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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용균 동료 "社측 시공비 3억 아끼려 시설개선 안해…암흑 속 기어다녀"

입력 : 2018-12-15 19:02:31 수정 : 2019-01-15 19: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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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은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군의 사망과 관련해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서부발전과 김군이 소속됐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은 사고 위험성을 알고도 3억원의 경비가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 사고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시민대책위원회'(이하 ‘시민대책위원회’)와 김군의 유족은 지난 1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한 ‘사망사고 현장 조사 결과 공개 브리핑’에서 사고 경위와 원인을 직접 설명했다.  

앞서 지난 11일 오전 3시23분쯤 태안 화력발전소 9•10호기의 석탄운송 설비 컨베이어 벨트에서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 소속의 컨베이어 운전원인 김군이 사망한체 발견됐다. 

2인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 혼자 들어가 휴대전화 조명에 의지해 일하던 김군은 컨베이어 기계 속에 머리와 몸을 집어 넣어 작업하던 도중 고속 회전하는 롤러와 벨트에 머리가 빨려 들어가 사망했다. 

이들은 전날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고용노동부, 안전관리공단, 원청인 서부발전, 태안화력 협력업체인 한국발전기술과 함께 사고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주최 측은 현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경위와 원인도 설명했다. 

김씨는 지난 10일 2인1조로 일해야 하는 작업장에서 휴대폰 조명에 의지해 혼자 일하다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다음날 숨진 채 발견됐다. 

시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김씨는 교대 근무자로 사고 당시 가동에 필요한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주위의 낙탄을 제거, 벨트 부품인 아이들러(idler) 이상 소음 발생시 베어링 이상 유무 확인, 작업을 했다. 

특히 낙탄 제거 작업은 600m 이상 이어진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 밑으로 나 있는 수십개의 구멍에 들어가야 할 수 있다. 상체를 집어넣어 기기에 이상이 있는지 소리를 듣고 낙탄을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김씨의 작업 장소는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옷깃이 조금만 끼어도 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김군의 동료 A씨는 이와 같은 작업 환경에 대해서 "김군이 사고를 당한 곳은 분탄이 많이 발생하는 곳인데, 분탄 때문에 아이들러에 간섭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거해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낙탄(떨어진 석탄) 때문에 발생하는 분탄(석탄가루)이 쌓이면 기기 회전에 영향을 줘 컨베이어벨트에 손상이 갈 수도 있다”라며 “사고가 난 지점은 분탄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라 사측에 기기 개선을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요구에 서부발전은 ‘바큠 클리너(청소기)’라고 불리는 호스 형태의 흡입 기기만 시공했다. 작업 환경의 위험성에 대한 직원들의 개선 요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이다. 

A씨는 "김군은 비좁은 공간에서 막대한 양의 낙탄과 분탄 제거 작업을 혼자 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다"라며 "기계 운전을 중지할 수 있는 풀코드 스위치는 와이어(선)를 당겨서 작동시키는데, 평소에는 이 와이어가 느슨하게 늘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팽팽해야 즉각적으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데 현장에 있는 많은 와이어들이 다 늘어져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사고 조사에 동행했던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은 "사고가 난 기기 등을 포함해 28번씩이나 현장에서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서부발전에서는 개선에 3억 원이 든다며 다른 방법으로 고쳐주겠다고 했다"며 "노동자의 목숨값이 3억 원보다 덜하다는 것인가"라고 설명했다. 

와이어가 늘어져 있던 것과 관련해서 조 국장은 "사측에서는 실수로라도 풀코드를 쓰면 기본 30분간 작업이 중지되기 때문에 회사의 허락을 받고 쓰라고 한다"며 "그래서 풀코드가 늘어져 있던 건데, 이 경우 와이어를 잡아당겨봤자 10초 후에나 멈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 국장은 "통로의 공간도 좁고, 사방이 고속 회전체인 작업환경인데도 호스나 남은 자재, 석탄 때문에 보이지 않는 방지턱 등으로 걸려 넘어지기 쉬운 매우 위험한 작업환경인데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고 규탄했다.

또한 조 국장은 "기계에 이물질이 꼈는지 보려면 상체를 조그만 개구부에 깊숙이 집어넣어야 하는데 작업을 하다 보면 옷깃이 눌려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들도 몇 번쯤 '훅' 하는 느낌으로 빨려가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고 부연했다.

나아가 "김군은 혼자서 6㎞에 가까운 구간을 맡아 점검했다"며 "이 구간을 하루에 3번 움직여야 하는데, 하루에 제대로 쉴 틈 없이 18㎞를 꼬박 걷는 셈"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냥 걷는 것도 힘든데 낙탄을 치우면서 가야 하고, 통로가 좁고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어 곡예 하듯이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민대책위는 직접 사고 현장을 둘러본 결과 "원청인 서부발전이 거짓말을 하고 있고 하청인 한국발전기술 또한 부실하게 사고 조사를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국발전기술의 안전사고 보고서는 시간 순서에 따라 김 씨를 찾는 과정과 상황을 서술한 것일 뿐 사망 사고의 발생 원인이 전혀 담기지 않았다"며 "김 씨가 왜 구동 모터 안으로 들어갔는지, 왜 신체 일부가 말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는지 이유를 파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태안경찰서는 사고가 발생한 날 김씨와 함께 근무한 동료를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야간에 2인1조로 근무하는 게 원칙이지만 회사의 인력수급 문제로 1명씩 근무했다”는 한국발전기술 관계자 진술을 확보하고 하청업체와 원청업체를 상대로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확인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민대책위는 15일 오후 7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죽음의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는 추모 문화제를 열 예정이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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