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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사상 첫 초미세먼지 '경보'… 전국이 숨 막혔다

입력 : 2019-01-14 21:59:35 수정 : 2019-01-15 13: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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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이어 15일도 10개 시·도 ‘비상저감조치’ 발령 / 역대 최악의 대기질 / 서울 평균 125㎍/㎥·경기 122㎍/㎥ / 일부 지역 한때 248㎍/㎥ 치솟아 / 시야 확보 안 돼 항공기 회항까지 / 오늘도 충청·호남·영남 ‘매우 나쁨’ 안 지켜진 차량2부제 /“출근시간 조정 없이 급지시 부당" / 노후 경유차 운전자 "생계 차질" / "중국 책임 큰데 불편 납득 못해" / 시민들 마스크 무장한 채 '분통'
“납득이 가야 따르지 않겠어?”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역 부근에서 운전면허를 갱신하러 간다던 장모(67)씨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대해 묻는 기자의 말에 다짜고짜 역정부터 냈다. 그는 아무리 봐도 중국 등 외부요인이 큰 듯하다며 시민들에게 경유차를 교체하라거나 차량2부제를 지키라고 한들 누가 따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장씨는 “백령도가 서울보다 미세먼지가 높다”며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배기가스나 매연이 미세먼지의 주요인이라는 말에 수긍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시행 이틀째인 14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 직원들이 미세먼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이날 서울 등 수도권 대기질은 역대 최악이었다. 서울과 경기도, 인천, 충북 각 지방자치단체는 잇달아 초미세먼지 경보를 발령했다. 서울과 경기에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미세먼지 주의보는 권역별 평균 농도가 2시간 이상 75㎍/㎥ 이상일 때, 경보는 2시간 이상 150㎍/㎥ 이상일 때 내려진다.

국립환경과학원 ‘에어코리아’ 자료를 보면 오후 7시 기준으로 서울의 시간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154㎍/㎥에 달했다. 이날 서울 일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역대 최고치인 125㎍/㎥를 기록했다. 경기는 122㎍/㎥, 충북 115㎍/㎥, 인천 103㎍/㎥를 각각 나타냈다. 경기 일부 지역은 한때 초미세농도 수치가 248㎍/㎥까지 치솟기도 했다.

삼성역에서는 평소라면 선명하게 보여야 할 롯데월드타워도 먼지에 가려 전혀 보이지 않았다. 길거리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쓴 시민보다 더 눈에 띌 정도였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쓰고 출근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미세먼지로 인한 시야 방해로 항공기 운항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오전 인천공항에 저시정 경보가 내려지면서 오전 9시45분쯤 일본 간사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착륙 예정이던 항공편 1대가 김해공항으로 회항했다. 저시정 경보는 12시10분쯤 해제됐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미세먼지 농도에도 시에서 권고한 차량2부제는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 강남역 사거리에는 여느 때와 같이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이 줄지어 지나갔다. 비상저감조치대로라면 이날은 홀수 번호판을 단 차량은 보이지 않아야 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 주차장에도 홀수 차들이 즐비했다.

차량2부제를 적용받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한 공공기관 직원 최모(31)씨는 “일요일 오후 9시에 회사에서 문자메시지를 보내 갑자기 차를 끌고 오지 말라고 했다”며 “예정된 업무가 있어 회사 부근에 몰래 차를 주차하고 출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출근시간이 1시간30분이 넘어 자가 차량을 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량2부제를 강제 적용하려면 출근시간을 유연하게 해주는 등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생계유지를 위해 경유차량을 운전하는 시민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주류운송업을 하는 김모(65)씨는 “문자 1통 보내놓고 노후 경유차량을 운행하지 말라는 건 일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며 “미세먼지가 많다고 그날그날 즉흥적으로 지시를 내리니 어떻게 따르느냐”고 되물었다. 의류 배달을 위해 1t 경유 트럭을 운행한다는 김모(50)씨도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달지 않으면 과태료 20만원을 문다는 것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환경부는 15일에도 수도권을 포함한 10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수도권에서는 2017년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사흘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는 것이다. 충남은 5일, 충북은 3일, 전북은 4일 연속이다. 에어코리아는 “15일 충청권·호남권·영남권은 ‘매우 나쁨’, 그 밖의 권역은 ‘나쁨’으로 예상된다”며 “오전에 대기 정체로 국내외 미세먼지가 축적돼 대부분 지역에서 농도가 높겠으나 오후에 대기 확산이 원활해지면서 중부 지역부터 점차 농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김청윤·이진경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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