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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했나 문잠궜나"… 편리함과 바꾼 기억력, 당신도 '영츠하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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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1-01 10:00:00 수정 : 2018-12-31 18: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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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2030 건강 적신호①] 청년 건망증 급증 대학생 강모(25)씨는 최근 건망증이 너무 심해져 벌써 치매가 온 건 아닌지 걱정이다. 강씨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분명히 검색해볼 게 있어서 인터넷 창을 열었는데 검색어를 입력하려는 순간 뭘 검색하려고 했었는지 까먹는 경우가 많다”며 “또 샤워하다 세수를 했는지 안 했는지 기억이 안나서 다시 세수를 한 적도 있고,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나서 곤란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사소한 것을 잊어버리는 건 말로 다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단순히 기억력이 안 좋아진 건지 문제가 있는 건지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이씨처럼 건망증을 호소하는 청년들, 이른바 ‘영츠하이머’가 증가하고 있다. 영츠하이머란 ‘Young(젊은)’과 ‘Alzheimer(알츠하이머)’를 조합한 신조어다.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과의존과 장시간 사용이 일시적인 기억력 감퇴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단순히 건망증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젊은 치매 환자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2030청년층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수면 주기를 일정하게 하는 것이 건망증을 줄이고 장기간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문 잠궜던가” “뭐라고 말하려 했더라”…영츠하이머 호소하는 청년들

문은 잠그고 나왔는지, 인터넷 검색창을 왜 열었는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가 생각나지 않는 등 건망증을 호소하는 20~30대 청년들이 많다.

자신을 ‘0개 국어 가능자’라고 소개한 대학생 황모(24)씨는 “친구들이랑 대화하다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단어가 기억나지 않거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자체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며 “어제 먹은 점심 메뉴는 정말 기억이 안 난다. 심지어 오늘 먹은 점심도 저녁 때가 되면 생각해내기 쉽지 않다”고 건망증을 호소했다.
게티이미지

회사생활 스트레스로 퇴근 후 술을 자주 마신다는 회사원 김모(29)씨는 “요즘 술만 마시면 필름이 끊긴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최근 들어 더 심해진 것 같다. 이러다 큰 실수라도 하게 될까 봐 걱정”이라며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술을 찾게 되고 기분 나쁜 상태에서 술을 마시다 보면 많이 마시게 돼서 더 그런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31)씨도 “야근하고 사무실에서 마지막으로 나왔을 때 ‘내가 컴퓨터를 껐던가’ ‘에어컨을 껐던가’ ‘사무실 문을 잠궜던가’ 하면서 불안감이 엄습할 때가 종종 있다”면서 “도저히 기억이 안 나서 다시 회사로 돌아가 확인하고 왔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 10명 중 9명 건망증…젊은 치매 환자도 증가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스스로 건망증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해 직장인 217명을 대상으로 건망증 관련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93.1%는 건망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 중 절반가량은 본인의 건망증 정도를 ‘심한 편’(51.6%)이라고 답했다.

주로 겪는 건망증으로 ‘대화 중 하려던 말을 잊거나, 하고 싶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31.2%)가 가장 많았고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린다’(30.4%), ‘물건을 흘리고 다닌다’(17.6%), ‘전화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11.1%) 등의 답변이 줄을 이었다.

직장인들이 자가 진단한 건망증의 주요 원인으로 ‘스트레스·긴장감 등의 정신적 요인’(38.6%)이 가장 컸다. 또 ‘과다한 업무량’(21.8%), ‘스마트폰·PC 등으로 무언가를 따로 외우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20.7%) 등을 원인으로 봤다.

실제로 젊은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치매 환자 42만4239명 중 약 4.6%에 해당하는 1만9665명이 초로기 치매 환자(만 65세 이하 치매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8521명이 30~50대 초로기 치매 환자로 2006년(4055명)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치매 발병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일정 메모는 기본, 계산도 스마트폰으로…‘영츠하이머’로 가는 지름길

전문가들은 영츠하이머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 과의존을 꼽는다.

최근 주변 사람의 연락처, 해야 할 일 등 일상에서 기억해야 할 거의 모든 것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단순 계산도 스마트폰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디지털 기기에 의존하면 뇌의 활동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은 청년층의 기억력이 감퇴하는 이유다.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17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7.4%(고위험군은 2.8%+잠재적 위험군은 14.6%)가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가 고위험군 3.6%, 잠재적 위험군 20.0%로 모든 연령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민경복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공동연구팀이 2016년 국내 대학생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전체의 36.5%인 222명이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행인 점은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한 기억력과 계산 능력이 저하는 뇌 손상으로 인한 치매가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폰 사용 빈도를 낮추면 상대적으로 쉽게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 “기억력·숙면에 방해되는 스마트폰 사용 줄여야”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우리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우리의 기억력과 깊은 사고, 숙면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사용 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백종우 경희대학교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지난달 31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년들의 건망증 급증 현상에 대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기억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라며 “간단한 것들도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다보니 주의 깊게 기억하려고 하지 않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이 대부분 생활에 편리함을 가져다줬지만 스마트폰은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활동이 많기 때문에 깊은 사고력이라든지 지구력을 요하는 데 때로는 방해가 될 수 있다”며 “빠른 속도를 요구하는 사회에서 한 발 떨어져서 여유를 갖고 몸과 마음을 챙기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백 교수는 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거나 게임을 하면서 밤늦게까지 활동하는 20대가 특히 많다. 수면 부족으로 낮에 졸린 것”이라며 “늦게 자고 깊게 못 자서 낮에 뇌의 회복이 더디고 졸림이 있고 건망증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어 “실제로 불면증이 있으면 알츠하이머가 발병할 위험성이 증가된다”며 “수면주기를 일정하게 해서 깊은 잠을 자는 것이 건망증을 줄이고 장기간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김지연 기자 delay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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