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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축할까? 말까?…국방백서는 해답을 알고 있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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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6 10:52:43 수정 : 2019-01-16 16: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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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억제 vs 남북 화해모드… 국방부, 어떤 대응할까 국방부가 지난 15일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맞춤형 억제전략인 4D 작전개념과 한국형 3축 체계를 개편한 ‘전략적 타격체계’,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로 구성된 핵과 대량살상무기위협 대응방안을 담은 ‘2018 국방백서’를 공개했다. 올해부터 2023년까지 207조7000억원을 투입, 군 전력을 증강하는 ‘2019~2023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한 지 나흘 만이다.

송영무 국방부장관과 노광철 북한 인민무력상이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수백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군사력 증강계획을 담은 국방부의 공식 문서가 잇달아 발표되면서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남북이 상호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단계적인 군축을 논의하기로 한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서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핵과 탄도미사일을 제외하면 재래식 군사력 증강 여력이 없는 북한과의 군비 격차를 가속화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군사적으로 우위에 있는 우리 군이 선제적인 군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북한군 특수부대원들이 2017년 4월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5번째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참가해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핵능력과 재래식 전력 증강 병행한 北

‘2018 국방백서’는 북한이 핵과 탄도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재래식 전력을 선별적으로 증강하는 등 군비 증강 기조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북한군은 122㎜, 200㎜ 견인방사포를 추가 생산해 전방과 해안지역에 집중 배치했다. 이들 방사포는 유사시 차량이나 트랙터로 견인해 운용한다. 폭발력이 수류탄 수준에 불과해 위력이 약한 방사포탄을 개량해 정밀유도탄, 사거리연장탄, 화염탄, 대공표적 제압용 공중작용탄 등의 특수탄을 개발해 운용중이다.

기계화부대는 선군호 전차와 준마호 장갑차를 추가 생산하거나 성능개량을 통해 작전능력을 높였다. 이번 백서에 처음 등장한 준마호 장갑차는 2000년대 초 열병식에 등장했던 무기로 알려졌다.

북한 공군은 인공위성위치정보(GPS) 전파교란기 등 전자교란 장비를 개발해 대공방어에 투입하고 있다. 북한 해군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할 수 있는 고래급(25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작전군을 별도의 군종으로 편성해 분류하는 등 특수작전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군의 신형 자주포가 지난해 9월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열병식에 참가, 행진하고 있다. AP
북한의 재래식 군사력 증강 기조는 지난해 9월 9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북한 정권수립 70주년(9.9절) 열병식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열병식에서는 우리 군의 K-9 자주포를 연상케 하는 신형 152㎜ 자주포가 등장했다. 2017년 4월 15일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 기념 열병식에 등장한 M-1991 122㎜ 자주포를 제외하면 북한 자주포는 포탑에 지붕이 없어 방어력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신형 자주포는 폐쇄형 포탑을 얹어 이를 보강했다. 이를 두고 냉전 시절 다양한 구경의 자주포를 운용했던 중국이 155㎜ 자주포로 단일화한 것처럼 북한도 170㎜ 주체포와 신형 자주포 위주로 포병 전력을 재편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방백서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고농축우라늄(HEU)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평가했다. 플루토늄도 기존 백서에서처럼 50㎏을 갖고 있는 것으로 기술했다.

고농축우라늄은 2년 전 발간된 ‘2016 국방백서’에서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이 상당한 수준으로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언급한 것과 달라진 부분으로 고농축우라늄 보유를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확한 규모는 확실치 않다. 군 관계자는 “플루토늄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하지 않았고, 고농축우라늄은 북한이 은밀히 진행하고 있어 구체적인 것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

국방백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은 1t짜리 탄두를 싣고 사거리 1만㎞ 이상을 날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탄두중량 1t은 핵탄두 소형화의 초기 단계에 해당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탄두중량에 따라 사거리는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표준적으로 봤을 때 미 서부 지역에 도달하는 사거리는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ICBM 완성의 주요 기준인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해서는 ‘실거리 사격을 하지 않아 추가확인이 필요하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서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완충수역)에 관한 9.19 남북군사합의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해 11월 1일 인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기동훈련중인 고속정의 포신에 덮개가 씌워져 있다. 연평도=연합뉴스
◆현상 유지마저 가로막는 주장은 적절치 않아

우리 군도 한국형 3축 체계를 비롯한 전력 확충 계획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남북 군사적 신뢰관계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 비핵화 협상 등 한반도 긴장완화 조짐이 이어지고 있지만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군 당국이 F-35A처럼 수조원에 달하는 무기도입사업을 단기간 내 새로 추진하는 것도 아니다. ‘2019~2023 국방중기계획’에 새로 포함된 11개 사업 중 8개는 연구개발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 정부 임기 내 실전배치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국방중기계획은 국방비를 연평균 7.5%씩 늘려 2023년까지 207조7000억원을 투입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됐던 박근혜정부 당시 발주된 무기도입사업의 실제 대금 지급이 문재인정부에서 진행된다는 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북한의 도발이 이어지자 정부는미국과 유럽 및 국내 방산업체와 최신 무기를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번 계약을 맺은 사업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실질적으로 감소해도 돌이키기 어렵다. 중국과 러시아 등 핵보유국과 인접한 상황에서 최소한의 억제력은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무시하기 어렵다. 좋든 싫든 문재인정부는 F-35A 스텔스 전투기와 글로벌호크 무인정찰기, 한국형전투기(KF-X) 및 철매-Ⅱ 요격미사일 개발 등 수조원이 투입되는 사업의 실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한국 공군 페트리엇(PAC-3) 요격미사일이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공군 제공
전자장비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무기의 가격이 비싸지는 것도 국방비 규모를 늘리는 원인 중 하나다. 전자장비와 소프트웨어는 가격 검증이 쉽지 않다. 업체가 제시한 견적서가 곧 가격이다. 정부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무기도입사업의 특성과 군 당국의 발표를 고려하면, 우리 군은 이미 ‘현상유지’ 단계에 접어든 것이나 다름없다. 전력화에 10~20년이 소요되는 국내 연구개발사업을 제외하면 선진국에서 무기를 새로 도입하는 대규모 사업의 빈도가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방비 지출이 과도하다”며 한국형 3축 체계 등의 사업을 축소하게 되면 북한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력이 떨어지게 된다. 사실상의 선제적 군축이다.

이는 안보적 측면에서 위험한 일이다. 세계적으로 비핵화에 성공한 사례는 핵보유국이 자발적으로 핵무기를 해체한 것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이 암묵적인 수준에서나마 핵을 보유하게 되면 우리 군 차원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한국형 3축 체계는 북한 비핵화와 군비통제에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보험이 될 수 있다.

북한군이 배치한 신형 전차나 장갑차, 전자장비, 특수작전군이 북한의 우방인 중국, 러시아를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북한군의 목표가 뚜렷한 만큼 우리 군도 북한군의 의도에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남북 군인들이 비무장지대 내 일반초소(GP) 철수 및 파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서로 논의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한반도에 전쟁의 먹구름이 다가오는 것을 반기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평화를 원한다. 하지만 힘이 없는 평화는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불안한 평화다. 남북이 상호 적대행위 중단에 합의했지만 군축이 실현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 군비통제 등 군사분야 논의를 명시하고도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그만큼 군비통제가 어려운 과제라는 점을 방증한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줄어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때까지는 전력증강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다.

설령 군축을 논의한다 해도 우리 군이 대북 억제력을 높이면 북한과의 군비통제 협상과정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국방부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집중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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