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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해저터널, 물류 혁명뿐만 아닌 양국 화해의 통로" [나의 삶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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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8 19:53:59 수정 : 2018-12-28 19:5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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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계획 분야 최고 권위자’ 서의택 前 부산외대 총장 “한·일해저터널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갈등을 해소하는 통로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동북아시아권역의 평화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80대 초반의 나이인데도 대학 석좌교수, 대학재단 이사장 등 젊은이 못지않게 왕성하게 활동 중인 서의택(81) 전 부산외대 총장은 한·일해저터널을 단순한 해저 도로망을 넘어서 양국 ‘화해의 통로’로 정의했다.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에 따르면 한·일해저터널은 부산∼후쿠오카 220㎞를 잇는다. 수심이 깊은 곳은 200m가 넘는다. 양국이 분담하는 공사비는 약 100조원으로 추산된다. 이 해저터널 건설로 한국 측 부담액은 약 20조원이지만 국내에서는 총생산유발 효과 54조원대, 부가가치유발 효과 19조원대, 고용유발 효과 44만명대를 올릴 것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한·일 양국 수뇌의 합의가 있어야만 착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의택 전 부산외대 총장이 지난 17일 석좌교수로 있는 부산대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일해저터널의 의미와 추진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 전 총장이 국가적 추진 과제인 한·일해저터널 건설을 민간차원에서 연구하는 단체인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를 11년째 맡은 것은 그의 이력을 보면 단박에 이해할 수 있다. 바로 도시계획분야 최고의 권위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도시계획이란 용어조차 생소하던 1950년대 말쯤 부산대 건축공학과를 다니며 도시계획 분야가 건축보다 범위가 넓고 큰 데 흥미를 느꼈다. 각종 자료를 뒤지며 독학으로 틈틈이 공부한 그는 1975년 프랑스 정부가 모집한 전액 국가장학금 국비 유학생 모집에 선정돼 파리 제8대학에서 2년 반 동안 도시계획학을 공부한 뒤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1970년대 초부터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를 30년 가까이 역임한 그는 지방 학자 중 최초로 중앙도시계획위원(1984년 6월∼1990년 6월)을 맡은 데 이어 청와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장(2006년 2월∼2009년 4월), 경북도청이전 신도시건설 위원장(2008∼2015년)을 역임하며 국내 도시계획분야의 1인자로 우뚝 솟았다. 1998년부터 8년 동안 제4·5대 부산외대 총장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서 전 총장은 이런 굵직한 족적을 담은 자서전을 내달라는 제자들의 요구를 한사코 말렸다. 지난해 12월 전호환 부산대 총장과 교수들이 꾀를 내 “평전이라도 내게 해달라”고 스승인 그에게 간청해 겨우 허락을 받아냈다. 지난달 19일 열린 평전 출판기념회에는 부산지역 주요 기관장과 학계, 상공계 인사 등 200여명이 참석해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민간 사단법인인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를 맡게 된 동기는.

“부산대 공과대학원 교수 시절 석사논문 제자인 이용흠(72·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 일신종합설계 회장이 2007년 한일터널연구회를 만들었다. 이 회장은 이 연구회에 관해 나에게 설명하며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도시공학자로서 대륙과 섬을 철도로 연결하는 일이 매우 합리적이라고 느껴 흥미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듬해 1월 연구회가 회원 300여명의 사단법인으로 재출범하면서 공동대표를 맡게 됐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수단의 경우 지상은 도로, 공중은 항공, 해양은 선박 아니면 해저터널을 건설해야 ‘소통’이 가능하다. 해저터널은 기상과 관계없이 대량수송이 가능한 최적의 교통수단이다. 게다가 물류혁명을 가져올 이 해저터널이 건설되면 물적·인적 교류가 급속도로 늘어나 자연스럽게 양국의 나쁜 감정의 골은 빠른 속도로 메워질 것이다. 평생 도시계획을 연구한 학자로서 이 해저터널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한일터널연구회가 그동안 펼친 주요 활동은.

“지난 12년간 우리 연구회와 목요학술회 등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4차례에 걸쳐 전문가와 일반 방청객이 다수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했다. 이전에도 수많은 국내·국제 세미나, 현장시찰을 통해 연구를 거듭했고 그 기록을 남겼다. 지난 17일 부산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4차 라운드테이블’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한·일해저터널 건설에 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정헌영 부산대 교수가 발표했다. 해저터널 건설 필요성에 대해 전 국민(표본 1000명) 62.0%, 부산시민 63.0%가 공감한다는 매우 고무적인 조사결과가 나왔다. 건설 찬반 의견도 부산시민표본(1000명) 중 찬성의견이 58.0%에 달했지만 반대의견은 22.0%에 불과했다. 우리 연구회의 활동이 서서히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총장께서 26년 전 제안한 것 중 미완의 작품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다.

“가덕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현재의 김해공항을 아무리 확장하고 재확장해도 주변의 민가 때문에 24시간 가동하는 공항이 되지는 못한다. 오후 11시부터 오전 6시까지 커퓨 타임(Curfew Time·야간 이·착륙 금지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공항을 만들려면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바닷가로 가야 한다. 그런 곳을 찾다 보니 가덕도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2년 전 ‘남부권 관문공항’이 아닌 ‘영남권 거점공항’이라고 표현했는데 관문공항은 장거리노선을 갖추고 24시간 운영되는 공항을 말한다. 신공항은 반드시 남부권 관문공항으로 건설돼야 한다. 남부권 신공항을 지역갈등 문제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방의 학자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중도위) 위원이 되기도 힘든데 위원장(장관급)을 연임했다.

“2007년 2월 지방대 출신 교수로는 처음으로 임기 2년의 중도위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직무수행 능력을 인정받아 2009년 재위촉돼 결국 4년을 맡은 셈이다. 중도위는 광역도시계획, 토지거래허가구역 설정 등 국토부 장관의 권한에 속하는 굵직한 사안들을 심의하는 전문위원회이다. 그린벨트 해제, 택지개발예정지구, 대학캠퍼스 지정도 소관 업무다. 대학교수로 바쁜 시절이던 1984년부터 1990년까지 6년간 영남권 대표로 중도위 민간위원으로 참여했을 때 파워가 워낙 센 자리이다 보니 여러 차례 로비 유혹도 받았지만 처신에 빈틈을 보인 적은 없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추진위원장과 경북도청이전 신도시건설위원장도 맡았다.

“아시다시피 세종시 건설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야망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국가경영의 비전이 함축된 사업이었다. 이 중대한 사업을 지역 학자인 제가 2006년에 국무총리와 공동으로 맡은 것은 당시 일대 사건이라 할 만했다. 사실 2002년 ‘신행정수도 대토론회’ 때 패널로 나선 그날 국토균형발전, 지방거점도시 중점개발, 신행정수도는 국민합의를 거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세종시에는 현재 60여개 중앙행정기관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이 입주해 있다. 경북도의 요청으로 2008∼2015년 경북도지사와 공동으로 경북도청이전 신도시건설위원장을 맡았는데, 새 경북도청은 2016년 2월9일 개관했다. 안동과 예천 중간지점에 위치한 새 도청사는 세종시와 어깨를 나란히 해 북위 36도선 국토의 중심에서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 상당히 과감했던 것 같다.

“우리나라 국토면적은 약 10만㎢(300억평)인데 그중에 그린벨트 면적은 5.5%에 달한다. 또 전체 국토 중 임야와 농경지가 대부분이고 도시용지는 5.0% 정도이다. 풍부한 녹지자원을 가졌는데도 불과 5.0%의 도시용지 공간에 국민이 초과밀로 살고 있다.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대도시로의 인구집중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대도시에서 인구가 무질서하게 외곽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고자 그린벨트를 설치했다. 1970년대 초 그린벨트가 설치될 때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잘못 지정한 곳이 있었고 도시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률적인 잣대로 도상에서 그려졌기 때문에 국민적 불만이 거세게 터져 나왔다. 그린벨트 등 국토계획의 수정과 보완은 계획적 논리와 사고로 해야 한다.”

―자서전 발간 권고를 끝내 거부했다. 겸손이 지나친 것 아닌가.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은 타고난 성격에다 아무래도 종교적 영향(모태 개신교 신앙)인 것 같다. 제자들은 대학 총장을 연임한 점을 들어 자서전 발간을 강하게 원했지만 사실 대학 총장을 맡은 사람은 지천으로 널려 있다. 나 자신이 특별한 공적을 세웠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평전은 지난해 11월 전호환 부산대 총장 등 후배와 제자들의 기습적인 제안에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

글·사진 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서의택 전 부산외대 총장은…
●1937년 부산 출생 ●부산대 공과대학원 공학석사 ●프랑스 파리8대학 도시계획박사 ●중앙도시계획위원(지방 최초) ●부산대 환경대학원 원장 ●4∼5대 부산외대 총장 ●청와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추진위원장(국무총리와 공동) ●중앙도시계획위원장(국토교통부) ●경북도청이전 신도시건설위원장 ●사단법인 한일터널연구회 공동대표(현) ●재단법인 한중우호친선협회 회장(현) ●10∼12대 학교법인 동명문화학원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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