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평창'올림픽인데 왜 강릉에서 1주년 기념식을 합니까"

입력 : 2018-12-13 14:21:16 수정 : 2018-12-13 14:52:0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기념식 강릉 개최 결정에 뿔난 평창주민, 춘천서 대규모 집회
주민들 "당연히 평창서 개최해야" vs 강원도 "강릉 개최 불가피"
"올림픽 실사단이 평창을 방문할 때 동네 아낙네들은 영하 20도가 넘는 추위에 손이 얼어가며 양동이에 물을 받아 실사단이 지나갈 아스팔트 길을 먼지 하나 없이 닦았습니다. 밤에 눈이 많이 오는 날은 도로에 눈이 쌓일까 걱정하며 밤새 30분마다 나가 실사단이 지나갈 길을 쓸었습니다. 그런데 어찌 1주년 기념식을 강릉에서 할 수 있습니까…"

흰 눈이 쏟아지기 시작한 13일 오전 강원도청 앞에는 평창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1주년 기념행사를 평창이 아닌 강릉에서 연다는 소식에 일도 내팽개치고 버스 50여대를 타고 올라온 2천 명에 가까운 평창주민들은 도청을 향해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외쳤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고 8년이라는 시간을 정성을 다해 준비했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러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이들은 "올림픽 주경기장이 철거된 황량한 공터에 홀로 외로이 서 있는 성화대를 볼 때마다 평창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며 씁쓸해했다.

이들은 강원도가 평창올림픽 1주년 기념식 강릉 개최를 결정한 건 "평창주민의 20년 노력과 염원을 무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규탄했다.

공식명칭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등록된 올림픽 역사에 표기된 명칭도 '평창동계올림픽'이며 개폐회식도 주 경기장이 있는 평창에서 이뤄졌는데 1주년 행사를 강릉에서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폐막 후 올림픽플라자와 스타디움 철거로 텅 빈 공터에 성화대만 남은 점, 후손에게 남겨줄 올림픽 유산 하나 남기지 못하고 허망하게 끝난 점, 하나 된 열정은커녕 마땅한 볼거리 하나 없어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린 점 등 마음속에 쌓인 섭섭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주민들은 "20년간 평창주민들의 노력과 감동, 주 개최지 주민 자긍심이 올림픽 개최 이후 허탈감으로 바뀌었으나 다가올 1주년 기념식과 올림픽 기념관 조성 등을 기약하며 인내해왔다. 이런 염원에 찬물을 끼얹은 강릉 개최 결정은 당혹감과 분노만 더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평창이 없었다면 평창올림픽도 없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라며 "최 지사는 강릉 개최 결정을 재고하고, 올림픽 성공개최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한 주민들의 자존심을 살려주는 현명한 결정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 중 일부 주민들은 도청으로 진입을 시도했으나 경찰과 도청 경비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정만호 경제부지사로부터 "이틀 내 도지사와 면담 자리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주민들은 2시간 40여분 만에 집회를 끝내고 해산했다.

주민들이 평창개최를 요구하며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1주년 기념식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는 수용공간과 교통상황, 접근성, 날씨 등을 고려해 결정한 만큼 뒤집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갈등은 더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 관계자는 "반발하는 사람들도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충분히 반발을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을 논의대상에서 제쳐둔 채 결정했다는 점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정이 번복되지 않는다면 1주년 기념식 '어게인(Again) 평창'은 내년 2월 9일 강릉시 올림픽파크 내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다.

<연합>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김남주 '섹시하게'
  • 오마이걸 효정 '반가운 손 인사'
  • 손예진 '따뜻한 엄마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