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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억 들여 지은 '금강산 아난티' 개장 2개월 만에 문 닫은 이유는

입력 : 2018-12-11 11:14:19 수정 : 2018-12-11 13: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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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퀀텀펀드의 설립자이자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가 국내 리조트 개발업체 아난티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아난티가 850억여원을 들여 2008년 완공한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이하 금강산 아난티)가 개장 후 2개월만에 폐쇄된 이유에 누리꾼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중이다. 

아난티는 오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로저스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선임한다고 지난 10일 공시했다. 

그는 2007년 '아시아의 시대가 온다'는 확신으로 가족과 함께 싱가포르로 이주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평소 북한 투자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지난 7월에 삼성증권 초청으로 열린 국내 간담회 자리에서 로저스는 "한국이 북한 개방을 통해 세계 경제 침체 위기를 피해가고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본 바 있다.

따라서 로저스가 금강산 관광지구에서 골프장과 리조트 운영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민간 기업인 아난티의 사외이사를 수락한 배경도 연장선상에서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난티는 북한이 현대아산에 임대한 금강산 관광지구 고성봉 168만㎡(51만평) 대지를 50년간 재임대한 뒤  2004년 12월부터 850억여원을 들여 3년 후인 2008년 5월 금강산 아난티를 완공했다. 우리 자본으로 들어선 금강산 리조트는 이곳이 유일하다. 

이 리조트의 규모는 80만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60%에 달하는 크기다. 

금강산 아난티의 골프장에 들어서면 18홀 전 홀에서 바리봉을 비롯한 수정봉, 집선봉, 비로봉, 촛대바위 등이 펼쳐진 금강산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3개의 홀을 뺀 나머지에서는 동해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홀이 중간에서 직각으로 꺾인 3번 홀은 거리가 1014야드로 세계 최장 홀로 알려졌다. 

골프장 개장 기념으로 2007년 10월에 총상금 3억원을 걸고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BS 금강산 아난티 NH농협 오픈'이 개최된 바 있다. 

금강산 아난티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시기는 이명박 정부 첫해였던  2008년 7월12일. 당시 새벽 금강산 북측 해안도로를 따라 걷던 관광객 박왕자씨가 북측 군인에 의해 피격·사망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됐다. 금강산 아난티의 운영 또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회원권 분양 수익은 626억원 장기 선수금으로  전환됐고, 해마다 별도의 추가비용(운휴자산 상각비)이 연간 12억원씩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강산 아난티의 자산은 '남북 사이의 투자 보장에 대한 합의서'에 의해 재산권이 보장돼 있다. 이에 따라 남북 경제협력이 재개되면 당장 정상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 아난티는 리조트 내 개발할 수 있는 부지도 보유하고 있어 추가 사업도 벌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금강산 아난티 시설 중 자쿠지 빌라는 거의 무너지고, 양잔디로 조성된 골프장 페어웨이는 풀만 무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개장을 하려면 클럽하우스와 코스 공사를 다시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통일부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피해를 입은 기업에 한해 투자·유동자산에 대해 각각 35억원과 70억원 지원 대책안을 내놓은 바 있어 아난티는 남북경협 피해 금액으로 최대 105억원의 손실 보전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가운데줄 오른쪽에서 네번째)이 지난달 19일 오후 강원 고성군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에서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금강산 관광 20주년 기념행사를 공동 개최한 데 대해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성=뉴시스

한편 올해는 금상산 관광이 시작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금강산 관광은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1989년 기업인 최초로 방북해 '금강산관광 개발의정서'를 체결한 데 그 연원을 두고 있다.
 
이후 김대중 정부 첫해인 1998년 6월과 10월 두차례에 걸쳐 트럭 500대에 소떼 1000마리를 싣고 민간기업 최초로 판문점을 통과해 방북했으며,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뒤 11월 18일 금강산관광은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2008년 7월 중단될 때까지 11년간 195만6000명이 금강산을 관광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 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의 길에 들어서면서 금강산 관광사업의 재개는 더욱 요원해졌다. 

그럼에도 현대그룹은 2013년부터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남북 간 금강산 관광 재개 합의가 이뤄지면 곧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해왔다. 또한 지난 5월에는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현대그룹 남북경협사업 TFT’를 발족해 대북사업 재개에 대비하고 있다.
 
올해 4월과 9월 정상회담이 열리는 등 남북관계가 유화 모드에 들어서자 지난달 18~19일  현 회장을 포함한 임직원 30여명 등은 금강산 관광지구를 방문해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 북공동행사'를 개최했다. 이 행사는 2013년 11월 15주년 기념식 개최 이후로 중단됐다가 5년 만에 재개돼 화제를 모았다.

현 회장은 귀환 후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CIQ) 입경장에서 방북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측에서 '의미 있고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치러서 매우 기쁘다.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성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현대그룹과 합심해서 여러 사업도 잘 추진하자'고 말했다"고 전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연합뉴스·현대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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