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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산의마음을여는시] 맛있는 마을

관련이슈 박미산의 마음을 여는 시

입력 : 2018-12-17 21:14:34 수정 : 2018-12-17 21: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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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크고 작은 도로마다
싱싱한 마을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소문이 주르르 흘러나온다
마을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는
먼저 마을 밖에서
길을 꼼꼼히 살펴보아야 한다
먹음직스러운 마을일수록
벌레가 파고들어 간 구멍이 있기 때문
꼬물꼬물한 길을 따라가 보면
신선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쉽게 껍질이 벗겨지는 마을은
과즙도 달다 손가락 사이로
달콤한 웃음이 흘러내린다 소백산 너머
붉은 마을은 신맛이 강하고
철사줄에 매달려 해풍을 견딘 대부도는
인구밀도가 높다
마우스를 집 안에 들인 요즘에는
맛있는 마을이 바로 배달된다
골라먹는 재미를 선사하는 제철 마을
클릭,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을을 드시고 싶은가


원은희
요새같이 추운 날은 꼼짝하지 않고 집 안에서만 뒹굴고 싶다.

집 안에 있으면 뭔가 입안이 궁금해진다.

온라인 장터 마을을 클릭한다.

꼬물꼬물한 길을 클릭하여 따라가 보면 골라 먹는 재미를 선사하는 과일 마을이 있다.

제주도로 가서 귤을 먹을까?

아니면 더 멀리 멕시코 작은 마을에 가서 아보카도를 먹어볼까?

자메이카의 자몽은 어떨까?

맛있는 과일을 먹기 위해서는 상품 원산지와 상품평이 어떤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소백산 너머에 있는 붉은 사과를 클릭한다. 신맛이 강해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한 소문이 주르르 흘러나올 것 같다.

철삿줄에 매달려 해풍을 견딘 대부도의 포도는 다디달다.

클릭, 당신은 오늘 어떤 나라에 가서 어떤 과일을 드시고 싶은가?

박미산 시인·서울디지털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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