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의 이런 고민은 청와대 비서진 개편 움직임과도 맞물려 있다. 청와대 내에서는 애초 총선 출마 희망자들을 중심으로 2월쯤 인사가 예상됐지만 이르면 이번주부터 시작해 광범위한 인적 쇄신으로 기류가 급변하는 양상이다. 전열 정비를 통해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집권 3년차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한병도 정무수석,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의 교체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차기 비서실장으로는 노영민 주중국대사가 유력한 가운데 조윤제 주미대사와 정동채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의 이름도 오르내린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사가 유력한 분위기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복수의 후보군을 대상으로 검증 중인데, 검증이 끝나야 대통령의 결심이 서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신임 정무수석에는 더불어민주당 강기정 전 의원이 앞서나간다는 평가 속에 박수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민주당 이철희 의원 등도 물망에 오른다. 국민소통수석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내부 승진, 민주당 김성수 의원 발탁, 윤도한 전 MBC 논설위원 등 외부 전문가 등용 가능성이 고루 점쳐진다.
노영민 대사는 2012년 대선 당시 비서실장으로서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췄고, 강기정 전 의원은 2017년 대선 때 캠프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았었다. 문미옥 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등 참모진이 최근 일선 부처 차관으로 전진배치된 흐름까지 감안하면 친문(친문재인) 친정체제를 강화해 국정 장악력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결국 ‘3실장·8수석’ 가운데 집권 초부터 문 대통령을 보좌한 이들 중에는 국가안보실장과 민정·인사수석 정도만 빼고 모두 교체되는 것이어서 사실상 ‘2기 청와대’가 출범하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100분간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신년 기자회견을 한다고 청와대가 6일 밝혔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하는 것은 취임 후 이번이 세번째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1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새해 인사, 2일 신년회 인사말과 함께 올 한해 문 대통령 국정운영의 가늠자가 될 10일 신년회견 메시지도 주목된다. 회견문을 통해서는 2일 신년회에서 키워드로 삼은 포용국가와 안전, 평화에 관한 세부 정책방향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문 대통령은 7일 중소·벤처 기업인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갖기로 하는 등 최근 경제 행보에 부쩍 공을 들이는 중이어서 구체적 경제활력 제고 방안이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제안 등 한반도 문제에 관한 복안도 일문일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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