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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한반도의 봄’ 동력 약해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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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20 23:20:24 수정 : 2018-12-20 23: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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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조치 기미도 없는데 / ‘희망고문’ 당하며 조급함 생겨 / 美·中 전략적 경쟁 격화도 장애 / ‘운전자’ 앞서 北 리스크 줄여야 지난 11월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무산된 후 올해가 다 가도록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2차 북·미 정상회담에 쏠렸던 우리의 관심과 기대는 ‘희망고문’에 가까웠다. 4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6월의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보였던 비핵화 의지가 반드시 결실을 거둬야 한다는 절실함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를 요구하는 교착 국면에서도 내년 초의 돌파구 마련에 희망을 걸어보지만, 모처럼 맞이했던 ‘한반도의 봄’이 동력을 잃어가는 느낌을 저버릴 수 없다.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 조치는 기미가 없고, 지난 10일 미국은 최룡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포함, 북한 체제의 핵심 실세 3인을 인권유린 책임을 물어 제재 대상에 올렸다.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느긋한 모습을 보였다. 16일 북한은 외교부 관리의 매체 기고문을 통해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은 ‘영원히 비핵화의 길이 막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미 국무부는 19일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를 위한 한·미 간 조율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제든지 위기가 재연될 수 있는 분위기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 지역학

2017년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핵무력 완성’ 선언으로 촉발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비하면, 올 한 해 동안 한반도는 평화 분위기 조성이라는 값진 성과를 거뒀다. 전체적으로 보면 남북한과 미·중 모두에게 이득이 된 나름 포지티브 섬(positive-sum) 게임이었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행동을 피하면서도 핵 보유와 체제 유지를 도모했고, 미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억류 미국인 석방, 미군 유해 발굴 및 송환 재개에 성공했다. 중국 역시 미국을 압박하고 북·중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잡았다.

북한의 전략적 셈법이 지니는 한계성도 명확하다. 한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이유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그 누구도 북한의 존립을 위협하지 않을 것이며, 경제발전의 계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이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기득권층의 체제 옹호와 주민통제를 기반으로 한 북한 전체주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적당 수준의 긴장’과 ‘적’이 필요한 상황에서 핵은 여전히 유용하다. 핵을 버리자니 체제유지가 어렵고, 드러나게 핵개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군사행동이 두렵다. 북한은 김정은 마케팅으로 북·미 정상회담이나 남북관계 개선 모멘텀을 유지해 체제 유지의 완충 장치로 활용했다.

미국 역시 북한이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경제제재를 풀 수 없으며, 인권 문제 등으로 압박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입장은 FFVD 이전에는 북한을 믿을 수 없으며, 중국 견제를 위해 한반도의 전략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매체와의 회견에서 미국이 중국의 도전에 맞서 싸울 것이라면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중국의 팽창을 막고 미국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서라도 핵을 보유한 적대적 북한은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한반도를 지렛대 삼아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긴장’에 의존해 인권 부재의 전체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격화되는 현실의 한계가 ‘한반도의 봄’이 봄답지 않은 이유다. 문제를 야기한 북한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언제든지 한반도의 위기는 고조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중재 노력 부족이 아니라 한반도의 지정학적 현실로 인한 어려움이다. 성급한 ‘운전자’ 역할에 앞서, 아직은 효율적 위기관리를 통한 북한 리스크 최소화에 진력할 때다. 또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경제발전의 길로 들어서도록 인내를 가지고 강온의 양면 정책으로 유도해 나가는 의연함이 필요하다. 조급함에 의한 ‘희망고문’으로 힘들어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 지역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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