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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조끼'에 굴복한 마크롱, 부유세는 거부…'시위 불씨'로

입력 : 2018-12-11 19:43:19 수정 : 2018-12-11 19:4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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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국민 담화… 추가 조치 발표 /“책임 통감”… 시위대 요구 대폭 수용 / 최저임금 내달부터 100유로 인상 / 집권후 국정과제 상당 부분 철회 / 투자 촉진 위해 부유세 폐지 고수 / 시위대 수긍 여부가 시위 분수령 / 반발 땐 퇴진운동으로 번질 수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한 달 동안 이어진 ‘노란 조끼’ 시위에 무릎을 꿇었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시위대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유세 부활 요구는 거부해 시위의 불씨가 남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오후 생방송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 은퇴자의 사회보장세 인상 철회 등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유류세 인상 계획 백지화, 전기·가스요금 동결, 자동차 배출가스 규제강화 유예 등의 조치를 내놓았지만 시위대의 불만을 잠재우지 못하자 추가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생방송을 통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들이 10일(현지시간) 프랑스 오를레앙 인근 페이오로제의 한 식당에서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지켜보고 있다.
페이오로제=AFP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집권 후 추진해 온 국정과제의 상당 부분을 철회한 셈이다. 특히 현재 세후 월 1185유로(약 153만원)인 최저임금을 다음달부터 100유로 인상하기로 한 것은 9%에 달하는 프랑스의 높은 실업률을 고려할 때 ‘굴복’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날 오전 브뤼노 르메르 경제장관이 라디오에 출연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했을 정도로 정부 내에서도 반대가 심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시위대를 진정시키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담화에서 노란 조끼 시위에 대해 “많은 분노가 있었고, 많은 국민이 이런 감정을 공유했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회 초기 국면에서 제대로 답을 드리지 못했고, 나의 주의 깊지 못한 발언으로 여러분께 상처를 드렸다”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백기 투항’에 가까운 양보를 했지만 부유세 문제는 언제든 터질 ‘지뢰’로 남아 있다. 부유세는 지난해까지 130만유로(약 17억원)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부과되던 세금이다. 마크롱 정부는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를 촉진하겠다는 명분으로 기존의 부유세를 부동산자산세로 축소 개편하면서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했다. 이에 좌파 진영과 저소득층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마크롱 대통령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는 계기가 됐다. 그는 이번 담화에서 “부유세와 관련한 후퇴는 없다”며 “여기서 뒤로 물러나면 프랑스는 약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가 이를 수긍하면 시위 동력이 약해지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본격적인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란 조끼 시위를 촉발한 것은 마크롱 정부의 친환경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유류세 인상이다. 유류세를 지난 1년간 경유는 23%, 휘발유는 15% 각각 인상했다. 내년에도 추가 인상할 계획이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운수업 종사자 등이 차량 비치용 형광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나서기 시작했고, 지난달 17일부터 매주 토요일 전국에서 집단시위가 벌어졌다. 초창기에는 평화롭게 진행됐던 시위가 시간이 흐르면서 과격해져 방화와 폭력이 동반됐다. 최루탄과 물대포를 사용해 시위대를 진압해 온 프랑스 정부는 지난 8일에는 장갑차를 동원하기도 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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