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삼성바이오 이어 셀트리온까지…정부 바이오산업 길들이나? [일상톡톡 플러스]

입력 : 2018-12-12 06:00:00 수정 : 2018-12-11 20:57: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의 '상장 유지' 결정으로 주식 거래가 재개된 11일 주가가 보란 듯이 급등했습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는 거래가 중단되기 직전인 지난달 14일, 33만4500원보다 17.79% 급등한 39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장중 한때는 25.56% 치솟은 42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개인투자자가 삼성바이오로직스로직스 주식 909억어치를 순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827억원, 46억원어치를 매도했습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판단으로 지난달 14일 오후부터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거래소 기심위 심의에서 상장 유지가 결정돼 이날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거래정지 당일 22조1000억원이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으로 26조원으로 불어났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 여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도 영위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 사업에도 진출해 중장기적으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왔습니다.

다만 일부에선 금융당국과 마찰이 영업 및 수주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과 최근 바이오시밀러 시장 경쟁 심화를 감안해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삼성바이오 상장유지 이미 예정된 수순…애초부터 상장폐지 무리수였단 지적도

기심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유지를 결정한 것은 사실상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과거 분식회계 연루됐던 한국항공우주산업, 대우조선해양이 상장 폐지를 면했던 선례를 비춰볼 때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 위반 사태도 상장 폐지로 이어지기엔 무리였다는 것인데요.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5조원대 분식회계를 저질렀지만, 상장폐지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이 받은 제재는 약 1년 3개월 간의 거래정지였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행정소송을 제기한 점도 거래소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향후 행정소송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났을 경우 상장폐지에 따른 후폭풍에 휩싸여 당국 책임론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 거래 재개됐지만…삼성바이오 vs 금융당국 법리 공방 불가피

이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당국의 판단은 일단락됐고, 앞으론 양측의 치열한 법리 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논란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미국의 제약회사 바이오젠과 합작해 설립한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피스(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피스 기업가치가 장부가액에서 공정가액(시장가)으로 바뀌었고, 이 영향으로 설립 후 4년째 적자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자 기업에서 2조원대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내는 흑자 기업으로 전환했습니다.

2016년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고, 현재 시가총액 26조원대 대기업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지난해 2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를 제기했고, 두 달 후 금융감독원은 특별감리를 전격 결정했습니다.

이때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문제가 본격적으로 도마에 올랐습니다.

지난 5월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처리에 충분히 문제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에피스에 실질적 지배력을 미치는 상황에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논리였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바이오젠이 삼성에피스 지분을 '50%-1주'로 확보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 권리를 갖도록 계약을 맺었지만, 당시엔 이를 공시하지 않은 점도 금감원은 지적했습니다.

금감원에서 공을 넘겨받은 증선위는 장고를 거듭한 뒤 지난 7월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시 누락 부분에 대해서 고의 판단을 내렸으나, 삼성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한 데 대해서는 답을 내지 못하고 금감원에 재감리를 요청했습니다.

◆이현령비현령 '고무줄' 회계기준…정부 바이오기업 길들이기 본격화?

지난달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내부 문건을 공개하면서 이번 논란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박 의원은 "삼성은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행사에 따른 부채 계상과 평가손실 반영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본잠식에 빠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이를 막기 위해 3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중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흑자 회사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증선위는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 변경을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를 바로 정지했지만, 기심위에서 상장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 끝에 이날 상장폐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거래소에 따르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2009년 2월 이후 회계처리 위반으로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기업 가운데 실제로 상장폐지로 이어진 경우는 없었습니다.

물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논란이 완전히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증선위 제재에 반발해 지난달 28일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해 법리 공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행정소송 제기 후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증선위 결론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모든 회계처리를 회계기준에 따라 적법하게 했다고 확신한다"며 "소송을 통해 회계처리의 적법성을 인정받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습니다.

◆바이오산업 채찍 아닌 '당근' 필요…구시대적인 규제 철폐해야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식 거래를 재개한 날 공교롭게도 금감원이 셀트리온 계열사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감리에 착수해 바이오업계에 묘한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해 2분기(4~6월) 영업 손실을 숨기기 위해 셀트리온에 국내 판매권을 되팔아 받은 218억원을 매출로 처리해 분식회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12일 열린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218억원을)매출로 인식하면서 적자를 흑자로 전환했는데, 신속히 검사를 통해 의혹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판매 건을 218억원으로 인식했는데, 가격적정성 여부에 따라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윤석헌 금감원장은 "살펴보겠다"고 했고, 실제 금감원이 감리에 나선 것입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측은 분식회계 혐의를 즉각 부인했습니다.

회사는 입장문을 통해 "국내 판매권 양도와 관련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보유한 전세계 독점판매권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이런 활동을 통한 수익은 매출로 판단할 수 있고, 이는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회계처리"라면서 회계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금융당국의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한 회계 감리는 앞으로 수개월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당국의 바이오회사 감리가 연달아 이뤄지는 데다, 감리 결과가 나오는데 적잖은 시간이 걸려 바이오주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한 셀트리온헬스케어(-12.04%), 셀트리온(-10.02%) 등은 줄줄이 급락해 우려를 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부가 바이오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 어린 시선도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바이오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기술은 5G인데 규제는 2G 수준"이라고 혹평하며 "당근을 줘도 모자랄 판국에 채찍만 가하고 있는데다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면서 너무 홀대하는 게 아니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
  • 블랙핑크 로제 '여신의 볼하트'
  • 루셈블 현진 '강렬한 카리스마'
  • 박은빈 '반가운 손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