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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장, 선거로 뽑겠다더니… 재판장 상향평가까지 하나

입력 : 2018-12-12 19:18:47 수정 : 2018-12-12 21: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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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사법부 ‘법관 다면평가제’ 도입 논란/배석판사가 상관 부장판사 평가/재판 태도·언행 등 10여개 문항/전국 법원 배석판사들에게 보내/
행정처 “법원장이 평정에 반영”
경력이 짧은 배석판사들이 부장판사의 품성이나 재판 태도 등을 평가하는 일종의 ‘다면평가제’가 법원에 도입된다. 지방의 법원장을 소속 판사들이 투표로 뽑는 방안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기로 한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젊은 판사들도 법원 운영에 솔직한 목소리를 낼 수 있어 긍정적”이란 견해도 있으나 “자칫 대법원 지휘부에 비판적인 중견 법관을 요직에서 배제하는 방안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12일 법원 내부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최근 전국 배석판사들에게 10여개 문항으로 만들어진 ‘재판부 운영에 관한 의견서’를 보내 자신이 속한 합의부 재판장인 부장판사의 재판 진행 태도와 품성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행정처는 의견서를 통해 △재판부 구성 초기에 협의한 내용이 실천됐는지 △(부장판사가) 재판을 진행할 때 언행에 문제가 없는지 △배석판사가 쓴 판결문 수정이 적절하게 이뤄졌는지 △합의 과정에서 의견이 제대로 받아들여지는지 등을 묻고 있다.

법원의 합의부는 재판장인 부장판사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된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배석판사는 1∼7년차 판사가 대부분이고 부장판사는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이다. 배석판사는 부장판사로부터 판결문 작성을 비롯한 모든 것을 배우는 소위 ‘도제식 교육’을 받는데 이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배석판사들은 권위주의적이면서 엄격한 부장판사를 ‘벙커’라고 부르면서 함께 일하기를 꺼린다.

행정처 관계자는 “전에도 배석판사 의견을 수렴하긴 했지만 특정한 양식 없이 원하는 사람만 자유롭게 써내는 형식이다 보니 눈치를 보느라 못하는 판사가 많았다”며 “이러한 부담을 덜어주고자 새롭게 양식을 만들어 제공하면서 가급적 제출하도록 독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배석판사들이 작성한 의견서는 소속 법원의 인사고과권자인 법원장에게 보내진다. 법원장은 부장판사들에 대한 근무평정을 할 때 의견서를 활용할 수 있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하는 다면평가나 다름없는 셈이다. 행정처 관계자는 “평정을 위해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아니지만 반영은 돼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앞서 발표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 같은 맥락이다. 내년부터 대구, 의정부 등 몇몇 지방법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이 제도는 법원장을 대법원장이 임의로 임명하는 대신 소속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 2∼3명을 뽑아 올리면 대법원장이 그중 한 명을 임명하는 식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장도 선거를 통해 뽑는다고 하더니, 이제는 부장판사 인기투표를 하겠다는 것이냐”며 “사전에 의견수렴 없이 쉬쉬하면서 배석들에게 몰래 부장을 평가하라고 했다니 배신감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부장판사는 “이래서 배석판사들에게 판결문 수정 등 업무와 관련된 지적을 제대로나 하겠느냐”며 “다들 안 좋은 소리 듣기 싫어서 몸을 사릴 것이고 결국 판결의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부 중견 법관 사이에서는 “대법원장이 자신에게 우호적인 지지세력인 젊은 판사들의 입장만 너무 반영하고, 비판적인 중견 법관들은 (배석판사 평가결과로) 배제시키려는 것 아니느냐”는 의심으로 보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사법부가 둘로 쪼개진 와중에 이념 갈등뿐 아니라 세대 갈등까지 벌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혜진·배민영 기자 jangh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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