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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빌딩 폐쇄, 달력의 'Happy New Year' 메시지도 소용없어졌다

입력 : 2018-12-14 14:09:45 수정 : 2018-12-14 14: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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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건물이 기울어진 건가요?”

복도에 쪼그려 앉아 물병 굴리는 기자를 본 한 남성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조금 전까지 이 남성은 회사 동료와 함께 얼마 남지 않은 짐을 사무실에서 정리하던 중이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에 입주한 이 업체 출입구 근처에는 조만간 있을 ‘송년회’ 일정과 함께 ‘Happy New Year!’라고 쓰인 화이트보드 달력이 걸려 있었다.

 

붕괴 위험이 발견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이 13일부터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됐다.


전원 퇴거가 결정된 지난 12일 늦은 오후 대종빌딩 지하와 지상층 모두를 돌며 만난 입주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입을 모았다.

빌딩 주위는 급히 나온 이사 차량들이 뒤섞였으며, 짐을 들고 온 이사 업체 직원들은 “어디로 가시느냐”는 질문에 “우리도 짐을 옮겨달라고만 했지 정확한 내용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이 모두 꺼진 중간층 복도에서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채 문고리에 걸려 남아 있는 배달 요구르트가 발견됐다.

한 업체는 새로운 사무실 위치 안내문을 출입문에 붙여놓았지만, 건물 출입통제로 소용없게 됐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상과 관련해 아무것도 들은 말이 없다고 했다.

 
불이 모두 꺼진 중간층 복도에서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채 문고리에 걸려 남아 있는 배달 요구르트가 발견됐다.


13일 오후 다시 찾은 대종빌딩은 남은 짐을 정리하는 이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강남구 자원봉사자들이 내부에서 다니는 이들의 신원과 출입 이유 등을 확인 중이었다.

강남구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를 기준으로 입주업체 79곳 중 27곳만이 완전히 이사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성덕대왕 신종의 ‘대’와 ‘종’을 따서 대종빌딩이라 지었다면서 건물 앞에 세워진 종을 만지는 횟수에 따라 입주민과 방문객들에게 행운과 돈, 희망과 명예 그리고 사랑 등이 따라온다는 덕담이 새겨진 표석은 더 이상 의미없게 됐다.

건물주들은 회의에서 대표단 4명을 구성해 긴급보강공사와 정밀안전진단 협의에 나섰다. 임차인들도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는 구가 확보한 안전기금으로 2층 중앙 기둥 주변에 지지대를 설치하는 긴급 보강공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지하 1층, 지상 5층 총 6개층을 공사 범위로 정했고, 16일까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보강공사 비용 분담은 건물주들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다.

정밀진단은 약 2개월이 걸리며, 건물주 113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다행히 건물주들이 회의에서 대표단을 구성해 구와 협의에 나서면서 안전진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남구는 사무실을 구하지 못한 입주자를 위해 동주민센터, 보건소, 청년창업지원센터 등의 빈 곳을 파악해 입주자에게 임시 사무공간으로 제공할 방침이며, 앞으로 필수 요원만 근무하도록 하는 등 내부 관리 인원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성덕대왕 신종의 ‘대’와 ‘종’을 따서 대종빌딩이라 지었다면서 건물 앞에 세워진 종을 만지는 횟수에 따라 행운과 돈, 희망과 명예 그리고 사랑 등이 입주민과 방문객들에게 따라온다는 덕담이 새겨진 표석은 더 이상 의미없게 됐다.


대종빌딩 인근에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순찰차 1대가 24시간 교대 근무 중이며, 소방 인력과 3t 규모 소방차가 인근에 대기 중이다.

대종빌딩은 지하 7층 지상 15층에 연면적 1만4799㎡ 규모로 지난 1991년 준공됐다.

지난달 말 기둥에서 균열이 발견됐고, 11일 긴급안전진단 결과 최하 등급인 E등급으로 추정됐다. 강남구는 전날 구가 직접 관리하는 3종시설물로 지정하고 13일 0시부터 출입제한 조치를 내렸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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