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최저임금 인상이 반갑지 않은 서민들 "월급은 그대로, 복지혜택은 박탈"

관련이슈 이슈 톡톡

입력 : 2019-01-13 13:03:00 수정 : 2019-01-13 13:26:38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슈톡톡] 최저임금인상 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 근로자는 사회나 기업에서 제공한 혜택이 줄거나 사라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들은 “임금 인상은 미비한데 혜택은 줄었다”며 “최저임금 인상이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서 탈락

남편과 이혼 후 세 명의 자녀를 홀로 키워 온 싱글맘 A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A씨는 간호조무사로 일하는데 지금은 큰딸이 일찍 출가해 고교생 자녀 둘과 생활한다. 한부모 가정 지원 대상자였던 A씨는 지난해까지 ‘기초수급자 급여 중 교육급여’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병원에서 올해 최저임금인상과 개편을 이유로 두 달에 한 번 지급한 보너스를 급여에 포함한 뒤 곤란한 상황에 부닥쳤다.

관할 구청은 A씨의 인상된 급여를 문제 삼으며 ‘자격이 박탈됐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A씨가 손에 쥐는 급여는 최저임금인상과 무관하게 제자리다.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이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과 현금성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각각 25%, 7%를 넘은 금액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도록 했다. 전체를 임금에 포함할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그래도 남들보다 험한 일 덜하고 아이들 키우며 살아왔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한다”며 “혜택을 받으려면 12년간 일한 직장을 나와 마트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해야 할 지경이다. 개정된 최저임금법은 좋은 정책같지만 나 같은 이들에겐 싸늘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적은 월급을 쪼개 세금 내며 알뜰히 살았지만 치솟는 물가에 너무 힘들다”며 “아이들에게 다른 부모들이 다 사준다는 롱패딩 한번 못 사줬다. 그런데도 급여가 많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이 끊겨 새해부터 힘들기만 하다”고 토로했다.

◆“시급 올라서 월 146만원 버는데 부자 된 건가요?”

초등생 자녀를 홀로 키우는 B씨는 올해 최저임금인상으로 급여가 160만원으로 올랐다. (209시간 미만 근무한) 지난해까지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았던 그는 세금을 제외하면 146만원의 급여를 받지만 인상된 임금 탓에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부모 가정 지원은 중위소득 52%이하 2인 가구 기준 월 151만1395원으로 책정돼 C씨의 경우 실수령액이 기준보다 약 1만원 높기 때문이다.

B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진짜 아무것도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지원은 정말 큰 도움이 됐는데 이제 그럴 수 없게 됐다. 월급 9000원 덜 받고 정부 지원받고 싶다. 돈 걱정에 머리가 다 빠질 지경”이라고 한탄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2인 가구로 구성된 한부모 가정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B씨의 경우 일하는 시간을 줄여야만 혜택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 한국건강가정진흥원 관계자는 “저소득층 수급 자격은 매년 변경돼 연초마다 A씨와 B씨 같은 호소나 문의가 매우 많다”며 “1000원 차이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녀포함 2인 가족인 경우 전일제로 일하면 월 174만원 이상의 급여를 받아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일을 더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덧붙였다.
◆“못난 부모 만난 자녀가 죄”

지난 7년간 한부모 가정 지원을 받은 C씨 역시 올해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나라에서 저소득 한부모를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건 잘 알고 응원한다”면서도 “까다로운 기준이 아쉽다”고 말한다.

그는 “가난에 허덕이며 하루하루 버티는 우리 같은 사람에게는 정부 지원은 큰 힘이 돼 살아갈 용기를 준다”며 “소득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다소 빡빡한 건 사실이다. 평생 나라 도움받고 자녀에게 제대로 해준 게 없다. 이렇게 만든 내 탓이라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문을 보면 3인 가족은 월 500만원의 생계비가 필요하다고 봤다. 그렇게는 바라지도 않는다. 기준을 높였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청소년 한부모가족의 3인 소득 기준은 월 220만9890원이다. 기준완화 등의 문제와 관련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관계기관과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도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상황 엄중, 식대 삭감합니다”

한편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D씨는 올 초 시무식 자리에서 식대 삭감을 통보받았다.

사장은 실적 악화와 최저임금인상을 이유로 그간 지급된 식대를 일부 삭감하면서 “올해 열심히 일해 줄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D씨는 “급여가 오른 건 사실이지만 10만원이던 식대가 줄면서 작년과 같은 수준이 됐다”며 “감소폭이 크지는 않지만 임금은 줄이고 열심히 일하길 바란다는 게 중소기업의 한계인 것 같다”고 씁쓰레했다.

올해부터 개정된 최저임금법이 시행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에 현금성 복리후생비 중 최저임금 월환산액의 각각 25%, 7%를 넘은 금액은 최저임금에 포함한다. 예를 들어 정기상여금이 50만원이라면 초과분인 7만원이 최저 임금에 포함한다. 또 현금성 복리후생비가 15만원이라면 초과분 3만원이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그러나 A씨 등의 사례처럼 월급이 소폭 인상돼 각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일부 기업은 현금성 복리후생비를 줄이거나 없애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