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대한민국이 ‘술독’에 빠져 있다. 이달 들어 직장이나 각종 모임에서 송년회를 하는 곳이 많아지면서 술자리가 덩달아 는 것이다. 직장인들은 월초부터 빼곡히 잡혀 있는 송년회 일정에 부담감을 호소한다. 이 때문에 술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송년회를 하는 기업이 많아졌지만, 연말 분위기에 취해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혼술족’도 상당수다.
송년회에 가겠다는 사람과 참여 횟수는 늘었지만 인식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 59.4%는 ‘송년회 참석이 부담된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는 ‘분위기 자체의 불편함’(17.0%), ‘음주 강요’(16.8%), ‘경제적 여유 부족’(14.6%) 등이 거론됐다. ‘시간적 여유 부족’(9.4%)이나 ‘송년사 등 멘트 준비가 부담’(7.0%)이란 응답도 있었다.
특히 과도한 음주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들이 많았다. 가장 꺼려지는 송년회 유형에 관한 질문에서 응답자들은 폭음을 뜻하는 ‘먹고 죽자형’(28.1%)을 최악의 유형으로 꼽았다. 반대로 선호하는 송년회 유형으로는 ‘딱! 한 잔만형’(23.4%)에 이어 맛집을 찾아다니는 ‘먹방 투어형’(18.3%), ‘논 알콜형’(10.8%), ‘문화체험형’(10.7%) 등이 꼽혔다.
연말이 되면 꼭 송년회 자리가 아니더라도 ‘혼술’을 즐기는 이들이 느는 추세다. 취업준비생 김모(27)씨는 요즘 잇단 취업 실패의 아픔을 술로 달래고 있다. 김씨는 “갑자기 날이 추워지면서 연말 분위기가 많이 나는데, 그래서 술 생각이 더 자주 나는 것 같다”며 “친구들과 모여서 마실 때도 있지만 집에서 혼자 마시는 게 더 마음 편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음에 대한 경고와 함께 술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모이는 분위기가 확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뜩이나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 과음까지 하면 심·뇌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며 “술이란 게 마시다 보면 적당히 하기가 어려운 만큼 송년회 문화 자체가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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