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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층부터 일반인까지 범행대상"…靑까지 나선 사칭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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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4 07:30:00 수정 : 2018-12-14 07:5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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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세계-사칭 범죄①] 현황
“권양숙(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윤장현 전 광주시장은 지난해 12월 낯선 문자메시지 한통을 받았다. 발신자는 “딸 사업문제로 5억원이 급히 필요하다”며 윤 전 시장에게 돈을 요구했다. 노 전 대통령과 친분이 있던 윤 전 시장은 문자가 온 번호로 곧장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여성은 권 여사 목소리를 흉내냈고 윤 전 시장은 이에 속아 올 1월까지 4차례에 걸쳐 4억 5000만원을 송금했다. 윤 전 시장은 검찰 조사에서 “목소리가 비슷해 진짜 권 여사인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 인사나 친분을 사칭한 사기범죄 주의보가 발령됐다. 청와대는 지난 10월 “대통령과 그 친인척, 청와대 재직 인사를 사칭하여 사람들로부터 돈을 편취하는 사례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관련 피해 사례를 나열했다.

◆“빽이면 다 된다?” 그릇된 인식이 사칭사기 부추겨

지난해 전과 6범 A씨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15년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성동구치소에 수감된)모친을 사면시켜주는 조건으로 임종석 실장이 3000만원을 요구한다”고 속여 피해자의 돈을 가로챘다. 지난 2월에는 한병도 정무수석의 보좌관으로 있었다고 사칭한 B씨가 고가의 리조트 투자를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4억원을 받아낸 사건도 발생했다.

이들 사건은 고위층의 권력을 이용한 사칭 사기다. 소위 ‘빽’이면 모든 게 된다는 인식이 피해자의 그릇된 판단을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사기범에 속아 거액을 건넨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지난 10일 오전 광주시 동구 광주지검에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여사를 사칭한 김모(49)씨도 윤 전 시장과 12차례 통화를 하고 268회 문자를 주고받으며 정치적 기대감을 심었다. 김씨는 당시 “이제 곧 경선이 다가온다”, “당 대표에게 신경쓰라고 당부했다”, “이용섭씨(현 광주시장)와 통화하며 (출마를) 만류했다”, “이용섭을 주저 앉혔다” 등 허위 메시지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나아가 대통령까지 사칭했다. 그는 지난 9월 한 사립학교 법인 대표에게 자신이 권 여사라며 아들을 취업시켜 달라고 요구했지만 여의치 않자 문재인 대통령을 사칭한 문자까지 보냈다.

곽대경 동국대 교수(경찰행정학)은 13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같은 범죄에 대해 “우리나라의 강력한 대통령제, 즉 권력이면 다 된다는 사회적 분위기를 악이용한 사례”라고 분석했다. 그는 “고위층을 사칭하면 이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며 “당사자 여부를 다시 묻기도 어렵고 주변에도 확인하기 쉽지 않은 측면이 피해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투자∙채용 빙자한 공무원 사칭 범죄도 빈번”…매년 사기범죄 20만건 넘어

잘 알려진 고위층이 아니더라도 공무원을 사칭해 돈을 뜯어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투자하면 거금이 불어난다고 속여 피해자들의 돈을 받아 챙기는 식이다. 지난 4월 서울 서부경찰서는 국세청·기획재정부 공무원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돈을 뜯어낸 김모(58)씨 등 4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과거 정부가 숨겨둔 ‘비실명화 자금’이 있다며 자금 10억원을 투자하면 500억원을 주겠다고 피해자를 유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극심한 취업난과 공무원이란 직업의 인기를 노린 사칭 범죄도 등장하고 있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 공무원을 사칭해 옛 회사동료와 지인들을 별정공무원으로 채용시켜준다며 돈을 가로챈 홍모(51)씨를 사기와 공문서 위조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홍씨는 정년이 보장된 직장을 원하는 30~50대 지인들을 노리고 적게는 570만원부터 많게는 5000만원가량을 알선비로 받아낸 것으로 나타났다.

사기범죄는 매년 20만건 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4년 24만 4408건, 2015년 25만 7620건, 2016년 25만 600건의 사기범죄가 발생했다. 사기범죄 중 2014년 19.2%, 2015년 15.1%, 2016년 13.5%가 가짜, 속임으로 인한 범죄로 나타났다.

◆ 전문가 “권력이 절차 앞지른다는 욕심버리고 내부 들여다봐야”

전문가들은 이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선 권력이 절차를 앞지른다는 인식부터 버려야한다고 설명한다. 이웅혁 건국대 교수(경찰학)는 13일 통화에서 “사칭범죄는 일명 ‘포장지 효과’라고 해서 유력인사를 등장시킨다”며 “포장지 내부의 그 기반을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본인이 생각할 때 절차에 반하는 데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면 사기일 확률이 높다”며 “욕심을 버리고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등 자신의 판단을 뒤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공무원을 사칭해도 경범죄로 분류돼 10만원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여기서 허위로 공무원의 직권까지 행사했다면 형법 118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직무를 악용하지 않더라도 신분을 속여 범죄를 저질렀다면 사기죄가 적용된다. 공무원증이나 공공기관 출입증을 위조했다면 공문서 위조죄도 적용할 수 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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