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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욱칼럼] 김정은의 4자회담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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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3 22:56:41 수정 : 2019-01-14 09: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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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에 중국 끌어들인 北 / 남·북·중 대 미 3대 1 구도 형성 / 제재완화·종전선언 관철에 주력 / 김정은·트럼프 치열한 일전 예고 역사는 반복된다. 국제정치도 반복된다. 20세기 중반 고착된 냉전 프레임이 변화하지 않은 동북아 국제정치는 북한 외교의 전술 전략에 의해 과거와 현재 및 미래가 융합돼 작동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소파에서 발표한 올해 신년사에서 20년이 지난 ‘1997년 4자회담’ 카드를 슬그머니 꺼내들었다. 김 위원장은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조선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전협상의 당사자는 결국 미국, 북한 및 중국이다. 한국은 북한 서포터즈인 만큼 당연히 참석 대상이다. 1997∼99년 제네바에서 6차례 진행됐던 남·북·미·중이 참여하는 ‘4자회담’을 복원시켜 종전선언을 이끌어내는 카드를 예고한 것이다. 4자회담은 사실 1996년 김영삼 대통령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제주도 회담에서 제안됐다. 휴전 협정 조인국인 중국을 참여시켜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키는 구도를 형성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최초의 4자회담은 각자의 동상이몽만 확인한 채 2년 만에 막을 내렸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북·미 직접 회담을 선호해 당초 회담에 소극적이었던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장은 마지못해 회담장에 나타나 주한미군 철수, 한·미 대규모 전쟁연습 중단 및 북·미 당사자 간 평화협정 체결 등 기존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중국은 전쟁 상태 종식 선언, 내정 불간섭 및 군축 조치 등을 강조했다. 4자회담은 참석자들이 파안대소하는 언론 홍보용 사진은 여러 차례 촬영했지만 특이할 만한 해법이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자회담도 결실을 맺기 어려운 동북아 국제정치에서 4자회담의 성과가 도출되지 않은 것이 당연지사였다.

하지만 2019년 서울·평양·워싱턴·베이징의 사정은 1997년과 다르다. 지난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는 진전되지 않고 있으며 대북제재는 유지되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2차 회담을 앞두고 동북아 국제정치의 판을 흔들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기선을 제압할 거버넌스를 구축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우리의 주동적이며 선제 노력에 미국이 신뢰성 있는 조치를 취하며 상응한 실천행동으로 화답해 나선다면…”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새로운 거버넌스는 4자회담이었고, 구체적인 행동은 엄동설한에 열차 방중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북·중 두 정상은 회담에서 한반도 정세관리와 비핵화 협상 과정을 공동으로 연구 조종해나가는 문제와 관련해 심도 있고 솔직한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북한말사전에 따르면 조종이라는 단어는 이니셔티브를 행사한다는 의미로서 주도권을 쥐고 대응하겠다는 의미다. 신년사와 일맥상통한다. 김 위원장은 본인의 주도로 협상 국면이 조성됐으며, 북한이 갑이며 미국은 을인 셈이다. 특히 든든한 큰형님 격인 시진핑 주석의 아낌없는 후원을 받은 김 위원장으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일 것이다. 미국의 선제 양보 조치를 촉구함으로써 미국의 신고 검증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오히려 제재완화와 종전선언 관철에 주력할 것이다.

결국 북한은 중국을 북·미 협상에 끌어들여 남·북·중 대 미 라는 3대 1 구도를 형성하는 외교전을 전개할 것이며, 이미 베이징에서 일보를 내디뎠다. 베트남 다낭으로 굳어지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은 이제 워싱턴 코트로 넘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1차와 같은 ‘선전용 정상회담’을 하든지, 북한의 요구인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을 부분적으로 수용하든지, 2차 회담을 무기한 연기하든지 택일해야 할 것이다.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이 3주를 넘기고 있는 혼란스러운 국내정치에 정신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와 올해 북한의 입체적인 4자회담 전략을 제대로 간파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역설적으로 23년 전에 한·미 양국이 제안했던 4자회담 카드로 미국의 대북제재를 무력화시키고 종전선언을 유도하려는 김 위원장의 복안과 여전히 ‘편지 주고받기’로 비핵화의 생색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 간 치열한 일전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한국의 행보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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