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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적 범죄" vs "심신미약"… 의사 살인 피의자 감형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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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4 06:40:00 수정 : 2019-01-03 18:4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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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톡] 정신과 의사 피살 사건 안팎 지난달 31일 故 임세원 서울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가 진료 중 환자로부터 피살된 사건과 관련 피의자 박모(30)씨가 심신미약 감형을 받을 지를 두고 관측이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박씨는 2015년 흔히 '조울증'으로 불리는 '양극성 정서 장애'를 앓아 1년 반 동안 입원 치료를 받은 후 퇴원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이후 박씨는 외래진료를 받지 않은 채 지내다 사건 당일 처음으로 병원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박씨가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을 들어 그가 정신 질환 때문에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법률 전문가는 범행 이후 6분간이나 도망가지 않고 있었다며 범죄에 계획성이 있어도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신과 전문의 “계획적 범죄, 정신 질환자 특성과 달라”

정신과 전문의들은 살인 혐의 피의자가 심신미약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범행 전 미리 흉기를 준비했다는 점이 이유다. 박종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겸 홍보이사는 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신과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더 특수성이 있는 건 맞다. 그런데 특이 질환이 있다고 해서 더 범죄를 저지르거나 이건 조금 더 논의를 해 봐야 한다”며 “특히 계획된 범죄를 저지르거나 그러기는 더 어렵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신과 의사들이) 이번 사건은 단지 정신 질환자기 때문에 사고를 저질렀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으냐는 얘기를 하시더라”며 “(피의자가) 완전히 계획을 해서 들어간 거잖는가. 아까 얘기 드렸던 것처럼 예를 들어서 정신 분열이라든가 이런 환자들은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그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강남역 사건도 계획범죄였지만 심신미약 인정... 법관 판단 따른 것”

하지만 범죄에 계획성이 있었어도 심신미약 상태가 인정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손수호 변호사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번 사건에서 많은 분이 또 우려를 하고 또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은 이게 계획범죄 아니냐(는 거다). 흉기를 굉장히...이게 참 끔찍한데 30cm보다 더 긴 그런 칼을 품속에 넣고 간 건데”라며 “그렇기 때문에 이건 심신미약이 아니라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신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그렇기 때문에 심신 미약 아니라고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좀 어렵다”고 주장했다.

손 변호사는 “(그러한) 사례가 있다.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기억하실 거다. 살인범이 미리 흉기를 준비했고 화장실 안에서 범행 대상을 기다렸다가 살해했다. (그런데) 계획범죄로 인정됐다”며 “그런데도 그 사건에서 심신 미약이 인정됐다. 범행 후에 피해자의 피가 잔뜩 묻은 옷을 입고 또 살해 흉기도 그대로 지니고 강남 한복판 걸어서 집에 갔다. 다음 날 그것을 그대로 입고 출근까지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걸 볼 때 살인의 의미나 심각성을 잘 인지하지 못한 거였고 즉 그 정도로 분별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이건 심신미약’이라고 법원이 본 것”이라며 “또 법원은 정신 질환이 있다 하더라도 이게 범죄 계획을 세울 수는 있다. 흉기를 준비한 정도의 계획은 세울 수 있다. 이렇게 봐서 심신 상실은 아니고 심신 미약 정도라고 인정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변호사는 “수사 단계에서 정신 감정을 하기도 하고 또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제 또 정신 감정이 이루어지고 또 재판받을 때 또 현장에서 판사가 이것저것 판단을 할 수 있는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심신 미약, 심신 상실 여부 판단은 법관에게 맡겨졌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 계기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 강화돼선 안 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3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이번 사건은) 사실은 굉장히 비극적이고 의료계는 전체가 이제 말 그대로 거의 패닉 상태에 빠져있는 그런 상태다. 의료계 전체가 지금 장례식을 사실 치르고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그런데도 정신과적 질환은 우리 국민, 우리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어떤 그런 질환이다. 따라서 이런 일을 계기로 해서 정신과에 진료받은 일이 위축되는 것. 또 정신과 환자들에 대한 편견이 강화돼서 정신과적 질환을 앓고 있고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사회적 불이익을 받게 된다든지, 이런 일들이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것은 유가족들이 고인의 어떤 정신과 의사로서의 상당히 숭고한 뜻”이라며 “그것을 분명하게 발표했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대한정신과의사회, 그리고 대한의사협회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죽음 헛되지 않게” 여당 ‘임세원법’ 발의...진료 중 환자 흉기에 찔려 숨져

더불어민주당은 3일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한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를 애도하고,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권미혁 원내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응급실 내 의료인 폭행에 대해서는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응급실 외 진료실에서 발생한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해 처벌 여부조차 불투명하다”며 “응급실 외 폭행 처벌도 강화하는 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건강복지법도 개정할 것"이라고도 했다.

한편 서울 종로경찰서는 2일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의사를 살해한 혐의(살인)로 박모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전날 오후 5시 44분쯤 종로구 한 대형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진료 상담을 받던 중 의사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상담실에서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피해자가 도망치자 뒤쫓아 나가 3층 진료 접수실 근처 복도에서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사진=연합·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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