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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소시민役 탈출 … 제대로 삐뚤어졌죠”

입력 : 2018-12-20 20:40:42 수정 : 2018-12-20 20:4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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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마약왕’으로 돌아온 송강호 / 필로폰 수출·유통 ‘사회악’ 이두삼役 / 한 밀수꾼 욕망·집착 파멸의 인생 / 마약을 소재로 적나라하게 표현 / “약에 취한 모습 등 끊임 없이 상상… 조정석·배두나 등과 호흡 짜릿해” / 개봉 첫날 관객 25만명 흥행 신호탄
“일부러 정의롭고 선량한 역할만 골라왔던 것은 아닌데, 어쩌다 보니 지난 10년간 작품에서 그런 느낌과 이미지가 생겼죠. 그래서 ‘마약왕’ 이두삼을 처음 접했을 때 배우로서 참 반가웠습니다.”

송강호는 ‘대한민국 대표 소시민’으로 꼽히는 배우다. 정의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변호인’(2013), ‘택시운전사’(2017)가 1000만 이상 관객을 불러모아 흥행하면서 최근 들어 그런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영화 ‘마약왕’에서 1970년대 마약을 제조하고 수출·유통시킨 이두삼을 연기한 송강호는 “‘마약왕’은 마약을 심층적으로 다룬 영화가 아니라 모순적인 시대와 한 남자의 욕망이 만나 벌어지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쇼박스 제공

그런 그가 19일 개봉한 새 영화 ‘마약왕’에서 제대로 삐뚤어졌다. 송강호가 연기한 이두삼은 ‘애국’한다며 일본에 필로폰을 수출하고 한국에도 유통한 ‘사회악’이다.

개봉을 사흘 앞두고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강렬히 끌렸다”고 ‘마약왕’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영화 초반 이두삼의 모습은 제가 대중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던 15∼20년 전 캐릭터들과 닮았습니다. 그때를 기억하는 분들께 반가움을 드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이두삼이 마약왕으로 변해가면서 보이는 모습은 지금까지 제가 연기해보지 않은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10년 동안 한 인물을 따라가면서 다양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두삼은 부산에서 활동하던 하층 밀수업자였다. 올바른 일은 아니었지만, 식구들을 잘 건사하고 싶은 가장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그는 어떤 사건에 휘말려 고초를 겪게 된 뒤 힘에 대한 열망을 갖게 되고, 마약 제조와 수출을 통해 돈과 권력에 맛을 들이며 점차 파멸해간다. 실제 자택에 필로폰 공장을 차려놓고 수출에 국내 유통까지 시키다 1980년 붙잡힌 마약왕 이황순이 이두삼의 모델이다.

“마약을 심층 탐구하는 영화는 아닙니다. 한 사람의 욕망, 집착, 파멸의 인생을 마약을 소재로 적나라하게 표현한 것이죠. 실제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약에 취한 모습,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욕심내고 집착하는 모습을 표현하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참고할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감독님도 그 인물의 상태를 정확히 알 수 없었죠. 최대한 상상력을 발휘해야 했습니다. 배우는 정말 외로운 존재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작업이었습니다.”

영화는 이두삼이라는 인물에 집중하며 누구나 조금 더 ‘잘 살아’ 보려던 1970년대를 비틀어 본다. 그러면서 계몽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촘촘히 설계된 배경은 거들뿐,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오락성’이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내부자들’(2016)의 우민호 감독의 노련함이 돋보인다.
여기에 쟁쟁한 배우들의 흡입력도 상당하다. 이두삼을 잡으려는 검사 김인구 역의 조정석, 이두삼의 조강지처 성숙경 역의 김소진, 이두삼의 내연녀이자 로비스트인 김정아 역의 배두나 등 메인 캐릭터들은 물론 조우진, 이희준, 이성민, 김홍파, 윤제문 등 길지 않게 등장하는 인물들까지도 뚜렷이 살아있다.

“조정석, 김대명 같은 친구들이야 예전부터 봐서 잘하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 만난 김소진, 조우진, 이희준의 경우가 인상 깊었어요. 작품을 통해 좋다고 느낄 때와 실제 함께 호흡을 맞췄을 때 순간적으로 느끼는 짜릿함은 다르거든요. 배우들끼리 차마 민망해서 ‘너 너무 잘한다’고 칭찬하지는 못했지만, 그럴 때 희열을 느끼면서 저도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마약왕’은 개봉 첫날 관객 25만명을 불러모아 같은 날 개봉한 ‘아쿠아맨’(약 14만5000명), ‘스윙키즈’(약 10만2000명)를 누르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는 내년에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조철현 감독의 ‘나랏말싸미’로 연달아 관객을 만날 예정인 송강호는 한국영화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변화와 도전을 강조했다.

“제가 활동했던 지난 22년을 돌아보니 한국영화는 크고 작은 부침을 겪으면서도 정말 많은 사람의 노력과 관객들의 격려를 통해 지금처럼 발전했습니다.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워지도록 늘 노력해야죠. 안전하고 검증받은 스토리를 따르기보다는, 부담스럽더라도 참신한 소재와 형식을 찾아 도전해야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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