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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위기 아닌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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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11 22:20:47 수정 : 2019-01-12 01:4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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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이 직업”으로 불린 사람이 있다. 진념 전 경제부총리. 1991년 동력자원부 장관을 시작으로 노동부, 기획예산처, 재정경제부 등 4개 부처 장관을 했다. 관운이 대단한 걸까. 실력이 있으니 정권이 바뀌어도 장관으로 모신 것이다. 경제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었을 때는 2000년대 초였다. 외환위기 극복 총력전을 펴던 때다. 정부과천청사에 나타난 그는 이런 말을 했다.

“우리 역사에 위기 아닌 때가 있었습니까. 구한말 이후 100년이 넘도록 위기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책 달인이 던진 한마디의 위력은 대단했다. 기사 제목으로도 뽑혔다. 아물지 않은 국가부도 상처에 노숙인이 넘칠 때다. 그의 말은 희망의 메시지였다. 폐허 속에 경제를 일으킨 DNA를 되살리는 말이기도 했다.

똑같은 말이 다시 들린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 간 이낙연 국무총리, “걱정스러운 보도가 나오는데, 삼성답게 이른 시일 내에 이겨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대답, “위기는 항상 있고 단기적으로 굴곡이 있을 수 있지만 꿋꿋이 열심히 해나가겠다.”

“위기는 항상 있다”는 말, 진 전 부총리의 말과 빼닮았다. 차이도 있다. 기업인이 느끼는 위기는 정책 결정자보다 더 절박하다. 왜? 흥망은 늘 코앞에 있으니 그렇다. 대한상의가 분석한 기업의 기대수명. 전자 6.5년, 자동차 8년, 철강·기계 9년…. 헛발질하는 순간 벼랑으로 나뒹군다.

반도체 경기는 나빠지고 있다. 슈퍼호황이 꺾였다는 잿빛 전망. 새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27.2% 줄었다. 반도체의 수출 비중은 지난해 20.9%.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는 흔들린다. 반도체만 문제일까. 자동차, 조선, 철강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소상공인도 똑같다. “경기가 좋다”고 하는 이는 드물다.

어찌 이겨내야 할까. ‘호랑이에게 물려 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냉철히 실상을 바라보고, 꺾이지 않는 의지를 지닐 때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위기 아닌 때가 없었다”는 말로 현실을 변명한다면? 망한다. 청와대와 경제 당국은 어떤 생각일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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