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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 “北, 플랜B 준비하는듯…세 끼 먹고 버티는 쪽 택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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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4 16:15:19 수정 : 2018-12-14 16: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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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14일 “북한 노동신문이 요즘 자력갱생을 굉장히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화 및 결렬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북한대학원대에서 열린 북한연구학회 동계학술회의 기조발제에서 “북한이 경제제재 해제에 대한 열망이 강하지만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미국에 양보할 가능성은 작다”며 “미국이 찍어 누르면 미국 말을 듣고 수그리기보다 (핵 포기 없이) 하루 세끼 먹고 버티는 쪽을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부쩍 잦아진 자력갱생 구호와 더불어 과도한 국산화를 추구하는 것도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결렬 시 생존 대책 차원일 수 있다는 게 이 전 장관의 견해다.

이 전 장관은 “과거의 북한은 핵무기를 가진 빈곤한 국가였지만 김 위원장은 이러한 과거 국가생존 모델을 바꾸겠다는 것”이라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부국 실현을 추구하겠다는 것인데 서른 다섯살 지도자가 할아버지·아버지 대에 이어온 수십년간의 국가 생존모델을 바꾼다는 것은 살 떨리는 일이기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체제안전보장을 받아야만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가장 유익한 제1의 길은 비핵화와 경제제재 해제를 통한 고도의 경제성장이지만 미국이 상응 조치 없이 북한의 선 비핵화만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면 북한은 핵 포기 대신 제재에 버티며 세 끼 먹고 생존하는 길을 택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길은 북한이 그럭저럭 먹고 살 수는 있지만 번영은 불가능한 길이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제재압박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하루 세끼는 먹고 있다”며 “하지만 김 위원장은 밥 세끼 보존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중국 못지않은 고도성장을 해서 경제부국을 만들고 싶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체제안전 보장이 아니다”며 “체제안전 보장을 원하는 것이라면 핵무기를 갖고 있어야 하는데 김 위원장이 진짜로 원하는 것은 체제안전보장과 동시에 따라오는 경제제재 해제”라며 “핵을 포기하는 대신 체제안전보장과 경제제재 해제 통해 경제부국 실현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최근 자력갱생 구호와 더불어 북한이 과도한 국산화를 추구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했다. 그는 “북한이 말하는 국산화는 일반적·보편적 의미의 자력갱생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산업 부문에서의 과도한 국산화는 굉장히 큰 비용이 드는 일이고 적정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국산화 추구는 남북 경제협력 시 표준화의 장애요소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국가 전략을 핵에서 경제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환했다고 평가한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의 전략적 전환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원산 갈마반도 명사십리 해안가의 변화를 꼽았다. 2016년 남한을 겨냥해 수백문의 장사정포 화력훈련이 이뤄졌던 원산 해안가는 지금 관광 단지로 거듭나는 중이다. 북한의 전략적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는 게 이 전 장관의 견해다. 이 전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하기 6개월 전 아픈 몸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했고 유훈으로써 사실 중국식 개혁·개방을 제시한 것이고 김정은 위원장이 이를 승계하고 받아들인 것”이라며 “북한의 첫 번째 전략변화는 (김정일 위원장이 아팠던) 2010년이고 이번 김정은 시대의 전략적 변화는 그 연장 선상에서 이뤄진 전략전환의 완결판”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의 통치 스타일에 대해 “극단적일 만큼 실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며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당시 중국 전용기를 빌려 타고 간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전용기에서 하는 모든 말은 중국이 도청할 수 있는 건데도 입만 열면 자주를 말하는 나라의 지도자가 중국 비행기를 탔다”며 “북·미 정상회담에서 담판 짓고 싶은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의 극단적 실용주의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실리를 잃은 일이었다”며 ”미국이 정상회담 장소로 싱가포르를 강하게 밀어붙인 결과 미국이 그렇게 싫어하는 북·중 간 유착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김민서기자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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