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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북 정책…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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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6 09:37:29 수정 : 2018-12-16 11:3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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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의 핵 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고 줄곧 강조하고 있다.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이 발언은 처음에 ‘속도 조절론’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북·미 협상 무용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이제 그의 발언은 트럼프식 ‘전략적 인내’ (strategic patience)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8년 동안 취한 대북 정책 기조로 대북 제재를 통해 북한을 압박하면서 북한이 붕괴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전략적 인내를 하는 사이에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대표적인 외교 실패 사례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 방송인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5일(현지시간) “북·미 핵 협상 교착 상태가 계속되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그가 한때 비판했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수용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VOA는 “트럼프 정부의 백악관이 생각했던 것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훨씬 더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이어 이런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욕하며 닮기

VOA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로 회귀한 근거로 그가 15일 트위터에 올린 글을 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북한과의 협상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봐 왔다”면서 “나는 항상 우리는 서두를 게 없다고 대답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 나라(북한)가 매우 큰 경제적 성공을 할 아주 멋진 잠재력이 있다”면서 “김정은은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그의 주민을 위해 전적으로 그 기회를 활용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저 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VOA는 “미국의 북한과의 대화는 교착 상태에 빠져 있고, 북한은 비핵화를 향한 실질적인 조처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 방송은 “북한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갑자기 취소했고,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지난 8월에 임명됐으나 북한 측 카운터파트를 만나보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VOA는 “위성 사진 이미지를 보면 북한은 올해 내내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지 않았고, CNN이 보도한 사진 이미지에 따르면 북한이 핵심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VOA는 “북한이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에도 불구 비핵화를 이행하지 않음으로써 트럼프 정부가 대북 정책의 출발점으로 ‘전략적 인내’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했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때까지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했고, 이를 전략적 인내로 불렀다고 이 매체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북한이 핵실험과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을 통한 도발을 계속함에 따라 전략적 인내의 시대가 끝났다고 천명하고, ‘최대의 압박’ 전략을 동원했다. 북한은 그러나 올해에 평창 동계 올림픽 참석을 계기로 ‘미소 전략’을 들고 나왔고, 트럼프 정부도 북한과의 대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전략적 인내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군축 담당 조정관으로 일했던 게리 세이모어는 ‘전략적 인내’가 그 자체로 정책이 아니고, 그냥 드러난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세이모어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비핵화에 따르는 약속으로 북한을 유인하고 있다”면서 “이것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만 빼면 오바마 정부가 했던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서 ‘선 비핵화’를 모색하는 한 그는 본질에서 ‘전략적 인내’의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우스 국장은 “북·미 간 대화가 이뤄지고 있어 전략적 인내가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그 결과는 다를 게 없다”고 강조했다. 가우스 국장은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적 양보 조처가 충족되지 않으면 미국은 전략적 인내로 끌려들어 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대행은 VOA에 “현 정부 정책에는 인내가 너무 많고, 전략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리비어는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증강하고 있는 확실한 증거가 나오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의 시한까지 없애버렸다”고 했다. 리비어는 “이제 인내를 줄이고, 전략을 늘려야 할 때이고,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콧 스나이더 미 외교협회(CFR) 선임 연구원은 “트럼프와 오바마의 대북 접근 방식은 다르다”면서 “트럼프는 북한이 결단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결정적인 단계에 이를 때까지 의도적으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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