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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최고 명필의 발굴"…덕온공주家 한글자료 환수

입력 : 2019-01-16 10:11:24 수정 : 2019-01-16 10: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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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년 정조는 창경궁의 작은 언덕에 ‘자경전’(慈慶殿)을 지어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장수를 기원했다. ‘자경전기’(慈慶殿記)는 정조의 아들 순조가 이런 유래를 밝혀 쓴 글이다.

“이 전각은 우리 영고(寧考·정조)께서 자궁(慈宮·혜경궁홍씨)을 효도로 받들고자 세우신 바요…영고께서 자경(慈慶)이라고 이름을 내리셨으니, 지금에 이르러 더욱 부합하고 드러남이 크도다.”

덕온공주는 아버지 순조의 자경전기를 한글로 번역해 직접 썼는데, 그것이 최근 미국에서 환수돼 16일 공개됐다.

문화재청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해 미국에서 매입한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 68점의 공개식을 가졌다. 덕온공주 집안의 한글자료는 윤씨 집안으로 시집한 순조의 셋째 딸이자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德溫公主·1822∼1844)와 공주의 아들 윤용구, 손녀 윤백영 등 왕실 후손이 3대에 걸쳐 작성한 한글 책과 편지, 서예작품으로 조선왕실의 한글문화를 보여주는 중요 자료다. 덕온공주 관련 유물은 인장도 지난해 미국 경매에서 구입돼 환수된 바 있다.

한글 자료 중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덕온공주의 아름다운 궁체를 확인할 수 있는 자경전기와 ‘규훈’(閨訓·여성들이 지켜야 할 덕목, 예절 등을 기록한 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자경전기에는 대를 이어 효도로써 봉양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며 “포장지까지 더해 전하는 자경전기를 통해 덕온공주라는 새로운 한글 명필을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 자료 중에는 신정왕후(1808~1890)가 명성황후가 아들(훗날의 순종)을 출산한 기쁨을 담아 쓴 편지가 있는데, ‘한글 창제 이후 최고의 명필’로 꼽히는 서기 이씨(書記 李氏)가 대필한 것이다. 이씨는 신정왕후의 나인이었다가 궁에서 나와 결혼을 하였으나 잘살지 못하자 신정왕후가 그녀의 글씨를 아껴 다시 궁으로 불러들였다.

덕온공주의 남편인 윤용구가 고종(高宗)의 명을 받아 중국 상고시대부터 명나라 말기까지의 역사를 추려서 한글로 번역하여 1909년 편찬한 ‘정사기람’(正史紀覽)도 포함돼 있다. 윤용구는 서문에서 한문으로 된 중국의 역사를 왕실의 여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한글로 번역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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