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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세상] 네팔 더르바르 광장과 인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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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7 21:06:51 수정 : 2018-12-17 21: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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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출장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본 유물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이집트에서 옮겨온 덴두어 사원이었다. 나일강에 아스완댐이 건설되면서 수몰 위기에 처한 수많은 유물, 유적의 보존을 도운 것에 감사해 1965년 이집트 정부가 미국에 선물로 주었다고 한다. 벽돌 하나하나를 분리해 옮긴 뒤 박물관에서 재조립되었다. 한때 존립을 위협받았던 이집트의 사원은 이역만리 타국이긴 하나 세계적인 박물관에 자리를 잡으면서 최상의 대접을 받으며 세계 각국에서 온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뉴욕을 다녀오고 얼마 뒤, 다시 출장을 가게 된 네팔에서 박타푸르 더르바르 광장을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카트만두 계곡’ 중 일부이기도 한 유서 깊은 유적지지만 현실은 처참했다. 2015년 네팔을 강타한 지진으로 입은 피해의 흔적이 3년이 지난 지금껏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무너진 건물, 탑 등은 잔해만 남아 덩그러니 서 있었고, 그곳에서 떨어져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벽돌들이 적지 않았다. 이런 풍경이 일상이 된 듯 더르바르 광장을 찾은 네팔인들의 표정이 밝아 심란함이 더했다.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덴두어 사원처럼 더르바르 광장을 능력 있는 다른 나라나 기관에 맡겨버리는 것은 어떨까.’

숙소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문득 들었던 생각이다. 물론 이방인의 과한 상념이다. 현실적으로 장애가 숱하거니와 제자리를 지켜야 하는 문화재 보존의 원칙과도 배치된다. 그렇다고 해도 더르바르 광장의 현실에 대해 ‘우리’를 포함한 능력 있는 누군가가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은 여전하다.

운좋게 미얀마의 바간, 라오스의 홍낭시다,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에서 현지의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을 만난 적이 있다. 몇 년 전의 일인데, 한 박물관 관계자의 말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우리는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릅니다.”

네팔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을 듯싶다. 찬란했던 역사의 증거인 문화재를 가졌으나 그것을 돌볼 능력도, 여력도 부족한 이들 국가엔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우리 문화재도 아닌데 돈, 시간 써가며 나서야 하나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류의 문화재’라고 여기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세계유산 13건, 인류무형유산 20종목, 세계기록유산 16건을 보유하고 있고, 등재될 때마다 세계가 인정한 문화재를 보유하게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한다. 등재된 문화유산이 인류의 관점에서 평가되고, 보호될 것이란 기대도 한다. 그러니 이쯤되었으면 성과를 자랑하기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생산한 인류의 문화재를 돌아보는 책임감을 가져봄직도 하다.

정부는 몇 해 전부터 전문가 현지 파견, 보존장비 지원, 훼손된 문화재 보존·복원 등의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미얀마 바간에 현장사무소를 열고 2023년까지 파야똔주 사원 벽화 보존처리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어느 나라든 문화재는 정체성의 근간이다. 그것을 보호하고 후대에 계승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꽤 근사한 활동이 아닐까.

강구열 문화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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