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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큰 비행기만 사용할 필요 있나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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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8 10:42:32 수정 : 2018-12-28 16: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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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 만료 앞둔 '공군1호기', 기종 변경 가능성 제기 / 초대형 여객기 B747-8i 거론에 비용 과다·운용 제약 등 부적절 의견도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가능하게 했던 1등 공신은 ‘전용기’였다. 평양에서 5000㎞, 워싱턴에서 1만5600㎞ 떨어진 싱가포르는 비행기로 이동하지 않으면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용기로 싱가포르로 이동,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북미 대화의 물꼬를 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해외 순방에 전용기를 이용한다. 공군1호기로 불리는 대한항공 소속 B747-400 기종이다. 2010년 임대계약을 맺고 2014년 재계약해 2020년 3월까지 사용할 예정이다. 대통령 전용공간 및 1급 수행원 공간, 회의실, 기자석 등을 갖췄으며 위성통신망과 미사일 경보 및 방어장치 등도 장착되어 있어 ‘하늘의 청와대’로 불린다. 공군2호기는 1985년 도입한 B737이다. 

현재 사용중인 공군1호기 B747-400 기종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임대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군 안팎에서는 기종변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운용중인 기종보다 더 큰 비행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르면 내년 초 공군1호기를 5년간 장기 임차하는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군2호기 도입에 대한 선행연구도 진행중이다.

공군은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되면 입찰 및 업체 선정작업을 거쳐 2020년 6월까지 공군1호기 전력화를 완료, 같은해 7월부터 5년간 장기임차한다는 방침이나 업계에서는 항공기 개조 등을 이유로 전력화 시기를 늦춰줄 것을 바라고 있어 세부 일정은 유동적이다. 

대한항공이 운영하는 B747-8i 여객기. A380과 더불어 초대형 여객기로 분류된다.
보잉 제공
◆초대형 여객기 B747-8i 거론

정부는 공군1호기 기종 변경 가능성에 대해 “확실히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군과 항공업계에서는 B747-8i 임차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공군1호기는 B747-8i로 갈 것”이라며 “정부 기조는 현재 운용중인 B747보다 큰 비행기를 원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미국 보잉의 B747-8i는 B747-400 후속기종으로 유럽 에어버스의 초대형 여객기 A380에 맞서 보잉이 개발한 항공기다. 400여석의 좌석을 보유하고 있고 1만4815㎞를 시속 912㎞로 비행한다. 여객용보다는 화물기로 더 많이 쓰인다. 대한항공이 10대를 도입했으며, 독일 루프트한자, 중국국제항공 등에서도 사용중이다.

B737-8i의 경쟁기종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영하는 A380은 거론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공군1호기로 쓰이는 B747-400을 그대로 쓰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은 제기되고 있다. 항공업계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비행기를 바꾸면 보안장비나 비밀통화설비 장착 등에 15억~17억원이 추가로 소요되고, 기존 공군1호기에서 보안장비 등을 탈거하는 비용도 추가된다”며 “예산이나 보안장비 인증 문제를 감안, 기존 공군1호기를 계속 임차하는 방안도 거론된다”고 말했다.

현재 사용중인 공군1호기 B747-400 기종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합뉴스
장기임차에 대한 선행연구 단계인 신형 공군2호기는 B777 기종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5년 도입한 B737 기종인 공군2호기는 40여명만 태울 수 있어서 교체 요구가 제기되어왔다. 항속거리도 짧아 장거리 비행이 어렵다.

후보로 거론되는 B777은 300~400석 규모의 쌍발 항공기다. 항공사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객실의 공간이 넓어졌고 객실 구조도 필요에 따라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도록 했으며 운항 비용도 낮췄다는 평가다. 기존의 B747과 맞먹는 수준의 이륙중량과 항속거리를 가지고 있어 세계 항공업계에서는 B747 구형 모델을 B777로 대체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B777-200ER을, 대한항공이 B777-300ER을 운용중이다. 이들 기종은 항속거리가 연장된 기종이다.

◆비용 과다에 운용 제약까지…발상 전환 필요

일부 항공업계 관계자와 항공 전문가들은 “B747-8i는 전용기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비행기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비행기도 권투처럼 체급이 있다. 여러 가지 기준 중 주날개 폭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주날개 폭이 가장 작은 비행기는 A등급이고, B C D E로 갈수록 외형이 크다. 747-8i는 A380과 함께 F등급을 받았다. 주날개 폭이 68.4m로 F등급 기준인 65m 이상이다. 현재 공군1호기인 B747-400은 64.9m로 E등급이다.

E, F등급 항공기가 뜨고 내릴 수 있는 공항은 많지 않다. 미국 LA 국제공항이나 네덜란드 스키폴 국제공항, 파리 샤를르 드골 국제공항 등 미국과 유럽, 아시아 허브 공항 정도가 아니면 취항 자체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착륙 제약은 대통령 방문 의전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방문할 때 문제점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9월 20일 오전 삼지연 공항에 도착,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항공업계 관계자는 “B747-400도 이착륙에 제약이 있는데 B747-8i를 운용하게 되면 큰 공항에 내렸다가 작은 비행기로 환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A380이나 B747-8i는 크기가 워낙 커서 공항 활주로에서 다른 비행기와 부딪히는 등의 사고가 적지 않아 국제공항에서는 기피기종으로 꼽힌다. 이착륙 시간대도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형 비행기라 연료비 등 운영유지에 필요한 비용부담도 크다. 한 항공전문가는 “고속도로 요금소를 통과할 때 경차냐 화물차냐에 따라 요금이 다르지 않나. 비행기도 마찬가지다. 공항 이착륙할 때마다 공항 이용료를 낸다. (대형 비행기는) 매우 비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항공교통량 증가에 따른 공항 인프라 개선이 세계적 추세라는 점에서 대형 여객기를 전용기로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B747-8i처럼 큰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항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A380과 B747-8i와 같은 대형 여객기는 세계적으로 각광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보잉은 쌍발 여객기인 B777, B787 기종을 개량하면서 세계 각국의 항공사에 판매하고 있고, 에어버스도 A321이나 A320 등 쌍발 여객기에 집중하는 추세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세계 주요 국제공항도 쌍발 여객기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공군1호기가 공항에 주기되어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문제점을 감안해 대형 여객기 1대 대신 연비가 우수한 쌍발 여객기 2대를 함께 사용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B777 개량형인 B777-200LR의 경우 B777-200의 연료 탱크를 증설, 항속 거리를 늘린 모델로 312명을 태우고 최대 1만5843㎞를 날아갈 수 있다. B777-300의 최대이륙중량을 늘린 B777-300ER은 396명을 태우고 1만3649㎞를 비행한다. 태평양을 횡단하기에 충분한 항속거리다. 보잉이 개발중인 B777-X 기종도 후보가 될 수 있다.

쌍발 전용기를 두 대 사용하면 보안 강화에도 도움이 되고, 이착륙에도 제약이 없어 세계 어느 공항도 이용이 가능하며, 비용 절감 효과도 있다. B747-400을 쓰던 일본이 B777-300ER로 전용기를 바꾸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B777을 사용하면서 부족한 수송능력은 공군 공중급유기 A330MRTT를 인원 및 화물 수송용으로 바꿔 쓰면 해소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장거리 해외 순방을 가기 위해 외국 비행기를 빌려 타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초대형 여객기를 공군1호기로 쓰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력이 향상됐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중요한 요소는 실리다. 미국 대통령처럼 전 세계를 무대로 군을 지휘하기 위해 대형 전용기를 써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대형 비행기로 과시하지 않아도 세계 주요 국가들은 대한민국의 위상과 실체를 잘 안다. 국민 혈세를 과도하게 쓰는 대신 실용적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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