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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잘 생겼다''인상 좋네' 덕담, 성범죄인 대한민국?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9-01-18 05:00:00 수정 : 2019-01-18 10:3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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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은 그 어느 때보다 페미니즘 논쟁이 뜨거웠던 한 해였습니다. 그만큼 페미니즘을 바라보는 남녀 간 인식차이가 컸다는 방증인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15일 발표한 한국사회의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도 그 같은 인식 차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20대 여성 10명 중 5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인식하고 있었지만, 남성은 10명 중 1명에 불과했는데요.

'미투(나도 당했다)' 운동에 대한 지지도도 여성은 80%를 상회한 반면, 남성은 50%선에 그쳤습니다. 특히 지난해 11월 설문조사에서는 미투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지지한다는 응답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측은 "성평등 의제들을 지지하는 남성들이 있다는 점에서 갈등보다는 화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성별 불문, 시간 지나며 '미투'운동 관심 ↓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지난해 미투운동과 혜화역 시위 등을 통해 나타난 2030대 성평등 현안에 대한 인식에 주목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조사결과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페미니스트라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의 경우 지난해 7월 48.9%, 같은해 11월 42.7%였던 반면 남성의 경우 같은 기간 각각 14.6%, 10.3%였습니다.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도는 지난해 7월과 그해 11월 조사를 합쳐 여성 84.5%가 지지한다고 밝혔는데요. 남성의 경우 지지한다는 응답은 50.0%였습니다.

특히 7월 조사에서 남성 56.5%가 미투운동을 지지한다고 대답했지만, 11월에는 43.6%만이 지지를 표했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7%였는데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관계자는 "미투운동의 경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관심도가 줄어드는 게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오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차별이 심각하다는 응답도 여성이 76.4%인데 반해 남성은 37.8%에 그쳤습니다.

우리사회 여성혐오가 심각하다는 인식에서도 여성은 69.9%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남성은 28.2%만 여성혐오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는데요.

'홍대 불법촬영'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혜화역 시위와 탈코르셋 운동에 대한 지지도도 남녀간 상당한 격차를 보였습니다.

혜화역 시위 지지도는 여성 59.1%가 지지한데 반해 남성 지지도는 17.2% 뿐이었는데요. 탈코르셋은 여성 56.3%가 지지했지만 남성 71.6%는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男 3명 중 1명, 성차별 문제 심각성 공감…나머지 다수는?

이번 조사를 실시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성평등 의제들에 대한 남성들의 답변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 성차별 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응답은 여성 80.4%, 남성 69.7%로 높게 나왔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성평등 현안 가운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가 선고된 1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응답은 여성 69.8%, 남성 44.6%로 잘된 판결이라는 응답보다 높았습니다.

낙태죄 폐지에 대해서는 지지한다고 밝힌 여성이 74.2%, 남성이 47.6%였는데요.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여성 22.2%, 남성 44.2%였습니다.

가정폭력 사건 대응 시 우선순위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도 피해자 안건과 인권이 여성 96.9%, 남성 92.5%로 가장 많았는데요. 가정의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은 여성 2.5%, 남성 6.4%에 그쳤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20대 남성 중에도 성불평등, 성차별 문제에 공감하고 동의하는 남성들이 상당 비율 존재하고 있다"며 "성별 갈등보다는 남성 내부에도 여러 의견이 존재하며 성평등 실현을 위한 동력으로서의 20대 남성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슈에 따라 30~40% 남성들은 성차별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하고 성평등 의제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성불평등 문제를 풀어나갈 중심 동력으로서의 20대에 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20대 의식과 정책수요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실질적인 성평등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언어 성폭력' 논란…서강대측 "섣부른 판단이 초래한 결과에 대해 사과"

최근 서강대 학부 성폭력 대책위원회가 여학생에게 "너 정도면 얼굴이 괜찮다"고 말한 학생에게 '언어 성폭력'이라며 사실상 학내 활동 금지를 권고한 것과 관련, 학생 운영회가 "섣부른 판단이 초래한 결과"라며 사과했습니다.

서강대 국제인문학부 학생회 페이스북에 따르면 국제인문학부 운영위원회는 "대책위가 언어 성폭력으로 규정한 사건에 대해 운영위의 본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글이 게시된 것"이라며 "대책위는 사건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앞서 국제인문학부 성폭력 대책위원회는 학생회 페이스북에 '성폭력 사건 공론화 및 최종 보고'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학내 대책위는 성폭력 사건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 구성됩니다.

해당 글에 따르면 18학번 A씨는 지난해 3월 여성 동기들을 지칭하며 "너 정도면 얼굴이 괜찮다", "우리 섹션 여자애들 정도면 다 예쁜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대책위는 A씨의 발언이 '특정 성별에 적대적이거나 불편한 환경을 조성하는 행위', '특정 성별을 대상화하거나 비하하거나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발언'에 해당한다고 봤는데요.

이에 대책위는 학부 섹션·학회에서 A씨의 모든 공식적 활동 참여를 제한하고, 대학 성평등상담실에서 진행하는 교육을 이수하도록 A씨에게 요구했습니다.

피해자와 A씨의 학부 섹션 내 공간 분리를 촉구해 사실상 여학생이 있는 공간에 A씨의 출입을 막으면서 학부 활동을 금지한 조치로 풀이됩니다.

해당 사건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자 일부 학생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해당 발언을 성폭력이라고 규정하고 학교생활까지 막는 것은 과하다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에 운영위원회는 "이번 사건에 대한 대책위의 처리 내용은 반드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대책위의 사실관계 파악과 처리 과정이 적절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치규약에 따르면 대책위가 사건을 조사, 심의 처리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서강대 성평등상담실 자문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한다고 명시됐지만, 대책위는 자문을 전혀 구하지 않았다"면서 "대책위는 향후 사건 조치, 징계를 처리하면서 성평등상담실과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앞서 대책위원회 역시 조치와 관련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며 A씨에게 내린 권고를 정정한 바 있는데요.

대책위는 "피해자 졸업 전까지 A씨와 피해자의 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권고를 정정한다"며 "사건 관련인의 성평등상담실 교육 이수 완료 때까지만 피해자와 공간 분리를 하는 것으로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용산도서관, 여성열람실 두고 남성열람실만 없애…성차별 논란 활활

서울 용산도서관이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열람실을 개조하는 과정에서 여성열람실은 그대로 두고 남성열람실만 없앴기 때문인데요.

논란이 확산하자 도서관 측은 남성 이용자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남녀공용 열람실 내 남성 전용좌석만 지정하는 임시방편을 부랴부랴 내놓은 상황입니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용산도서관의 성차별’과 관련된 내용의 글이 퍼졌습니다.

한 누리꾼은 "(용산도서관에) 원래 남자열람실, 여자열람실, 남녀공용 열람실 이렇게 3곳이 있었는데 창의공간을 만든다고 남자열람실을 없애버렸다"며 "남자이용객들이 왜 여자열람실은 놔두고 남자열람실만 없애냐며 항의했지만, 여성 이용 빈도가 높다며 묵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여자열람실과 남녀공용 열람실 2개인데, 덕분에 여자들은 여유롭게 사용하고 남자들은 자리를 못 구해 쫓겨나게 생겼다"며 "공평하게 여자열람실을 공용으로 돌리면 이해하겠는데, 남자열람실만 없앤 건 명백한 성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앞서 용산도서관은 관련 지자체와 교육당국의 지원을 받아 1층 여성열람실을 남성열람실로 옮기고, 여성열람실 자리에 '창의학습공간'을 조성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남성열람실을 폐쇄했습니다. 창의학습공간은 평소에는 열람실로 쓰다가 필요한 경우 전시나 강의 등을 열 수 있는 곳으로 사용합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용산도서관 측은 "창의학습공간 조성과정에서 변경된 학습실 이용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남여공용 열람실(120석)을 남성전용(60석)과 남녀혼용(60석)으로 나누기로 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습니다.

다만 남성전용 열람실을 만든다는 것이 아닌, 남녀공용 열람실 내 남성전용좌석과 남녀혼용 좌석으로 나눈다는 것이어서 성차별 논란이 여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전용 열람실은 그대로 있는 반면, 남성전용 열람실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여성 이용자들이 남성 이용자와 같은 공간을 쓰는 걸 불편하게 여긴다면, 반대로 남성 이용자들도 여성 이용자과 함께 열람실을 이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수역 폭행 사건' 등 우리 사회에 젠더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도서관 측의 대처가 아쉬움으로 남는 건 왜 일까요?

◆"女=피해자? vs 男=가해자?"…개인 일탈, 성갈등으로 확대해석 지양해야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남녀 지지율 차이와 관련, 젠더 갈등 때문에 지지도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국정지지도에서 20대 남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답했는데요.

그는 "남녀 간 젠더 갈등이 심각하고 그런 갈등이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게 특별한 갈등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가 바뀌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들이다. 그런 갈등을 겪으면서 사회가 성숙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그런 (젠더) 갈등 때문에 지지도 격차가 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지지도가 낮다면 '정부가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20대 남녀의 지지도에서 차이가 있다면 '희망적 사회로 가고 있느냐, 희망을 못 주고 있느냐' 라는 데서 관점 차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2030대에게 가장 우려를 안기는 사회 갈등 요소는 다름 아닌 '성(性)'이라며 여성차별을 혐오하는 젊은 여성과 남성·기성세대 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무조건 여성이 피해자라고 말할 수 없는 사건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젠더 갈등이 점차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는 데는 워마드,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등 일부 극성 사이트 영향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 일탈을 전체적인 젠더 갈등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을 남성혐오(남혐), 여성혐오(여혐) 문제로 보기 시작할 경우 문제 해결은 커녕 되레 갈등과 혐오만 확산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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