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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은 나의 것'…체면 깎인 트럼프, 인권카드 꺼내 [뉴스분석]

입력 : 2018-12-11 18:19:31 수정 : 2018-12-11 18: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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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공드라이브 배경·의미 / 北 ‘벼랑 끝 전술’에 측근 제재 역공 / 향후 반응 따라 대북전략 조정할 듯 / 실질 효과보다 불명예 안기는 조처 / “美, 2차 北·美회담 지렛대 활용 의도” / 北 매체 “美 극악한 적대행위” 반발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미국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제재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 재무부는 북한 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최룡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등 핵심인사 3인을 제재 대상에 올리는 강공 드라이브를 선보였다. 미국은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로 북한에 압박을 가한 뒤 북한의 반응에 따라 향후 대북 전략을 융통성 있게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 2월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북한 측이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과 실무 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북한은 대북 제재 해제를 요구하며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은 이에 맞서 지난 7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토의하려고 했으나 전체회의 소집에 필요한 9개 이사국의 지지를 얻지 못해 5년 만에 처음으로 안건 상정에 실패해 체면이 깎였다. 미국은 유엔을 떠나 즉각 대북 독자 제재 쪽으로 선회했다. 미국은 올해 무산된 안보리 북한인권토의 개최를 내년에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왼쪽부터)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미국 CNN방송은 이날 “미국이 안보리에서 북한 인권 토의에 실패한 것은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최대 압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CNN은 트럼프 정부가 유엔에서 좌절을 겪자마자 최 부위원장 등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에 매달리면서 북한 인권 문제를 외면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트럼프 정부는 이 때문에 ‘세계 인권의 날’인 12월 10일을 맞아 북한 인권 유린 책임자를 제재했다.

미국 정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인 및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북한과 미국 간 경제 교류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에서 실질적인 제재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번 제재는 북한에 불명예를 안기는 상징적인 조처이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스팀슨센터 선임연구원은 CNN에 “북한 관리 3명을 제재한 것은 ‘트집 잡기’라고 부르고 싶고, 이것이 좋아 보이지만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루스 클링턴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하려고 인권 카드를 꺼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6·12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물질 생산과 탄도미사일 개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보기관이 분석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활동과 북·미 협상 거부 등으로 인해 미국 조야에서 대북 정책이 실패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전략에 말려들었다는 비판론이 고개를 들었다. 트럼프 정부도 이 점을 의식해 북한 인권 책임자 제재로 역공하면서 북한이 다시 협상테이블로 복귀하도록 종용하고 있다. 

北수용소, 인분 나르는 정치범들 일본 후지TV가 2004년 공개한 함경남도 요덕 정치범수용소의 모습. 수용된 정치범들이 인분을 퍼나르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미 국무부는 이날 의회에 제출한 북한 인권 유린 관련 정례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이 다른 나라에서 유입되는 불법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을 검열·통제하기 위한 ‘상무조’(일명 그루빠) 3개도 인권유린 조직이라고 밝혔다. 국무부는 국가보위성과 인민보안성 요원들로 구성된 ‘109 상무조’가 외국 매체와 콘텐츠 이용을 단속한다고 강조했다. 상무조는 영장 없이 집을 수색하거나 급습할 권한이 있고, 불법 CD와 DVD를 소지하다가 적발된 주민은 감옥에 가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공개 처형을 당할 수도 있다고 국무부가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11일 노동신문 논평에서 미국의 대북 인권압박을 겨냥해 “싱가포르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정신에 배치되는 극악한 적대행위”라고 반발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김민서 기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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