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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인재 부르는 권력, 내쫓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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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2-12 21:24:51 수정 : 2018-12-12 21:2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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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인재 확보를 국가 과제로 세우고 해외 고급두뇌 1000명을 영입하는 천인계획(千人計劃)을 실시했다. 후 주석과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 미사일의 아버지’로 불리던 첸쉐썬이 몸져눕자 그의 집을 5번이나 찾아가 위문했다. 그가 2009년 사망하자 주석과 총리를 비롯한 정치국 상무위원 9명 전원과 장쩌민 전 주석, 주룽지 전 총리 등 전·현직 지도부가 조문했다. 해외에서 버티던 두뇌들이 애국심 호소에 무너지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 첫 스텔스 전투기인 ‘젠(殲)-20’의 엔진 동체 기술을 개발한 스창쉬 박사는 일찌감치 미국의 만류를 뿌리치고 중국으로 돌아갔다.

북한도 과학자들에 대한 예우를 바꿨다. 미사일 발사 실험에 실패했다가 처형당하는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실패도 기술 축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3월 미사일 엔진 개발에 성공한 과학자를 등에 업었다. 과학자의 얼굴에는 황송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서방 정보당국은 김정은의 이런 자세가 미사일과 핵 개발 기술을 끌어올린 원동력으로 보고 있다. 인구 소국 이스라엘도 과학자들에게는 특별 대우를 한다. 해외 과학자들을 유치하려고 조건 없이 연구비 지원과 애국심카드를 꺼낸다. 인도도 실리콘밸리에 머물고 있는 첨단기술 연구인력을 귀국시키려고 당근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은 다르다. 적폐청산 바람만 거세다. 연구비 부당집행을 이유로 감사를 받던 손상혁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이 결국 사표를 냈다. 그를 잘 아는 장하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과거 국회의원 지역구에 있는 학교의 총장이라는 이유로 퇴진 압박을 받았다고 전했다. 손 총장은 26년간 몸담았던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조국의 첨단기술 개발에 투신하려고 귀국했던 인물이다. 정부는 또 전 DGIST 총장이던 신성철 KAIST 총장마저 연구비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신 총장이 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와 맺은 계약이 문제라고 했는데, 그 연구소는 정상계약이라고 항변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인재들이 이런 사실들을 다 알아버릴까 걱정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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