으로 활기차다. 현대 시대 가장 중요한 성스러운 건물이라는 세인트 블레이즈 교회와 13세기에 지어진 고딕 양식 아시시 성 프란체스코 교회까지 마저 둘러보고 호텔로 돌아왔다.

국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인 자그레브를 뒤로하고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2시간을 운전해 도착한 이곳은 호수, 고산 산림, 폭포, 동굴, 하이킹 코스로 유명한 관광지다. 수많은 폭포로 연결되는 16개 호수가 아름다운 곳으로 너도밤나무, 전나무, 삼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는 짙은 숲을 거닐 수 있다. 농담이 다른 옥색 호수와 무지개가 반사되는 계곡, 폭포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신의 정원인 듯한 원시림 풍경을 선사한다. 나무판으로 조성된 산책로가 18㎞에 달하며, 1979년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환상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곳곳을 둘러보려면 3일 정도가 소요된다. 다 둘러볼 수 없어 추천 경로 10가지 중 4∼5시간 소요 코스로 들어섰다.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숲속 신비로운 호수를 상류와 하류 부분으로 나누어 걷는다. 상류 백운암 계곡은 호수의 물빛과 울창한 숲의 조화가 신비로웠다. 하류의 조금 작고 얕은 호수는 아기자기한 느낌의 작은 나무들과 어우러져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걸음에 따라 시시각각 호수 색깔이 달라진다. 옅은 하늘색인가 했더니 밝은 초록색을 띠고 어느덧 청록색으로 바뀌더니, 회색을 비추기도 한다.

플리트비체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도 불렸다. 지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한때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워 ‘악마의 정원’이라고도 불렸지만 지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관광지로 사랑받고 있다.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지만 아직 환경 보전이 잘 돼 있다. 국립공원에 있다는 곰과 늑대를 보지는 못했지만 물가의 곤충들과 새들이 주위를 날아다니며 산책을 함께한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야생 오리 떼와 노느라 순간 일행을 놓쳤다. 친구 이름을 조심스레 불러본다. 근처 있을 듯한데 길 따라 차례로 걷는 사람들 등 뒤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낯선 한국 이름이 재미있는지 주위 사람들이 함께 불러준다. 메아리처럼 울리는 친구 이름이 플리트비체에 퍼지고 멀리 흔드는 손을 보니 주위 사람들도 함께 미소를 짓는다. 숲속의 산책길을 즐기며 하루가 저물어 간다.

여행가·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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