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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철도 안전'에 무너진 코레일 사장

입력 : 2018-12-11 18:00:10 수정 : 2018-12-11 21:3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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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사고·여론 악화로… 오영식 사장 결국 불명예 퇴진 / 낙하산 논란·非전문가 한계 못 넘고 10개월 만에 사퇴 / KTX 탈선 ‘한파 탓’ 비난 빗발 / “철도 안전 못 지켜 책임 통감… 문제점 개선 전화위복 계기로” / 사고조사委, 설계도 오류 확인 / “다른 선로도 위험” 우려 제기도 오영식(51)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최근 잇따른 열차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취임 10개월 만에 사퇴했다.

오 사장은 1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 취임사에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코레일의 사명이자 존재 이유’라며 안전한 철도를 강조해왔으나, 최근 연이은 사고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과 함께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퇴의사를 밝혔다. 이어 “모든 책임은 사장인 저에게 있으니 열차 운행을 위해 불철주야 땀을 흘리는 코레일 2만7000여 가족에 대해 믿음과 신뢰는 변치 말아 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오 사장은 “마지막으로 이번 사고가 우리 철도가 처한 본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할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코레일 오영식 사장이 11일 오후 대전 동구 코레일 본사로 들어서고 있다. 오 사장은 최근 강릉선 KTX탈선 등 잦은 철도사고 책임을 지고 이날 전격 사퇴했다.
연합뉴스
고려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2기 의장 출신인 오 사장은 과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과 16~17대, 19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지난해 5월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중앙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수석부본부장을 맡은 바 있다. 지난 2월 그가 코레일 사장에 취임하자 해고자 복직 등 노사 문제와 SR 통폐합 등 산적한 현안을 빠르게 해결할 적임자라는 기대 섞인 시선도 있었지만 철도 비전문가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는 지적도 적잖았다. 하지만 결국 오 사장은 ‘철도 안전’ 문제로 발목이 잡혔다. 지난달 말부터 잦은 철도 사고와 고장에 오 사장은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거듭했지만 강릉선 KTX 탈선사고까지 터지자 빗발치는 사퇴압력을 더 이상 감내할 수 없었다. 또한 오 사장은 탈선 사고의 원인으로 엉뚱하게 ‘추운 날씨’를 언급해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철도의 근본적 역할인 안전한 수송과 안전시스템 확립 등에서 철도 ‘비전문가’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장의 공백으로 추가적인 철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사고의 잘잘못은 명백히 밝히면서 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진상조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국토부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현장의 열차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인 선로전환기와 전환기의 오작동 시 경고 신호를 연결하는 회선이 설계부터 잘못된 사실을 파악하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조사위가 선로전환기의 경고 신호 장치를 개봉해 봤을 때 선로전환기와 경고 신호를 연결하는 회선이 잘못 연결된 사실이 파악된 바 있는데, 조사위가 회선 도면을 확인한 결과 설계도부터 이처럼 잘못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 관계자가 11일 강릉선 KTX 열차 탈선사고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전체회의 도중 오전에 사퇴한 오영식 코레일 사장이 불출석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메모지를 박순자 국토위원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설계부터 잘못된 것으로 알려진 선로전환기 관련 부품을 한 업체에서 공급해 다른 지점도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현안질의에서 “문제의 선로전환기 관련 부품은 애초에 설계가 잘못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강릉선에 선로전환 시스템이 몇 군데 설치돼 있느냐”고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에게 질의했다. 김 이사장이 “강릉선에는 39곳이 설치돼 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은 “이 제품은 한 업체가 공급했다. 한 개 업체가 설계 도면을 만들어서 납품했다면 다른 제품들도 (전부) 위험성이 있는 것은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이사장은 “아직은 항공철도조사위원회 조사가 진행 중인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전체적으로 파악해봐야 할 것 같다”며 “현재 선로전환기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는 의사 일정 절차 문제로 여야 간 언쟁을 주고받은 끝에 힘겹게 열렸다. 이 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자유한국당 소속인 박순자 국토교통위원장 간 거친 말과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여기가 깡패집단인가. 그만하라”고 했고, 민주당 박홍근 의원은 “독선이고 횡포다. 위원장이 완장 차면 다냐”라며 반문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싸구려 노동판에서 왔나, 어디서 말을 함부로 하고 있어. 완장이라니”라고 맞받아쳤다. 전체회의는 오후에 간신히 속개됐지만 책임자인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뒤늦게 참석했다.
정인수 코레일 부사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보고를 안건으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강릉선 KTX 철도사고 등 현안보고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에서는 이전 정부 때부터 이어진 공공성 약화를 부각했지만 야당에서는 오 사장 등을 예로 들며 전문성 없이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문재인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국민 안전보다 기관의 이윤이나 성과를 앞세운 게 과거부터 축적됐다”며 “철도 공공성을 제대로 확보하기 위한 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반면 한국당 김정훈 의원은 “코레일과 자회사 등 임원 37명 중 13명이 낙하산 인사”라며 “국민이 보면 이게 나라다운 나라냐고 한다”고 꼬집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은 “다음에는 어떤 사장이 뽑혀야 하냐”고 묻자, 김정렬 국토부 2차관은 “보다 전문성 있고 조직관리를 철저히 하면서도 철도에 대한 신뢰성 있는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인재가 지명되면 좋겠다”고 답했다.

김선영·최형창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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